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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6 컬쳐

언젠가 다시 만날 계절, 쎄쎄종

2024.02.14

바닐라 타르트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다. 알면서도 이별은 늘 아쉽다. 그만큼 좋아했기 때문에. 문득문득 부재를 느끼며 허전할 마음은 온전히 나의 몫이겠으나 안녕은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임을 믿으면서, 너무 슬퍼하지 않기로.

파티세리 ‘쎄쎄종’이 올해 1월에 매장 영업을 종료하고 2월부터는 몇 가지 제품만 예약 판매하는 방식으로, 올해 상반기까지만 운영한다. 다행히 마지막 안녕까지는 시간이 남았기에 남은 날도 부지런히 다니기로 하면서, 함께여서 행복했던 지난날을 떠올려본다.

쎄쎄종을 처음 만난 건 2019년 초였다. 지인이 쎄쎄종의 전신인 ‘파티스리 마담비’ 때부터 워낙 좋아하는 곳이라고 하기에 궁금해서 방문했던 게 계기였다. 그때부터 쎄쎄종은 내게도 고스란히 ‘워낙 좋아하는 곳’이 되었다.

쎄쎄종의 매력은 ‘담담하고 우아한 친절’이다. 디저트의 맛이 한 방향으로 튄다거나, 갈피를 알 수 없게 복잡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설득력이 있다. 편안하지만 깊이가 있고, 다채롭고 새로운 시도를 만나더라도 긍정적으로 와닿는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섬세하고 정교한 균형감이다. 그리고 항상 변함이 없는 맛.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는데 쎄쎄종은 언제나 이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

2019년의 쎄쎄종

2019년의 쎄쎄종 / 죽향 프레지에

담담하고 우아한 친절
불어로 ‘그 계절’을 뜻하는 이름처럼 쎄쎄종은 계절마다 찾아오는 메뉴가 있고, 내게는 그 메뉴들이 돌아올 계절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봄에는 화사한 블루베리 라벤더 타르트와 사랑스러운 아무르 쎄종, 여름에는 달콤하고 고소한 초당(옥수수), 가을에는 부드럽고 포근한 풍미의 몽블랑, 겨울에는 딸기에 대한 이상향을 고스란히 담은 프레지에, 딸기로즈. 그리고 곱고 귀여운 설향까지. 이 밖의 모든 계절을 함께하는 바닐라 타르트나 어느 한때에만 만나볼 수 있는 디저트 덕분에 참 부지런히 다녔다. 그중 ‘실키로즈’라는 은은한 장미 향의 아름다운 무스케이크는 수년 전 딱 한 번 만났음에도 이따금 회상하며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던 디저트다. 이제는 더더욱 기약이 멀어졌지만 그래서 다시 한번, ‘있을 때 소중히 하자.’는 진리를 되새긴다.

아무르 쎄종 / 초당(옥수수) / 몽블랑 / 크리스마스 쎄종

1월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어느 날. 날도 흐리고 추웠지만 그래도 기어이 방문해서 몽블랑 하나를 샀다. 그 전날 이미 설향과 프레지에를 먹었음에도 몽블랑이 내내 눈에 밟혔던 탓이다. 제법 오랜만에 먹는 몽블랑은 여전히 맛있었고, 내가 생각하는 쎄쎄종의 맛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또 한번 속으로 015B의 ‘이젠 안녕’을 불렀더랬다.

5년 전 지인에게 들었던 말처럼, 쎄쎄종의 다음 계절을 ‘워낙 좋아하는 곳’이라 기쁘게 소개해줄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어느 계절에든,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벚꽃

쎄쎄종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146길 39 1층
목~일 12:30~18:30
(2월 이후 영업 일정은 공식 계정 확인)
인스타그램 @cettesaison_official

소개

김여행
먼 타지로 떠나는 여행이든, 동네 카페 투어든, 항상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하는 가장 보통의 직장인. X 계정 @_travelkim


글 | 사진. 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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