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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4 빅이슈

건대입구역 김동훈 빅판 (2)

2024.01.11

이 글은 '건대입구역 김동훈 빅판 (1)'에서 이어집니다.

건대입구역 김동훈 빅판

그 무거운 아이스박스를 메고 산을 오르내리는 일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산 정상까지 아이스크림을 짊어지고 올라가서 일곱 시간 정도 팔고 또 산에서 내려오는 거예요. 그러고 월요일이 되면 굉장히 피곤해요. 몸이 여기저기 막 아프고요. 그럼 월요일에는 찜질방에 가서 몸도 지지고 쉬었죠. 그러고 또 찹쌀떡 팔러 나서고요. 일주일이 그렇게 고단했어요. 참 열심히는 살았어요. 그렇게 살았으니 혈압도 이렇게 오르고 몸이 망가졌죠.(웃음)

사람들이 산 정상에서 아이스크림을 많이 사 먹나요?
애들은 거의 다 사 먹죠. 아이들이 오면 더 크게 “아이스크림~” 하고 소리쳤죠.(웃음) 산 정상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맛있겠어요. 아이스크림을 정상까지 가져가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파는 재미가 있었어요.

나들이 철과 다른 때의 판매량 차이가 컸을 것 같은데요.
아이스크림 판매 상황은 프로야구 시즌과 거의 비슷합니다.(웃음) 4월, 5월, 6월이 성수기! 7~8월은 아이스크림 비수기, 워낙 더우니까 사람들이 산에 안 올라오죠. 9~10월은 다시 성수기. 1년에 5~6개월 판매하는 거라고 봐야죠. 추워지면 아이스크림을 안 사 먹거든요. 겨울철에는 찹쌀떡만 팔고, 이렇게 했죠.

그렇게 열심히 사셨는데어쩌다가 형편이 어려워지셨어요?
그렇게 열심히 생활하다 보니 먹고살 만했어요. 현금이 바로바로 생기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다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빚이 생겼어요. 생활이 어려워지니 《빅이슈》가 딱 생각나더라고요. 근데 너무 창피한 거예요.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빅이슈》를 팔아야 하나, 이건 찹쌀떡 파는 거보다 인생이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 같은데.(웃음) 근데 내가 하겠다고 한다고 날 판매원으로 써줄까? 기초생활수급자도, 장애인도 아닌데 안 써주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했어요.(웃음) 그러다 용기 내서 빅이슈 사무실에 전화를 했죠. 제가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쭈뼛거리며 “제가 지금 노숙은 안 하는데… 노숙 직전인데요. 그래도 판매할 수 있나요?” 하고 물어봤죠.(웃음) 그랬더니 사무실에 와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약속 잡고 사무실을 찾아갔어요. 빅이슈 사무실이 있는 뚝섬역에 거의 다 도착하는 참에 통화했던 코디님한테 전화가 딱 오더라고요. 그래서 뚝섬역에 거의 다 왔다고 했더니 코디님이 역까지 나와 계시더라고요. 아니, 내가 무슨 아기도 아니고 역까지 마중 나오셨나 했어요.(웃음) 제 발길이 무거울 걸 알고, 저를 생각해서 나와주신 거였어요.

판매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빠르게 적응하셨다고 들었어요.
제가 전에 장사를 해봤잖아요. 그래도 처음에는 약간 머뭇거리게 되더라고요. 좀 창피하기도 하고요.(웃음)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은연중에 빅판에 대한 편견을 좀 갖고 있었나 봐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 없이 열심히 하고 있어요. 낮에는 초록색 조끼 입고 공공근로를 하고, 저녁에는 빨간색 조끼 입고 《빅이슈》를 팔아요.(웃음)

찹쌀떡과 아이스크림을 판매한 경험이 있어서 《빅이슈》 독자들을 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으셨겠어요.
바로 며칠 전 일이었어요. 한 손님이 제 어깨를 툭툭 치는 거예요. “한 권 줘봐.” 이러면서 욕설을 내뱉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욕은 하지 마시지요.” 그랬더니, “욕하는 게 좋은 거야. 니들은 강인한 인간들이야.” 이러더라고요. 그냥 정중히 거스름돈 드리며 웃으면서 “네, 들어가세요.” 하고 말았지만 기분이 영 좋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친절하고 좋으세요.(웃음)

새해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으세요?
제가 좀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는 저에게 아주 힘든 해였어요. 올해는 작년보다 낫겠죠.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인데요. 등산도 좋아하고, 술도, 여행도 좋아해요. 올해는 등산도 하고 여행도 좀 하고,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소망이 대단한 건 아니고요, 예전에 하던 거.(웃음) 그 생활을 다시 찾고 싶어요.


글. 안덕희 |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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