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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9 에세이

그 도시에 가야 해요

2023.10.28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1년 달력을 무라카미 하루키 책으로 ‘쓴다’고 상상해본다. 그럼 2023년 3월은 비어 있게 된다. 4월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은 달로 기록할 수 있다. 그다음 달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달력이 소설이라면, 같은 책을 두 번 읽은 5월은 하루키가 문장에 자주 쓰는 ‘방점’을 찍어야 하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달력을 16년 전으로 넘기면 그해 8월의 자리엔 <해변의 카프카>가 있다.

책을 많이 읽진 못하지만, 읽는 행위에는 나름대로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특히 하루키 책을 볼 때는 괜히 신나는데,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이 많은데도 숙제처럼 느껴지지 않는 게 신기하다. 요즘은 9월에 출간된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고 있다. 이 책에 대해 하루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작품에는 무언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처음부터 그렇게 느껴왔다.” 그가 문예지에 발표했던 글 중 유일하게 책으로 출판되지 않은 작품이 이번 소설이다. 당시 30대였던 하루키가 70대인 지금까지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마음에 품어왔다는 사전지식(?) 덕분에 이 책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지하철에 서서, 방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려서, 긴 명절 연휴 동안, 다양한 상황에서 책을 읽었다. 나는 분명히 도시 안에 있고, 음악도 OTT도 릴스도 있다. 우리의 주인공은 음악도 미술도 없는 도시를 매일 생각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영원히 비밀에 묻힌 곳을 꿈꾸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하루키 소설 속 주인공들의 행로를 쫓아가다 보면 ‘이 사람, 대체 뭐 하는 걸까.’ 싶은 경우가 많았다. 사실 이번 책도 예외는 아니다. 그게 또 재미있으니, 따라갈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이 작품을 이렇게 다시 한번, 새로운 형태로 다듬어 쓸 수 있어서 솔직히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다. 나에게 이 작품은 줄곧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신경 쓰이는 존재였으므로. 그것은 역시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가시였다.” 작가 자신은 신경 쓰였다고 하는데, 나는 이상하게 작가의 고백이 다행으로 느껴진다. 문득 가본 적 없는 곳이 간절하게 그리워질 정도로 힘든 날이면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은 2023년의 10월을 떠올려봐야겠다.


글.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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