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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3 스페셜

리뷰의 미래 - 상품부터 콘텐츠까지, 발전하는 리뷰의 형태

2024.07.22

글. 황소연

체험단 리뷰에 생긴 변화

소비자24 홈페이지

‘소비자24’라는 사이트가 있다. 빵, 커피 같은 가공식품을 비롯해 의약품, 책, 생활가전 등 유통되는 다양한 상품의 기본 스펙을 소비자에게 전하는 포털이다. 원재료와 칼로리, 생산된 공장 주소까지 적혀 있으니 구매하기 전 참고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형태의 리뷰라고도 볼 수 있겠다.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홈페이지의 다른 정보인 ‘비교공감’에서는 좀 더 복잡한 형태의 리뷰를 전하는데, 같은 장르의 여러 상품의 품질 등을 비교하는 형태다. 매운맛 소스에 캡사이신이 어느 정도 들어 있는지, 각 텀블러의 보온·보냉 성능은 어떤지, 압박스타킹의 부위별 압박 정도와 내구성은 어떤지를 상품별로 비교하는 것. 카드뉴스 형태라는 점만 제외하면, 온라인 커머스나 유튜브의 별점, 줄글 상품 리뷰와 핵심을 공유한다.

물론 우리는 ‘소비자24’에 접속하는 대신 소셜커머스의 별점 리뷰와 릴스로 된 리뷰를 본다. ‘가성비’에 있어 물러서고 싶지 않은 마음,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 똑같은 물건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스크롤을 내리게 만든다. 기본적인 생산 정보나 제품의 패키지, 광고만으로 더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는 것은, 수많은 소비자 체험단 리뷰의 변화상이 증명한다. 블로그 협찬이나 ‘단순 선물제공’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 체험단 리뷰에 생긴 변화는 작성하는 사람들이 관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 이전과 달리 협찬 받은 제품에 대한 아쉬움이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는 아니더라도 한두 줄 언급한다는 게 눈에 띈다. 주관적으로 쓸 수 있는 ‘내돈내산’ 스타일 리뷰가 신뢰감을 얻는다는 점을 반영한다.

연프리뷰와 살림하는 도로로 공통점

ⓒ유튜브 채널 <찰스엔터>

이런 리뷰 트렌드는 유튜브의 콘텐츠 리뷰와 어떤 관계를 가질까. 외국의 리스너들이 유튜브에 주로 업로드하는 케이팝 뮤직비디오 리액션을 보면, 놀람과 감탄을 넘어 눈물을 흘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영상이 적지 않다. 유튜브가 나의 감상을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는 장임을 상기한다면, 똑같은 뮤직비디오라도 반응하는 사람이 달라서 계속 보게 되는 리액션의 높은 몰입도가 설명된다. 사람들은 이미 리뷰에서 남다른 반응을 짚어낼 줄 안다. 게다가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도 타인이 내 리뷰를 보고 칭찬하거나 갖가지 반응을 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콘텐츠 리뷰의 콘텐츠화’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연애 프로그램은(이하 연프) 안 봐도 연프 리액션은 본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렇다. 유튜브 채널 <찰스엔터>의 찰스는 연애 프로그램을 보고 터져 나오는 날것 그대로의 찰진 리액션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연프뿐 아니라 <선재 업고 튀어>와 같은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의 리액션도 같은 맥락에서 인기인데, 울면서 웃는 모습, 출연진들의 선택을 보고 짓는 의문 가득한 표정, ‘급정색’ 등의 반응은, 리뷰 대상인 콘텐츠의 전후 맥락에 따라 전개되기 때문에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성격의 리액션이다. 게다가 이런 리뷰어들은 재미가 없으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연출이나 편집 과정에서 설득되지 않는 부분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사람들은 이런 점에 재미와 진정성을 느낀다.

살림하는 도로로 X 계정

최근 X(구 트위터)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리뷰 계정, ‘살림하는 도로로’는 앞으로 인기 있을 리뷰의 형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캐릭터 같다. 상품 리뷰어라는 정체성을 갖고 계정을 운영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익숙한 평점을 매긴다. 꼼꼼하게 제품을 리뷰하면서도 종종 바이럴에 속아 넘어가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귀여움을 동시에 사고, 계정으로 들어오는 광고는 단칼에 거절하면서 리뷰를 보는 사람들과의 라포를 형성하는 리뷰어. 리뷰가 콘텐츠가 되고, 다시 그 리뷰를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리뷰 생태계에서 <찰스엔터>나 ‘살림하는 도로로’처럼 개별적 서사를 쌓아가는 리뷰어들의 강세는 당연한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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