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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6 인터뷰

케이팝포플래닛 이다연 캠페이너

2024.02.15

케이팝 가수들의 앨범 판매량은 매해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케이팝 인기의 방증이기도 하지만, 국내 음반 시장이 커지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불필요한 중복 소비를 유도하는 포토 카드나 팬 사인회 응모권 등의 부속품을 얻기 위해 같은 음반을 대량 구매한 팬들이 정작 실물 CD는 버리면서 음반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 그리고 이런 실물 음반 쓰레기에 대해 불편함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 또한 바로 소비자인 케이팝 팬들이다. 2021년,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기후위기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한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은 실물 음반 과소비를 부추기는 기획사의 상술로 발생한 앨범 폐기물을 기획사에 반환하며 팬들에게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권리’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다연 캠페이너가 있다.


이다연 캠페이너 © 케이팝포플래닛

케이팝포플래닛 활동의 영향력을 인정받아 BBC 2023년의 여성 100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이름을 올렸어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굉장히 놀랐고 또 기뻤어요. 비록 명단에는 제 이름이 올라갔지만, 케이팝포플래닛의 모든 활동가들과 캠페인 활동을 함께 해주신 케이팝 팬분들이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해요.

케이팝 팬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단체를 조직한 건 케이팝포플래닛이 첫 사례예요.
단체를 조직한 건 처음이지만, 케이팝 팬들은 이미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따서 숲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기후행동에 동참해오고 있었어요. 이러한 케이팝 팬들의 선한 영향력과 결집력을 모아 좀 더 본격적으로 기후행동을 하면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누룰 사리파 캠페이너와 함께 케이팝 팬들을 위한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을 구상하고 조직하게 되었어요.

케이팝포플래닛의 활동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케이팝을 오래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잖아요. 덕질은 어떤 팀이었나요?
처음으로 케이팝에 빠지게 된 건 초등학생 때 비스트(현 하이라이트)라는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게 되면서였어요. 음악 방송을 보면서 중독성 있는 노래와 화려한 퍼포먼스에 매력을 느꼈어요. 본격적인 덕질은 중학생 때부터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제 ‘최애’는 에스파이고요.(웃음)

케이팝포플래닛은 여덟 명의 다국적 활동가와 다수의 앰버서더로 구성되어 있어요. 단체 내 활동가와 앰버서더의 역할도 궁금합니다.
활동가는 케이팝포플래닛의 고정 멤버로, 케이팝 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계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앰버서더는 좀 더 유동적으로 케이팝포플래닛 활동에 참가하고 싶은 팬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함께 SNS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해 주변 지인들에게 캠페인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활동가나 앰버서더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나요?
우선 반드시 케이팝 팬이어야 해요. 팬으로서 케이팝 팬덤의 문화와 정서를 잘 이해하시는 분을 찾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기후행동에 대해서는 그다지 박식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적극적인 실천과 행동으로 미래를 바꿔나갈 열정과 의지를 가진 분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저도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로서 활동하며 기후 문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기 때문에, 배움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신 분이라면 누구든지 환영입니다!

실제로 활동가들이 모두 케이팝 ‘덕후’이다 보니 확실히 케이팝 팬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캠페인을 기획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관심을 받았던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캠페인도 그렇고요. 기후 변화로 사라지고 있는 꿀벌 탈을 쓰고 국내 대형 기획사들 사옥에 찾아가 해당 기획사에 소속된 아이돌 앨범 폐기물을 반환하는 ‘꿀벌 퍼포먼스’를 선보였죠.

팬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무리 다급하고 중요한 문제라도 그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으면 행동을 이끌어내기 어려워요. 실제로 스트리밍 캠페인의 콘텐츠로 만들어 올린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의 탄소 배출 문제에 대한 만화가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큰 반응을 얻기도 했는데, 이처럼 케이팝 팬으로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던 문제를 캠페인에서 다루려고 해요.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캠페인 / ‘현대, 석탄 멈춰’ 캠페인 ©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인 이후, 기획사들도 실물 앨범 문화 개선에 조금씩 동참하기 시작했죠. 실제로 다수의 아이돌 그룹이 CD 없는 앨범이나 친환경 소재로 제작된 앨범을 발매했고요.
팬들의 목소리를 인지하여 기후행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신호예요. 하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 상황이에요. 케이팝포플래닛이 캠페인을 통해 메인으로 요구했던 조건은 ‘그린 앨범 옵션’으로, 앨범을 대량으로 구매하더라도 실제로 필요한 몇 장만 선택해서 받을 수 있는 옵션을 영구적으로 넣어달라는 내용이었어요. 비록 디지털 플랫폼 앨범(실물 CD 없이 앱에서 다운로드해 들을 수 있는 음원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음반. 포토 카드 등 앨범 내 부속물은 별도로 제공한다.)을 통해 실물 앨범 쓰레기를 줄이려고 한 것은 좋은 시도이나, 강하게 요구했던 그린 앨범 옵션이 시도되지 않은 점은 아쉬워요. 실제로 2023년 앨범 판매량은 전년 대비 무려 49%가 증가해
1억만 장을 넘었어요. 엔터사들의 기후 환경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최근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진 만큼, 엔터사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역시 실질적인 해결을 엔터사에 요구하고자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캠페인 시즌 2를 준비 중입니다.

실물 앨범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캠페인에서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캠페인 대상을 넓힌 케이팝포플래닛은 케이팝을 매개로 점차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요.
2023년에는 케이팝 산업 외의 다른 산업계의 환경문제에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응원하는 케이팝 아이돌이 다양한 산업계에 앰버서더로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지금, 그 산업계들이 화석연료를 쓰고 탄소를 배출해 팬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협한다면 다 같이 목소리를 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 석탄 멈춰’ 캠페인도 진행했는데요. 국내 대표 기업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는 BTS를 앰버서더로 기용해 지속 가능한 이미지를 홍보해왔고, 팬덤인 아미들은 이를 응원해왔어요. 하지만 현대차가 생산하는 전기차에 들어갈 알루미늄 생산을 위해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하는 인도네시아 기업 아다로미네랄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을 알고, 아미들은 현대차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현대차는 ‘친환경 알루미늄’이라고 홍보해왔지만, 이는 명백한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에요. 그래서 저희 케이팝포플래닛은 케이팝 팬들과 함께 현대차가 재생에너지로 만든 진정한 친환경 알루미늄을 사용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현대차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때까지 올해도 캠페인을 이어갈 예정이에요.

큰 기업들을 타깃으로 활동하다 보니 막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을 하다 보니 중간중간 막막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어요. 하지만 스트리밍 캠페인 ‘멜론은 탄소맛’ 같은 경우에도 국내 대기업 중 하나인 카카오 산하에 있는 멜론을 대상으로 진행했지만, 결국 팬들의 목소리가 닿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클라우드로 이전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이렇듯 케이팝 팬들의 목소리는 강력한 힘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도 케이팝 팬들은 단순히 덕질만 하는 집단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팬들이 지속 가능한 미래에서 오래 케이팝을 좋아할 수 있도록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이런 마음이 원동력이 되어주는 게 아닐까요?


글. 김윤지 | 이미지 제공. 케이팝포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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