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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34(커버 A) 컬쳐

CULTURE_YOUTUBE - 강남맘은 왜 웃길까

2025.05.19

〈Jamie맘 이소담 씨의 별난 하루〉

개그우먼 이수지의 유튜브 콘텐츠 ‘Jamie맘 이소담 씨의 별난 하루’ 조회 수가 843만 회를 넘었다.(3월 24일 기준) 많은 이들이 이 콘텐츠가 ‘대치동 엄마’들의 겉모습부터 생활방식을 잘 고증했다고 입을 모은다. 댓글 창에도 이런 인물을 실제로 봤다는 경험담이 많다.

기저귀를 떼지 못했을 정도로 어린 자녀에게 선행학습을 시키는 황당무계한 사교육 시장 묘사에 대한 공감일까. 사실 우리는 이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을 2018년 JTBC에서 방영한 〈SKY 캐슬〉부터 이어지는 사교육 드라마에서 자주 봐왔다. 극의 성격상 심각하고 비장한 톤의 장면이지만 과외 선생님에게 무릎을 꿇고 “뭐든지 감수하겠다”고 맹세하고 자녀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 별별 일을 다 한다. 이후 방영된 〈그린 마더스 클럽〉과 지금 방영 중인 〈라이딩 인생〉에서는 자녀들 연령대가 초등학생으로 낮아진다. 핵심은 이렇다. 엄마들의 욕망이 얼마나 치열하고 과도하게 확장되어가는가. 그 안에서 과연 아이들은 제대로 성장이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엄마들의 욕망이 정녕 자신에게서 발화되었는지 하는 것이다. 교육으로 계급을 물려주고자 하는 한국 사회, 과열된 주변의 분위기, 시부모나 남편의 요구와 맞물려 ‘사교육맘’은 육성되고 있다.

Jamie맘은 본인은 명품 패딩과 가방을 들고도 과외 선생님 거마비로 5000원을 건네고, 아이가 과자 개수를 세어보고는 조금밖에 안 된다고 투정하자 ‘영재적인 모먼트’라고 기뻐한다. 콘텐츠에선 이전부터 육아하는 엄마들에게 달라붙던 키워드, ‘브런치’, ‘명품’, ‘영어와 한국어의 혼용’ 키워드가 활용된다. 댓글에서 웃음 포인트로 꼽는 부분을 잘 읽어보면 무엇이 800만 조회 수를 만든 이들에게 소구했는지 알 수 있다. 이수지의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되자 불똥은 이상한 곳으로 튀었다. ‘라이딩 맘’의 코미디 요소가 배우 한가인의 개인 유튜브 채널 영상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었다. 이어 한가인의 해당 영상에 악플이 달렸고, 이 콘텐츠는 비공개 처리됐다. 한가인이 극성이다, 유별나다는 댓글도 뒤따랐다. 사람들은 이 ‘코미디’를 보고 과도한 사교육 시장과 갈수록 불균등해지는 한국 교육의 현실을 떠올리지 않았다.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아이의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는 한 여성 연예인을 연상했다. 분노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우스워하는 건 과열된 사교육 시장일까, 아니면 그 안에서 종종거리는 ‘극성맘’일까? 이수지의 해당 개그를 신선하고 새롭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특정 여성 집단을 희화화하고 그들 개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한국 사회의 문제를 퉁치고 넘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에서 풍자는 늘 가장 만만하고 약한 고리를 향하기 일쑤다.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다. 제이미맘 영상에서 아이를 훈육할 때 등장하는 말투 “~하지 않아요”에 대한 것이다. 이 역시 부자연스럽고 극성맞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15년 전에 키즈카페 등지에서도 직원 및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서 사용이 권장됐던 표현이다. 딱히 ‘강남맘’이 유별나고 이상한 말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콘텐츠를 보고 웃지 말자는 게 아니다. 왜 웃긴지 생각해보자는 거다.

사진.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

글.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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