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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3 에세이

수프카레와 브로콜리

2023.12.29

여행을 가면 최대한 그 지역이나 나라의 음식을 다양하게 먹어보자는 주의다. 이번에 갔던 삿포로 여행에서도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 구글맵에 맛집이란 맛집은 죄다 저장해놓았는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생겼다. 바로 삿포로에 도착한 첫날밤 먹었던 수프카레가 그 복병이었다.

삿포로에 도착한 게 오후 5시쯤.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4시면 해가 지기 시작하는 삿포로는 이미 깜깜했고,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호텔을 찾아다니느라 지친 상태에서 구글맵에 저장해두었던 수프카레 가게를 찾았다. 메뉴도, 선택해야 하는 것도 너무 많아 처음에는 좀 헤맸는데, 먼저 카레 종류를 선택하고 그다음에 매운 정도,(너무 매우면 수프카레의 맛을 느낄 수 없으니 참고하자.) 추가할 토핑, 밥의 양을 선택하면 된다. 수프카레와 함께 삿포로에서 꼭 맛봐야 한다는 삿포로 클래식 맥주도 한 잔 주문했다.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한눈에 봐도 어마어마한 양의 수프카레를 카메라에 담은 뒤 가장 먼저 국물만 떠 한입 먹었는데 웬걸 상상했던 거랑은 다른 맛인 거다. 향신료 맛이 많이 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적당히 칼칼한 게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카레보다는 탕이나 찌개를 먹는 느낌이랄까. 물론 똑같은 수프카레라도 가게마다 베이스가 되는 국물 맛이 다르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크게 호불호가 갈릴 맛은 아니다. 무엇보다 수프카레의 포인트는 채소 토핑. 이미 한 번 구워진 채소 구이가 카레 국물을 잔뜩 머금고 있는데, 채소를 싫어하더라도 충분히 즐길 만한 맛이다. 특히 브로콜리 토핑은 꼭 추가해 먹길 바란다. 브로콜리 맛이 자꾸 생각나 삿포로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밤에도 수프카레를 먹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수프카레 밀키트도 사 와 두어 번 정도 해 먹었는데, 얼추 맛은 비슷하지만 그때 그 브로콜리 맛을 재현해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덕분에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는 ‘브로콜리 맛있게 튀기기’가 되었고, 남은 브로콜리를 처리하느라 배달 음식을 먹는 일이 줄었으니 잘된 일일지도. “카레가 맛있어 봐야 카레지!”를 외치던 나를 수프카레 가게로 끌고 가 수프카레의 맛을 가르쳐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글 | 사진.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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