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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9 에세이

신발장을 열었을 뿐인데

2023.10.28

최근 간단하게 방 청소만 하려던 게 대청소로 번진 일이 있었다. 그리고 간만의 대청소는 내게 예상치 못한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올해 초, 이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방의 개수와 신발장의 크기인데 전에 살던 집에 비해 신발장이 족히 두 배는 넓어졌다. 덕분에 전이었으면 신발장 밖에 나와 있을 신발들이 이사와 함께 모두 신발장 안으로 직행했다. 넓은 신발장을 다 채울 만큼 신발이 많은 편이라 당장 신을 신발을 제외한 나머지를 두세 켤레씩 겹쳐 상자에 욱여넣은 상태로 신발장에 처박아둔 탓일까. 그 많은 신발 중 신는 거라곤 당장 밖에 나와 있는 신발이나 신발장을 열었을 때 눈에 보이는 것뿐이었다.

이사 온 지가 언젠데, 미루고 미루다 큰마음을 먹고 시작한 신발장 청소이니만큼 손이 닿지 않는 신발장 맨 위 칸에 놓여 있던 상자들까지 죄다 꺼내 하나하나 열어보았다. 당연히 스니커즈가 들어 있을 거라 생각한 상자에는 플랫슈즈가, 플랫슈즈가 들어 있어야 할 상자에는 러닝화가 들어 있어 당황하기도 했다. 미리미리 정리 좀 할걸,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한편 선물 포장을 뜯는 듯한 느낌도 들었달까.

의도치 않은 대청소로 새로운 루틴도 하나 생겼다. 외출 전, 신발장 거울 앞에 서서 오늘은 어떤 플랫슈즈를 신을지 고민하는 일이다. 대청소의 가장 큰 수확이 바로 플랫슈즈였기 때문인데, 비교적 부피가 작은 플랫슈즈를 큰 신발 상자 하나에 몰아넣어 신발장 맨 위 칸에 보관해둔 채 여태 까맣게 잊고 있던 탓이다. 신발장에서 발굴한 것까지 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플랫슈즈는 총 여섯 켤레. 그중 요즘 나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건 앞코만 스웨이드 소재인 유광 실버 플랫. 지금 같은 계절엔 스웨이드가 어울리는 듯해 자주 신고 있다. 혹시 요즘 따라 신을 신발이 유독 없다고 느껴진다면 한 번쯤 신발장을 열어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어디까지나 게으른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지만.


글 | 사진.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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