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타워레코드 6층은 신품과 중고 바이닐로 가득 채워져 있다. 턴테이블을 사게 된 이후에는 여행을 갈 때마다 그 지역 레코드 가게에 들르게 되는데, 시부야의 복잡하고 정신없음을 뚫고 갈 정도로 타워레코드가 품고 있는 고유한 에너지가 좋다. 층마다 분위기가 다른 것도 재미있고, 공식 SNS 계정에서 홍보하던 코너를 실제로 구경하는 것도 좋다. 쇼와 시대에 활동했던 가수의 신작이 최신 애니메이션 OST와 나란히 진열된 풍경은 이곳이 아니면 목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또, 음반 전문점이니까 당연하지만 좋은 스피커로 음악을 ‘빵빵하게’ 틀어주니 나가고 싶지 않아진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있다는 경험도 특별하다. 지난 6월 말, 처음으로 여름에 도쿄로 떠났고 어김없이 타워레코드에 들렀다.
이미 아는 앨범과 잘 모르는 앨범이 있다면, 평소 잘 알고 즐겨 들었던 앨범을 LP로 구매하는 것이 소장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예외였다. 매장에서 샤데이의 ‘Hang on to your love’와 ‘Is it a crime’이 재생됐는데, 마침 소울·알앤비 코너 디깅을 하다 샤데이가 1985년 발매한 2집 를 발견했다. 목표했던 앨범은 아니지만 운명이라고 생각해 구매했다. 여행지에 갈 때마다 그곳에서 산 향수를 여행 내내 뿌린다는 배우 정유미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여행에서 돌아와 그 향을 통해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떠올린다는 그처럼, 나도 이 앨범을 재생할 때마다 타워레코드 6층의 마법 같은 분위기를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한편으론 구매에 실패한 기념품도 있다. 아직 한국에 출간되지 않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이다. 일본에선 지난 4월 13일 출간되어 판매되고 있다. 이번 여행 일정 중 하나가 와세다 대학 내에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에 방문하는 것이었기에, 기념으로 원서도 함께 구매해볼까 했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번역기를 돌릴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다. 대신 표지를 번역하니, 파파고가 이런 문장을 출력한다. “그 거리로 가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 국내 번역 출간이 예상된다고 하니, 설레는 마음으로 그 거리에 갈 날을 기다려야겠다. 샤데이의 레코드를 들으면서.
글 | 사진.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