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7942 :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 순끼 작가 (1)'에서 이어집니다.

ⓒ 이미지제공. 순끼·네이버웹툰
미애와 있으면 영락없는 중학생이지만, 또래에 비해 큰 키와 덩치, 눈 밑의 흉터 등 겉모습만으로 시선과 소문의 중심이 되는 철이는 상처가 많은 인물입니다. 자신의 친구라는 이유로 친구가 다친 적이 있기 때문에 철이에게 ‘친구’의 의미는 남다를 것 같은데요. 철이와 미애에게 친구란 어떤 의미일까요?
철이와 미애는 서로 어렵게 친구가 되었지만 둘의 입장은 달라요. 철이는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잦은 이사, 외모 등) 친구 자체가 매우 소중한 존재일 테고, 미애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친구를 사귀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자기 바운더리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잘 대해주죠.
하지만 미애는 분명 철이만큼은 ‘특별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자신도 철이에게 ‘특별한’ 친구가 되고 싶어 해요. 철이도 무의식적으로 그런 미애를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서로 이런 특별함을 느끼는 이유와 친구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고찰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고에 가까운 입맞춤 후 둘의 반응이 상반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처음에는 둘 다 그 일 때문에 밤잠을 설치지만, 미애는 갈수록 ‘겨우 친구가 된 철이와 이번 일로 멀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서 먼저 다가간 반면, 철이는 그 일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미애를 피하죠.
‘친구’ 이상의 관계를 생각해본 적도 없는 (성숙이) 느리다면 느린 아이들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힘들게 친구가 된 만큼 걱정도 크지 않았을까요?
예상외로 사고 같은 그 일을 먼저 언급한 건 철이예요. ‘그때 일’에 대해 철이가 하려고 한 말이 무엇인지 언젠가는 밝혀질까요?
네, 연재를 지켜봐주시면 밝혀질 거예요.(웃음)
포크댄스 얘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늘 미애가 무언가를 제안하면 철이가 마지못해 따라주는 편이었는데, 포크댄스 연습 때는 철이가 먼저 미애에게 제안하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이기도 하고요. 소재를 포크댄스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그 시절 학급 내 남녀 관계 분위기는 지금이랑 자못 달랐어요. 물론 서로 사귀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 수가 적었고, 가까이 있거나 서로 조금만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도 놀림을 받던 시절이었죠. 이런 분위기에서 ‘합법적으로’ 서로 손을 잡고 눈을 맞출 수 있고 그래도 놀림받지 않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포크댄스였어요. 짧지만 평소에 느끼지 못한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요즘에도 포크댄스를 학교에서 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통해 추억을 일깨우는 그 시절의 한 단면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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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애의 포크댄스 짝으로 조금씩 등장하던 서지수는 75화에서야 제대로 얼굴을 내비칩니다. 최근 연재에서는 지수의 비중이 높아지고 미애와 연결된 과거 서사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서브 남주의 면모를 보이고 있죠. 처음부터 지수의 등장 시기를 이쯤으로 염두에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네, 서지수는 작품을 처음 구상할 때부터 있던 캐릭터이고, 등장 시기 역시 그쯤으로 염두에 두었어요.
철이는 어린 미애에게 자기를 지켜주기 바라는 존재였고, 이와 반대로 지수는 과거 어린 미애가 지켜준 아이입니다. 지수와 미애의 과거 서사가 밝혀지면서 최근 전작 <치즈인더트랩>과 <세풋보> 초반의 철-미애-진섭에 이어 삼각관계 구도가 등장하는데, 작가님이 특별히 좋아하는 관계 구도가 있나요?
저는 예전부터 대칭되거나 대비되는 설정을 좋아했어요. 어떤 의미가 있다기보다 그냥 좋아서 그런 설정을 주로 쓴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안정감이나 조화로움, 재미를 느끼는 편입니다.
최근까지도 독자들을 철미애파, 진섭미애파로 나뉘게 만들던 모진섭은 미애의 연애 코치를 자처하며 역할이 점점 바뀌고 있어요. 처음부터 진섭이는 이런 역할을 염두에 두셨는지, 그렇다면 진섭미애파, 철미애파로 나뉘는 팬들의 반응을 보고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진섭이는 결과적으로 서브 남주 역할로 만든 캐릭터가 아닙니다. 연재가 끝난 시점이 아니라 자세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각자 주어진 역할에 맞게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독자들의 반응도 연재 초반부에 그렇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이 나오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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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세풋보> 속 최애 캐릭터와 장면이 궁금합니다.
저는 역시 주인공 미애가 가장 좋고,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아직 안 나왔습니다.(웃음) 농담이고, 40화에서 철이가 미애 방의 전등을 갈아주다 미애에게 ‘우리 그냥 친구 하자.’ 공격을 당하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철이와 미애의 연애 이야기 외에도 제일 친한 친구 자리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홍규의 질투, 남자애들 간의 서열 싸움, 서로 섞이지 못할 것 같던 S반 친구들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에피소드 등, 사춘기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을 잘 묘사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세풋보>를 보는 팬들이 작품을 통해 어떤 감정을 느끼길 바라시나요?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미흡하지만 작품에서 그런 감정들이 느껴진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아 기쁩니다.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잊어버리기 전에 그 당시 그 나이의 학생들만이 느낄 수 있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널뛰면서도 담백한 감정들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런 생각으로 새로운 도전이라 여기며 시작한 작품입니다. 이런 것들을 함께 느껴주신다면 그 또한 감사하겠습니다.
<세풋보> 속 철이와 미애는 봄을 지나 어느덧 여름을 맞이했습니다. 철이와 미애의 성장을 함께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연재를 기다려주시고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들에게 늘 감사합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 잘 챙기시고, 계속 저와 함께 작품의 길을 부담 없이 따라가주시면 좋겠습니다.
글. 김윤지 | 이미지제공. 순끼·네이버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