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영상, 화제의 밈,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었다가 얼마 못 가 사라지는 사람들, 댓글 창을 메운 유행어… 올 한 해도 유튜브 속 세계는 참 바쁘게 흘러갔다. 2023년의 끝, 문득 돌아보는 유튜브 세계에서의 기억할 만한 한때.
올해의 가족 - 아이러푸루후, 바오 가족 <에버랜드 – EVERLAND>
ⓒ 유튜브 채널 에버랜드 - EVERLAND
아빠 러바오부터 엄마 아이바오, 첫째 딸 푸바오, 그리고 올해 태어난 쌍둥이 루이바오, 후이바오까지. 비스듬히 등을 기대고 앉아서 대나무를 먹는 모습만으로 충분했다. 그저 존재만으로 힐링이자 기쁨인 판다 가족은 2023년 대한민국의 행복도를 높이는 데 그 누구보다 크나큰 기여를 했다. 각각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와 ‘아이러푸루후’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그 애칭만큼이나 사랑 넘치는 순간을 선물해준 국민 판다 가족. “푸바오, 중국 가지마~.”
올해의 게스트 - 손흥민 <피식대학Psick Univ>
ⓒ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Psick Univ
경기장 밖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축구 선수 손흥민이 피식쇼에 출연했다. 필드를 벗어난 편안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화제였다. 하지만 그의 출연에 대해 힘을 잔뜩 넣은 의전이 아닌, 평소 모습 그대로의 재치 넘치는 농담, 센스 넘치는 질문으로 또 다른 차원에서 월드클래스 토크쇼로서의 격을 보여주었다. 토트넘의 복지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나 토트넘 영양사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고, 경기 중 할리우드 액션 노하우를 배우는 손흥민의 모습을 피식쇼 아니면 또 어디서 보겠는가. 이제, 피식쇼에는 BTS RM, 손흥민 그리고 박재범이 모두 출연했다. 그렇다면 이제 ‘월클라인’ 중에는 봉준호만 남은 것인가.
올해의 재발견 - 아나운서 김대호 <14F 일사에프>
ⓒ 유튜브 채널 14F 일사에프
올해 MBC 예능에서 가장 화제가 된 라이징 스타라면, 김대호 아나운서가 아닐까 싶다. MBC 디지털뉴스국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14F 일사에프>, 그리고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공개되었던 인왕산 자락의 집에서 보내는 자유분방한 일상은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은 자연인의 대명사 기안84와 비견되며 그의 인지도를 순식간에 높이는 효과를 발휘했다. 애착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술을 즐기면서 어쩐지 시큰둥한 태도로 ‘칼퇴’를 갈구하는 모습은 마치, 잘 알고 있던 사람의 예상치 못했던 이면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이었다고나 할까. 어떤 면에서는 평소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마주할 때 느끼는 차이의 매력 같은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올해의 이름 - 카더가든 <내 이름은 카더가든>
ⓒ 유튜브 채널 내 이름은 카더가든
올 한 해 카더가든만큼 많은 별명을 얻었던 사람이 있을까? 킨더가든, 가터벨트, 킨더조이, 가든말든… 웬만한 네 글자는 모두 다 그의 별명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름의 화제성(?)에 힘입어 그의 유튜브 채널도 개설되었는데, 채널명은 무려 <내 이름은 카더가든>. 이만하면 야구 중계에서 그의 이름을 메이트리라고 잘못 쓴 담당자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어마어마한 나비효과를 일으켰다고 할 수 있겠다.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잘못 부르며 놀리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자리 잡을수록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결국 이 채널의 가장 큰 성과는 별명 수만큼이나 무수한 카더가든의 가능성을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는 점 아닐까.
이 글은 '2023, 유튜브에서 보낸 한때 (2)'에서 이어집니다.
소개
김희진
글팔이 독거 젊은이.
글.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