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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9 커버스토리

배우 강훈 (1)

2023.10.30

투명하고 깨끗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인 강훈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맑은 이미지와는 달리 의외로 복잡한 인물을 곧잘 맡아왔다. <옷소매 붉은 끝동>(2021)의 열등감 가득한 홍덕로의 불안한 눈빛을 거쳐 <작은 아씨들>(2022)의 성실하지만 어딘지 비밀스러운 하종호, <꽃선비 열애사>의 김시열과 방영 중인 예능 <택배는 몽골몽골>의 천진난만 막내둥이의 모습까지.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강훈이 연기한 ‘정인규’는 이전에 맡았던 인물들보다 한층 더 복잡한 순정을 지닌 인물이다. 짝사랑 상대가 자신의 절친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갈등하는 인규를 가리켜 강훈은 ‘기다려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강훈은 열일곱 살에 인생 전부였던 농구를 그만두고 배우의 길로 뛰어들었다. 차곡차곡 쌓이는 필모그래피에 따라 조금 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도 알게 되는 것 같다는 맑고 깊은 강훈과의 대화를 전한다.


ⓒ 배우 강훈

<너의 시간 속으로>(이하 <너시속>)가 공개된 지도 벌써 2주가 넘었어요. <너시속> 정주행은 마쳤나요?
한 3일 정도 4회씩 끊어서 봤어요. 작품 전 회차가 하루에 공개되는 건 처음이기도 하고, 결말까지 한 번에 다 봐버리면 추억이 빨리 사라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좀 천천히 봤어요. 며칠 뒤에 다시 한번 보려고요.

감독님의 요청으로 원작 <상견니>를 보지 않은 채 촬영을 했다고요. 지금은 원작을 다 봤어요?
얼마 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극이 좀 길기도 하고 하루 종일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 다 보지는 못했어요. 한 10회 정도 봤나? 인규와 원작의 모쥔제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다른 느낌일까, 그 부분을 계속 생각하면서 봤는데요. 엄청 비슷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규와 모쥔제가 가진 생각이나 감정들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캐스팅 당시부터 <상견니>의 모쥔줴와 싱크로율이 높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강훈과 인규의 싱크로율도 궁금한데, 실제로 비슷한 면이 있나요?
무언가를 얘기할 때 생각을 많이 하고 얘기를 한다든가 상대를 배려하려고 하는 게 저랑 좀 비슷한 것 같아요. 근데 다른 부분도 있어요. 저라는 사람은 누군가를 좋아할 때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가 되면 제 마음을 이야기하는 편인데, 인규는 상대를 기다려주고 자기 마음을 조금 늦게 표현하잖아요.

ⓒ 배우 강훈

인규처럼 가장 친한 친구와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인규 같은 상황이라면, 저라도 인규처럼 기다렸을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의 성향이 어떤지 먼저 생각해볼 것 같은데, 민주는 먼저 다가가고 계속 들이대고 그러면 오히려 멀어질 친구잖아요.

상대가 민주가 아니고, 인규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요?
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느낌이라는 게 있어요. 이 친구가 나한테 호감이 생겼구나, 하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들면 제 마음을 좀 표현하려고 하죠. (직진하는 편인가요?) 하려고 노력하죠.(웃음) 노력은 하는데, 당당하게 ‘널 좋아해!’ 이렇게 말하지는 못해요.

<너시속> 촬영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들었어요. 사람들을 웃기지 못하면 잠이 안 왔다고요. 원래 성격이 밝은 편이에요?
그보다는 어두운 분위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물론 진지한 상황에서는 진지해야죠. 그때그때 분위기에 맞추려고 하는 편인데, 그래도 이왕이면 내가 있는 곳의 분위기가 좀 밝았으면 하는 생각이 항상 있어요. 처음부터 안 좋은 분위기로 시작하면 보통 끝까지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뭔가를 시작할 때 좀 밝게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 배우 강훈

얘기를 듣다 보니 궁금해졌는데, MBTI가 뭐예요?
ISTJ? INFJ였나…. 근데 제가 사실 MBTI에 관심이 없어요.(웃음) 정말 E랑 I만 알아요. 이성적, 감성적 뭐 이런 게 있다는 건 아는데 어떤 알파벳이 무슨 의미인지까지는 잘 몰라요. 예전에 A형, AB형 이런 혈액형별 성격 같은 것도 관심 없었거든요.

인규는 한마디로 모범생 같은 인물이잖아요. 실제로는 어떤 학생이었어요?
모범생은 아니었고, 맨 뒷자리에 앉는 학생? 운동부는 항상 맨 뒷자리에 앉잖아요.(웃음) 제가 초등학교는 온전히 다녔는데, 중학교 1학년 중반부터는 농구를 해서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간다든지 하는 추억이 많이 없거든요. 그 대신 전지훈련이나 시합을 다니면서 다른 학교의 친구들이랑 어울린 추억이 있어서, 그게 아쉽지는 않아요. 고등학교 때는 운동을 그만두면서 추억도 많이 쌓고 재밌는 학창 시절을 보냈어요.

소년체전에서 동메달도 딸 정도로 유망주였는데 어쩌다 그만두게 된 거예요?
키가 더 안 자랄 것 같았고요.(웃음) 열일곱 살의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직업으로 성공할 것 같지가 않았어요. 잘하는 친구들도 너무 많고, 운동의 경우 어느 정도 재능이 받쳐줘야 한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두세 달을 ‘내가 이 직업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는데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농구로 성공 못 하겠다.’, ‘농구가 재미없어졌다.’라고요.

ⓒ 배우 강훈

그 후에 바로 배우를 하겠다고 했어요?
한 1년 정도 또 고민을 했죠. 배우라는 직업으로 내가 성공을 할 수 있을까. 농구라는 운동이 재능도 재능이지만 신장도 중요하기 때문에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있다면, 배우는 제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부모님께서 처음에는 반대를 하셨는데, 제가 제 뜻대로 안 이루어지면 아프거든요. 어릴 때 한번은 제가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달라고 했는데 부모님께서 안 된다고 해서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어요. (정말 몸이 아픈 거군요?) 네. 몸이 아파요.(웃음) 그걸 알아서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쉽게 반대를 하지 않으셨어요. 또 제가 장난감 하나를 사달라고 하는 데도 얼마나 고민을 하고 말하는지 알고 계시기 때문에 그런 점을 알아주셨던 것 같아요.

인규뿐 아니라 <작은 아씨들>에서 연기한 종호도 그렇고 짝사랑 상대를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이해해주는 세심한 짝사랑남, 서브 남주역을 많이 연기해왔어요. 반대로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역할을 맡는다면 어떨 것 같아요?
일단 배우로서는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사랑을 받아보는 캐릭터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서요. 쌍방의 사랑도 한번 해보고 싶고요. 근데 최근에 맡았던 역할들이 짝사랑을 많이 했을 뿐이지 제가 그런 연기를 안 했던 것은 또 아니에요. 같은 짝사랑이라 하더라도 잘 들여다보면 그들이 하는 사랑이 다 다르거든요. 종호라는 친구는 짝사랑을 하지만 자기 마음을 계속 표현하는 친구고, 인규는 그러기보다는 기다려주는 친구고요. 그런 걸 발견하는 재미도 있어요. 저도 사랑을 받고 싶지만, 굳이 그런 캐릭터를 찾으려고 하지는 않아요.

이 글은 '배우 강훈(2)'에서 이어집니다.


글. 김윤지 | 사진. 김영배 | 헤어. 조은혜 | 메이크업. 김민지 | 스타일리스트. 홍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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