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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사이다는 왜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었을까

2023.08.09

사이다처럼 톡톡 튀는, 고객의 옷장 속 해피 아워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히는 패션 브랜드 샵사이다(Cider).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가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반가움과 의아함을 안고 찾아간 그곳의 풍경을 전한다.


여름옷을 어디서 사야 하나 고민하던 중, 친구에게 샵사이다를 소개받았다. 관리하기 편한 소재, 저렴한 가격과 다양하게 구비된 스타일이 샵사이다의 매력이었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현지화된 광고 문구와 ‘K–POP’ 카테고리가 눈에 띄었다. 샵사이다 본사가 한국을 특별한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던 중 샵사이다가 서울 성수동에 전 세계 최초로 팝업스토어를 오픈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팝업의 현재, 성수동
서울 성수동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팝업의 상징인 듯하다. 특히 ‘디올성수’는 성수동을 방문하는 이들이 꼭 거쳐 가는 곳으로 꼽힌다. 중요한 인증 숏 스폿이면서도 눈에 띄는 외관으로 연무장로의 랜드마크다. 지난 2015년 청담동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디올이 2022년 5월 1일 오픈한 이 팝업스토어의 공식 명칭은 ‘디올 성수 컨셉 스토어’. 잠깐 문을 여는 곳이라는 의미의 ‘팝업스토어’에 트렌디한 이미지가 덧입혀지면서, 마케팅을 위해 팝업을 장기간 유지하는 공간도 존재한다. 디올성수도 문을 연 지 1년이 넘긴 했다. 이외에도 성수동에는 많은 팝업스토어들이 개·폐점을 반복하고 있다. 동서식품의 브랜드 카누 팝업 매장인 ‘카누 하우스’, GS25의 ‘도어투성수(DOOR to seongsu)’,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열린 ‘THE MOMENT OF Shine’, 포르쉐코리아의 ‘포르쉐 나우 성수(Porsche NOW Seongsu)’ 등. 사업 분야와 세부 장르, 업력을 가리지 않고 여러 브랜드들이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라는 형태로 진입해, 자사의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한다. 이곳에 문을 연 글로벌 SPA 브랜드 샵사이다의 팝업스토어는 어떤 모습일까.

공주님부터 Y2K까지
한층 더 당황스럽게도 샵사이다 팝업스토어는 우리 회사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공간을 대여하고 크고 작은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공간 와디즈’ 2층이다. 샵사이다 옷을 입은 모델들의 스냅숏이 앱 속 멋진 썸네일이 튀어나온 듯 벽 여기저기 붙어 방문객을 환영했다. 장마가 한창인 와중에도 사람들은 샵사이다에서 ‘Pick a Mood’ 하느라 바빴다. 알고 보니 샵사이다는 서울 팝업스토어 전용 컬렉션을 갖추고 있었고, 이 컬렉션은 지금도 샵사이다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팝업스토어 내부는 옷의 분위기에 따라 행어나 거울의 색, 인테리어 소품을 다르게 구성한 ‘존(zone)’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동화 속 공주님 방에 들어온 듯한 곳을 지나면 고프코어 룩에 어울리는 심플하고 깔끔한 공간이 등장하는 식이다. 옷을 구경하는 사람만큼 여기저기 배치된 소파와 침대, 소품 등을 활용해 인증 숏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적지 않은 소품과 의류가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 힘들어 보인다는 점이다. 마치 미국 등지에서 고등학교의 댄스파티 때 입는 화려한 프롬 드레스 같은 원피스에 전체가 핫핑크인 에나멜 뮬은 어디에 갈 때 입고 신어야 할까? 하지만 그 목적이 판매를 넘어 ‘우리는 이런 것도 취급하고 셀렉트할 줄 아는 브랜드’임을 각인하는 데 있다면, 샵사이다는 성공했다. 사람들은 마이멜로디 쿠션과 핑크색 뮬이 함께 놓인 침대에 앉아 셀피를 찍으며 즐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이틴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로커룸 존 앞에는 인증 숏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캘리포니아를 걷듯 서울을 걷는 사람들
브랜드 소개에 따르면 샵사이다는 ‘여러 도시의 다채로운 색으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거주하고 여행한 뉴욕, 로스앤젤레스, 파리, 상하이, 서울 등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 때문일까? 샵사이다의 팝업스토어는 유행의 첨단을 보여주고 그것을 아이템으로 논하는 공간이지만, ‘국적’이 분명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네가 어느 나라에 살든 우리가 제시하는 무드 중 하나는 마음에 들겠지.” 하는 전략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에 방문한 이들은 캘리포니아의 숍을 구경하듯 서울 성수동의 팝업스토어를 둘러보는 걸까. 앞서 일상에서 소화하기 힘들 것 같은 아이템에 갸우뚱했다고 밝혔지만, 내 스타일,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 이 팝업스토어를 진정으로 즐기는 애티튜드라고 느꼈다.

팝업스토어에 자주 가는 지인에게 팝업스토어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뉴진스 팝업스토어에서 동그란 가방 앨범을 구매한 사람이다. “그때가 지나면 못 즐길 것 같은 초조감이 있다. 그 때문에 설렌다.” 팝업스토어에서만 구할 수 있는 리미티드 에디션이 있듯, 그 공간에 가서 즐기는 시간 역시 애호가들에겐 ‘리미티드’인가 보다. 샵사이다가 팝업스토어를 찾아온 이들에게 남기려고 한 건 혹시 서울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리미티드 무드였을까. 가본 적 없는 도시 샌디에이고의 분위기를 한 스푼 첨가한.


글 | 사진.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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