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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2 컬쳐

<마당이 있는 집>

2023.07.07

ⓒ TV <마당이 있는 집> 스틸

주란(김태희)과 상은(임지연)의 집 안에서의 모습을 보면, 타인과의 관계성이 있으리라 짐작하기 어렵다. 여기에 변화를 부여하는 건 집 안팎의 이상 징후를 눈치채는 이사 온 이웃과 경비 노동자, 동료 같은 주변인들이다. 극 초반, 이들은 변화의 방아쇠를 당기진 않으나 어떤 문제가 있음을 환기한다. 주란과 상은에게는 그럴 힘이 없다. 극 초반까지는.

이 드라마에서 감시와 굴레, 구속은 여러 방식으로 드러난다. 특히 주란과 상은의 집에서 폭력은 다른 양상으로 촘촘하다. 평온해 보이지만 불안한, 커다란 집을 홀로 지키는 주란의 남편은 얼핏 가정적인 듯 보이지만 집 안의 이상함을 감지하는 주란을 ‘예민하다’ 말하고,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 상은의 남편은 폭력을 일삼고는 잘해주는 ‘척’으로 잘못을 무마하려 한다. 비슷한 듯 다른 폭력의 경험자 두 사람은 상은의 남편이 사망하면서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특히 극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내내 주눅 들어 있던 상은의 변화가 눈에 띈다. 남편의 시신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거나, 커피를 청해서 마시거나, 경찰서에서 짜장면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장면은 드라마에서 익히 보이던 임산부의 모습과는 다르다. 상은의 말끝을 흐리는 확신 없는 태도, 움찔거리는 입매는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죽어서도 뒤통수를 치는 남편이 저질러놓은 일들을 해결해야 하는 상은은, 이웃과의 몇 초 마주침에도 당황하던 주란을 어떻게 흔들어놓을까.

서스펜스 드라마의 무드를 잘 가다듬는 미술에도 눈길이 간다. 특히 주란이 아무리 청소를 해도 마당의 악취가 사라지지 않는 상황을 보여주는 불안하고 음산한 소리, 어두운 조명과 복도, 주란의 홀로 선 모습은 <마당이 있는 집>을 정의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물론 모든 연출과 연기 가운데서도, 짜장면과 탕수육이 차려진 식탁을 우러러보는 상은의 눈빛은 잊을 수 없다.

ENA 월, 화 밤 10시 방송
지니티비, 티빙,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글. 황소연 | 사진. 티빙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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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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