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없고 콘텐츠는 너무 많다! 매번 어떤 콘텐츠를 볼까 고민만 하다 시작조차 못 하는 이들을 위해 일단 시작하면 손에서 놓지 못하는 웹소설을 소개한다. 키워드가 취향에 맞는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화’만 읽어보자.
글. 김윤지
NPC, 논플레이어 캐릭터. 즉 사람이 직접 플레이하지 않는 캐릭터를 뜻하는 NPC 뒤에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작품은 막연히 상상만 해왔던 NPC의 이면을 조명한다. 게임 <더 프론티어>의 스타팅 마을 엘체. 작품은 엘체의 젊은 이장인 NPC ‘소금’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소금의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그 외의 시간은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핫초코를 타 먹다가도 근무시간이 되면 고정 위치로 순간 이동되고 유저가 입장하는 순간 행동이 통제되어 무엇 하나 제 의지대로 할 수 없다. 물론 보는 눈이 없을 땐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하지만, 그것도 한정된 공간 내에서나 허용되는 일. 소금이 NPC가 된 이후로 이 오두막을 한 발자국도 벗어나 본 적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절로 짠한 마음이 든다.
한때 이 게임의 유저였던 소금은 언제부터 이런 삶을 살아온 걸까. 하는 진지한 감상은 ‘NPC 오타쿠’이자 자칭 ‘소금 남편’인 지논의 등장과 함께 깨진다. 이장의 집 경비견으로 유명한 지논은 뉴비가 아닌 이상 모두가 아는 유저로 소금에게 말을 거는 모든 유저에게 시비를 걸어대는 게 일상이다. NPC와의 호감도를 쌓기 위한 ‘NPC 호감도 시스템’ 퀘스트를 위해서는 이장의 집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막 게임을 시작한 유저라면 무조건 소금에게 말을 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데 말을 걸지 못하게 하다니. 게다가 대부분의 유저는 퀘스트를 마치고 나면 소금을 찾아오는 일이 없는데, 지논은 왜인지 그 이후로도 매일 소금을 찾아온다. 처음엔 소금이 유저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는데, NPC라는 걸 알고도 1년 6개월째 소금을 찾아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친절한 NPC에게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런 말을 하는 거냐는 둥 되지도 않는 독점욕을 보이며….
하지만 지논의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집착과 플러팅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소금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NPC는 유저의 앞에서 자유 의지를 내보일 수 없는 캐릭터니까. 제 속마음이 어떻든 지논이 NPC가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선물하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다. 이렇듯 분명 자아가 있음에도 자아를 빼앗긴 채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소금의 모습을 보다 보면 얼른 저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퀘스트를 달성하고 원하는 보상을 얻는 순간 가차 없이 스킵 버튼을 눌러버리는 유저들에 늘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는 소금의 모습엔 잠시 자기반성을 하게 되기도…. 대체 현실에서 어떤 삶을 살기에 이뤄질 수도 없는 상대에게 저토록 목을 매는 건지 지논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적어도 5화까지는 지켜보자. 정체를 알게 되면 대체 왜 NPC와의 로맨스를 꿈꾸는 건지 그를 더욱 이해할 수 없게 되니. 아, 팁을 하나 주자면 매화 마지막에 나오는 ‘TIP!’을 그냥 지나치지 마시라.
- 장르: BL
- 회차: 111화(24년 3월 7일 기준, 미완결)
- 플랫폼: 리디북스
- 키워드: #가상현실게임물 #현대물 #개그물 #집착공 #소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