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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3 컬쳐

타국살이의 낭만 혹은 현실 유튜브 채널 4 (1)

2023.07.21

유튜버 세계에서 ‘외국’이라는 키워드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치트키다. 마트에서 장만 봐도 집 주변 거리를 걷기만 해도 이국적인 풍광이 배경이 된다면, 수백 번 끓여 먹은 라면이라고 해도 그 주체가 한국 문화에 낯선 외국인이 된다면, 뻔한 일상이 조회 수를 보장하는 킬링 콘텐츠로 재탄생한다. 그건 아마도 팍팍한 현실과 동떨어진 어딘가, 익숙한 매일과 거리가 먼 낯선 하루에서 시작되는 환상과 낭만이 ‘외국’이란 한 단어에 축약되어 있는 덕은 아닐까. 어떤 면에서는 지금 내가 사는 곳, 내가 누리는 것들이 제법 괜찮은 수준이라는 점을 확인할 비교 대상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고.

타국살이의 낭만 혹은 현실을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을 골라보았다. 막연히 상상한 로망 그대로이거나 혹은 그와 완전히 다른 하이퍼리얼리즘을 보여주는 타국살이 브이로그 넷.


진돗개 두 마리와 귀여운 아기의 네덜란드 정착기
<멜봉 네덜란드 MelBong>

ⓒ <멜봉 네덜란드 MelBong> QR코드

귀여운 동물과 아기는 기본적으로 호감을 살 수밖에 없는 필승 조합인 법. 거기에 네덜란드 교외의 한적한 풍경과 다정한 사람들까지 등장한다면 이건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콘텐츠다.

네덜란드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 그들의 아기와 반려견 두 마리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 채널은 수년째 이어지며 가족의 역사를 그대로 담아내는 중이다. 진돗개 봉순이를 키우며 살아가던 국제 커플이 떠돌이 개 봉택이를 구조해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아기 봉글이(태명)를 임신하고 출산해 기르는 모든 과정이 유튜브 채널에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얼마 전, 한국 생활을 청산하고 네덜란드로 이민을 결정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가족의 이야기는 한층 더 사랑스럽고 촘촘해졌다.

ⓒ 유튜브 채널 <멜봉 네덜란드 MelBong> 영상 화면

네덜란드에서 새집을 구해 가구를 하나씩 채워가고, 새로운 사람들과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이 가족의 일원이 되어 낯선 타국을 알아가는 듯한 대리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네덜란드 시골 마을의 따스한 햇살 아래 너른 잔디밭 위에서 마구 뛰어노는 개와 아기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힐링을 선사하기에, 이번 주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괜스레 궁금해지는 랜선 이웃의 이야기.

일본에 사는 40대 가장의 고군분투기
<리틀조빅조>

ⓒ <리틀조빅조> QR코드

우울증으로 한국의 회사를 퇴사하고 일본으로 이주한 40대 한국인 가장과 그의 일본인 아내, 그리고 초등학생 아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채널이다. 브이로그 형식의 콘텐츠가 주를 이루지만, 예쁘장한 감성 편집이나 잘 세팅된 깔끔한 생활환경과는 거리가 먼 투박하고 매우 현실적인 화면이 이 채널의 시그니처다. 별 내용이 없다는 영상 설명을 자주 덧붙일 만큼 심심한 일상, 세 식구가 모여 한국 음식을 해 먹거나 근처 쇼핑몰에 가서 아들의 모자를 고르는 것 같은 사소한 순간들은 마치 평양냉면처럼 자극적이지 않지만 뒤돌아서면 자꾸 생각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 유튜브 채널 <리틀조빅조> 영상 화면

ⓒ 유튜브 채널 <리틀조빅조> 영상 화면

기타큐슈 시골 동네의 정겨운 풍경,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넉넉한 한 가족의 일상이 어떤 면에서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느낀 인간미 넘치던 시절을 향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이 글은 '타국살이의 낭만 혹은 현실 유튜브 채널 4 (2)'에서 이어집니다.

소개

김희진
글팔이 독거 젊은이.


글.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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