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크리에이터들을 주인공으로 제작된 실사 결합 애니메이션 <도티와 영원의 탑>은 자신만의 콘텐츠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크리에이터 도티(나희선), 옐언니(최예린), 밍모(이민호)의 출연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크리에이터인 본인을 실사와 애니메이션 캐릭터 목소리 연기를 통해 표현하며 크리에이터로서 보여주었던 모습을 스크린 속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영화를 통해 크리에이터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들은 크리에이터로서 존재감과 인기를 입증했지만 여전히 도전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고 말한다. 현실과의 경계가 사라진 게임 세상 속, 한계 없는 크리에이터들의 모험을 담아낸 <도티와 영원의 탑> 도티, 옐언니, 밍모를 만나 캐릭터와의 싱크로율부터 슬럼프 극복 과정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도티, 옐언니, 밍모
“한창 혼란스러울 때 도티가 망하면 인간 나희선도 망하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팬분들이 있어서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여전히 재밌어요.’라는 짧은 메시지로도 힘을 얻거든요.
시청자가 줄어들고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이전 같지 않더라도
여전히 내 영상을 보면서 하루에 20분을 즐겁게 채워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죠.”(도티)
세 분 다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죠?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도티 오랫동안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면서 유튜브 외에도 방송이라든지 강연이라든지 다양한 영역에 대한 시도를 해왔어요. 그런데 영화에 출연한다는 건 또 새로운 경험이잖아요. 출연 제의가 와서 기꺼이 해보겠다 했죠. 만약 크리에이터 IP로 만들어진 영화가 잘되면 다른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으니까 약간의 사명감도 있었고요.(웃음)
옐언니 저 또한 정말 많은 도전을 해왔는데 이 영화 자체가 엄청 새롭잖아요. 분명 큰 도전이 될 거고, 앞으로의 성장에 큰 자극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많은 분들에게 크리에이터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죠.
밍모 크리에이터들의 특징인가 봐요.(웃음) 저도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사실 저는 처음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제가 어떤 역할인 줄도 몰랐어요. 연기나 더빙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당연히 엑스트라나 단역일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맡게 돼서 놀랐죠.
실사와 3D 애니메이션이 합쳐진 연출이 특히 눈에 띄어요. 현실의 크리에이터를 3D 캐릭터로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지만, 실사 연기는 물론 애니메이션 캐릭터 더빙까지 해내야 해서 두 배로 힘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도티 연기 학원에서 수업을 세 달 정도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이게 정말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느꼈죠. 연기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장난스럽게 느껴지면 안 될 텐데 하는 걱정도 있었고요. 제가 게임을 활용한 상황극 콘텐츠를 꾸준히 해왔어서 더빙은 비교적 익숙했는데, 영화 더빙은 호흡처럼 디테일한 부분도 신경 써야 해서 어려움을 느꼈어요.
옐언니 저는 오히려 두 배로 재미있는 경험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연기와 더빙 모두 살면서 꼭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거든요.
밍모 저는 연기를 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게, 캐릭터에 몰입을 해야 하잖아요. 근데 그 캐릭터가 크리에이터 밍모, 즉 저란 말이죠. 그냥 저 자신한테 몰입을 하면 되는 건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심지어는 ‘나 평소에 방송 어떻게 했더라?’ 이런 생각까지 했어요.(웃음) 닮은 면이 있지만, 캐릭터 밍모는 이기는 데에만 집중하고 또 엄청 긍정적이에요. 반면 현실의 밍모는 여러 변수를 생각해보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몰입을 위해 하루는 긍정적인 콘셉트를 잡고 영화 캐릭터로 살아보기도 했었죠.
크리에이터인 자신을 연기한 거잖아요. 실제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참고해서 말투부터 사소한 행동까지 캐릭터에 최대한 많이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들었는데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예요?
밍모 저는 사실 이게 좀 어려운데 그러니까 극 중에서도 현실에서도 저는 밍모라는 유튜버잖아요. 근데 어떻게 보면 밍모라는 유튜버도 이민호라는 사람이 연기하는 유튜버거든요. 그 부분에서 조금 혼란이 왔어요. 나는 이민호인가 밍모인가… 현실의 유튜버 밍모와 캐릭터 밍모는 또 뭐가 다른가(웃음) 뭐 이런.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거의 99프로였다고 봐요.
옐언니 주변 사람들을 아끼고 챙겨주려고 하는 점들이 실제 저와 좀 비슷했어요. 다른 점이 있다면 캐릭터 옐언니는 게임을 잘한다?(웃음) 실제 옐언니는 게임을 너무너무 못하거든요.
도티 극 중 도티는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캐릭터다 보니까 굉장히 정의로워요. 영화에 “도티 쟤 또 착한 척하네.”라는 대사도 나올 정도예요. 그만큼 정의롭고 훌륭하고 어린 친구들이 보기에 되게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실제로 저는 그냥 평범한 아저씨에 가깝거든요.(웃음) 그게 좀 어색했죠. 캐릭터 도티와의 싱크로율이 높다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캐릭터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달까요. 도티를 보면서 ‘아, 나도 저런 모습으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이 글은 '<도티와 영원의 탑> 도티, 옐언니, 밍모 (2)'에서 이어집니다.
글. 김윤지 | 사진. 김화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