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에 바로 적용 가능한 절약 스킬
플렉스의 반대편에 자리 잡고 일상의 절약을 실천하는 이들에게, 아껴 쓰고 자제하는 비법을 물었다. 구매 전 세 번 생각하고, 한 달 예산 정하기, 보다 미니멀해질 앞날을 상상하기. 쉽고도 어렵게 느껴지는 지출 규칙을 조금씩 달성해가는 두 사람의 절약 기록을 소개한다.

집밥과 도시락으로 잡은 지출의 흐름
또롱 (레시피 계정 @ddolongs_meal 운영)
절약의 필요성을 체감했던 때는?
우선 크게 건강과 저축으로 나누어 얘기해야 할 것 같다. 4년 전, 취업을 서울로 하게 되어 원룸에서 월세를 내며 1인 가구로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쁘게 출퇴근하며 외식, 배달 음식에 찌들어 살았다. 3개월 만에 살이 10㎏이 쪘고, 월세보다 더 많은 돈이 식비로 나가더라. 게다가 임대인이 보증금으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행위를 보고,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출을 가장 쉽게 줄일 방법은 뭘까 고민하다가 건강도 되찾을 겸 배달 음식의 비중을 낮추자고 결심했다. 현재까지 집밥과 도시락으로 식비를 줄이고 건강도 찾고 있다.
요즘 가장 공들이는 절약 영역과 그 이유는?
내가 최대한 줄이고 있는 영역이 식비다. 외식은 지출이 엄청나다. 추가로 절약하는 부분은 쇼핑인데, 원래 쇼핑을 좋아했던 사람이라 한 달에 몇 십만 원도 썼다. 입던 옷만 입는 나를 돌아보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는 것으로 스스로와 합의를 봤다.
직접 도시락을 만들면서 생긴 변화는?
처음에는 모은 돈이 거의 0원이었는데, 현재는 차곡차곡 잘 모으고 있다. 특히 평일 점심과 저녁 식비가 이전에 비해 한 달에 70만 원 정도 줄었으니, 그대로 저축만 해도 1년에 840만 원을 모을 수 있는 셈이다. 건강도 좋아졌다. 외식과 배달로 식사할 때는 살이 쪘을 뿐 아니라 출근길에 쓰러지는 일도 있었고, 위염과 장염을 달고 살았다. 지금은 가끔 감기 걸리는 것 외에는 멀쩡하다.

도전하고 싶은 절약 영역은?
전기세나 수도세에 있어선 절약 정신이 식비만큼 좋은 것 같지 않다. 자주 잊게 되는데, 올해는 이 부분을 줄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반드시 지키는 절약 규칙은?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더라도 구매 전 세 번 생각한다. 분명히 없어도 되는 물건도 있다.
그래도 돈을 아끼지 않는 분야는?
여행과 미용에는 아끼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가능한 선에서, 과하지 않게 지출한다.
무엇을 얼마나 쓰는지 아는 것이 절약의 시작
류희정 (앱 서비스 기획자)
절약의 필요성을 체감했던 때는?
서울살이를 꾸려나가기에 월급은 터무니없이 적었고, 월급이 오르는 속도보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빨랐다. 절약이 계속되면서 점차 절약이 내 일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됐다.
‘#오운완’처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인증하고 싶은 자부심이 될 때도 있었지만, 시작은 현실적인 이유였다.
요즘 가장 공들이는 절약 영역과 그 이유는?
상처가 난 못난이 과일(흠과)을 사서 아침 주스를 갈아먹기 시작했다. 절약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면 건강을 놓치기 쉽고, 절약을 이유로 제일 먼저 줄이게 되는 비용 중 하나가 과일을 사는 데 드는 돈이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과일은 챙겨 먹고 싶고, 돈은 아끼고 싶었다. 고민하다가 주스용 못난이 과일들은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걸 알게 됐다. 3kg에서 5kg씩, 흠이 난 과일을 구매해서 아침에 갈아 마시고 있는데 적은 비용으로 나를 잘 돌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
절약이 일상에 끼친 영향은?
생활비가 줄어드는 건 기본이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의 절약은 자기 자신을 알고 돌보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가계부를 쓸 때도 그렇다. 어떤 부분에 돈을 많이 쓰고 있고, 어떤 부분에 돈을 덜 쓰고 있는지 살펴보면 내가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 된다. 마구잡이로 소비할 때에 비해서 나에게 꼭 필요한 소비가 무엇일지, 어떻게 소비해야 나에게 도움이 될지 생각하니 돈을 쓸 때 훨씬 더 ‘나’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또 기존에는 구매하지 않았던 품목에 대한 구매로도 이어진다. 서울 망원동에 있는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의 팬인데, 절약을 시작하면서 샴푸나 린스, 세제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하게 됐다. 못난이 과일을 구매하게 된 것도 절약 덕분이고, 이런 점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도전하고 싶은 절약 영역은?
옷장을 더 미니멀하게 만들고 싶다. 단벌 신사까진 아니더라도 계절마다 상의 세 벌, 하의 세 벌이면 충분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도 새로운 계절이 돌아오면 새 옷을 사고 싶어진다. 지금은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구매하거나, 저렴한 제품을 찾는 방식으로 채우고 있지만 애초에 미니멀하게 산다면 그럴 필요조차 없지 않을까.(웃음)
갖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 가라앉히는 방법은?
그런 상황은 일시적인 충동인 경우가 정말 많다. 특히 지치고 피곤한 날에는 과소비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진다. 정말 물건을 가지고 싶은지 알려면 스스로 여유가 필요한 듯하다. 보통 일주일 동안 갖고 싶은 물건 사는 것을 참는 시간을 가진다. 그래도 가지고 싶다면 쿨하게 사는 거다. 그런데 보통 일주일이 지나면 80~90%의 욕심은 사라지더라.
반드시 지키는 절약 규칙은?
매일 잠들기 전에 뱅크샐러드 앱으로 오늘의 지출을 확인한다. 매일 얼마나 돈이 나가고 들어왔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계속 절약해야겠다는 동기가 생긴다. 방심하지 않게 매일 가계부를 확인하는 게 첫 번째 절약 방법이다. 절약은 내가 무엇을 얼마나 소비하고 있는지 아는 것부터 시작이다. 절약이 어렵다면 현재 내 소비를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보길 추천한다. 앱 가계부로 한 달치 소비를 돌아보면 저절로 절약에 대한 마음이 생길지도 모른다.
나중에는 돈을 아끼고 싶지 않은 영역은?
기부금에서만큼은 절약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현실적으로 여유가 된다면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기 위한 비용에는 지갑을 닫고 싶지 않다. 지금도 다른 비용은 줄이고 있지만, 기부금은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글. 황소연 | 사진제공. 또롱‧류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