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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2 인터뷰

협동조합 무의 나정민 연구원 (1)

2023.12.06

퍼스널 브랜딩은 개인이 조직 없이도 ‘나’로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회사의 이름 없이 홀로 대단해지는 사람들을, 사람들은 선망한다. 작게 시작해 유명해진 기업의 CEO, 독립해 혼자 일하는 마케터나 프리랜서를 직업인으로 취재하는 인터뷰는 많다. 문득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떠올리고 좋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왜 드러나지 않을까 의문이 생겼다. 사회구조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우리는 ‘활동가’라 부른다. 이들이 하는 일의 가치는 수익보다는 사회구조 개선에 있기 때문에 활동가는 직업적으로 희생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활동가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세상에 필요하다고 여기기에,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세상이 원래 그래, 그러니까 각자도생 해야 해.’라는 사회의 답에 ‘왜 그래야 해? 약자를 보호하고 노동권이 인정받는 사회는 왜 안 되는데?’ 이런 의문을 일로 실천하는 사람들을 빅이슈가 만나려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변화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휠체어 사용자들도 제각각 달라요. 상체와 손을 어느 정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그렇고, 겁이 많으면 움직이는 데에 더 조심스럽죠.” 평평한 서울숲의 낙엽 길을 밟으며 나정민 연구원이 말했다. 그는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활동 중인 협동조합 ‘무의’에서 일한다. 휠체어 사용자들의 개별적인 경험을 모으고 이동 반경을 확장하기 위해 협업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나 연구원은 말한다. 변화는 느리고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온다고.


ⓒ 협동조합 무의 나정민 연구원

무의에서 맡고 계신 업무, 출근 후 일상에 대해 알려주세요.
무의가 협동조합에서 사단법인으로 전환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조직의 체계를 잡는 게 저희의 큰 과제죠. 또 2018년에 제작했던 지하철 휠체어 환승 지도를 업데이트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더불어 시민들과 휠체어 이동 데이터를 모으는 일을 해요. 자료를 보내주시면 제가 그것을 검수하고요. 이게 주요 업무이고, 돌발적으로 생기는 회의라든지 서울시 등과 협의하는 과정이 있고요. ‘모두의 화장실’ 등, 여러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무의에서 일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일반 기업에서 마케팅 일을 했었어요. 여러 회사에서 한 명씩 모인 마케팅 홍보 담당자 모임이 있었는데, 거기서 지금의 무의 이사장님을 만났어요. 다양한 기업에서 모여서 협업도 하고 친분도 쌓고 이런 모임이었는데, 홍윤희 이사장님 페이스북 글들을 보면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 인권에 대해 자각을 많이 했어요. 시간이 흘러서 퇴직하고, 이사장님이 활동을 같이하자고 제안하셔서 시작됐어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죠.

휠체어 접근성 향상을 위한 모두의 1프로젝트는 변호사, 활동가, 건축사, 디자이너의 협업이라는 것이 특징인데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하면서 얻는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뭘까요?
사회문제가 한 사람이나 한 분야로 해결될 수가 없잖아요. 이번 활동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야지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변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논의하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꼭 필요해요. 경사로를 그냥 설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에요. 상점에 설치하는 경우 건물주와의 관계도 있고, 인접한 도로의 점유 문제도 생각해야 하고요.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지하철 환승 지도, 휠체어 소풍 지도 등 지도라는 매개체를 바탕으로 무의의 활동이 펼쳐지는데, 지도가 이러한 활동의 기반이 된 계기가 있었나요?
이사장님의 아이가 휠체어를 타서, 우리 사업의 주제를 이 친구가 만드는 때가 있어요. 어떤 게 필요한지 생각하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 지하철의 경우 휠체어 환승에 대한 정보가 없었어요. 다녀보면 굉장히 복잡하고 환승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거든요. 현장 조사를 할 때도 서울역 같은 경우는 역무원들도 잘 모르시는 거예요. 저희가 많이 헤맸더니 도움을 주셨던 분이, 지하철역 안에서 노점을 하시는 분들이었어요. 항상 캐리어를 가지고 다니시니까요. 사실 지도는 문제가 있다는 걸 표현하기 위한 도구에 가까웠어요.

이 글은 '협동조합 무의 나정민 연구원 (2)'에서 이어집니다.


글. 황소연 |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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