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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33 홈리스 월드컵 인터뷰

빅프렌즈 - 부산에서 만나 홈리스월드컵까지 함께한 인연

2025.04.23

2024년 9월 21일부터 28일까지 서울에서 19번째 홈리스월드컵이 열렸다. 홈리스월드컵은 주거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국가대표 선수로서 4대 4 스트리트 사커 경기를 펼치는 화합과 포용의 전 세계적 축제이다.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된 지난 홈리스월드컵에는 41개국에서 52개 팀이 참가했다. 이 떠들썩하고 의미 있는 축제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격한 경기를 펼친 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선수들에게 물을 나눠 준 사람이 있었다. 김채성 독자가 그이다. 그를 만나 홈리스월드컵에 참여했던 경험과 대학원생이자 1인 가구로서 서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채성 독자

《빅이슈》의 주요 판매지가 서울의 지하철역인데요. 《빅이슈》를 부산에서 처음 접하셨다고요?

저는 ‘메이드 인 부산’입니다.(웃음) 고향이 부산이에요. 제가 《빅이슈》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2016년 무렵에 제 여동생을 통해서였습니다. 동생이 이런 잡지가 있는데, 이걸 읽으면 가격의 절반이 홈리스에게 돌아가 그분들이 자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취지의 잡지는 처음 접해봤기 때문에 신기했어요.

원래 홈리스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에 관심 있으셨어요?

부산은 바다에 인접한 동쪽과 낙동강에 인접한 서쪽의 차이가 커요. 제가 살던 곳은 서쪽인데 이쪽이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환경 속에서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내 주변에는 왜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이 많을까 하는 문제의식들을 가져왔던 것 같아요. 또 개인적으로 제가 개신교 신자인데,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실천하려 노력했어요. 제가 자라온 환경이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이 좀 많았고 거기에 종교적인 동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지금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전공은 국제지역학인데요. 세부적으로 ‘중국 정치’를 전공하고 있어요. 중국 정치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그중에서도 기후변화 이슈 등을 포함하는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중국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정치적인 행위를 하는지에 관심이 많아요. 환경 이슈가 지구에 있는 동식물이든, 사람이든 구분 없이 모두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직접 주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환경 이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이란 나라를 떼놓고 글로벌 환경문제를 논할 수 없어요. 중국이 환경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정리하고 살펴보는 것이 앞으로 한국의 환경문제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지난해에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홈리스월드컵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셨지요?

네. 전 물과 간식을 나눠 주는 활동을 했었거든요. 힘들게 경기를 뛴 선수들이 헉헉거리며 제게 달려와 물을 받아 시원하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참 뿌듯했어요. 한번은 인도 팀 선수 두 명이 오더니 자기들 유니폼에 기념이 될 만한 뭔가를 써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김치 ♡ 카레’ 이렇게 써주며, 〈가야설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설명해줬어요. 2000년 전에 우리 조상이 인도에서 왔다, 가야 건국신화에도 나오는 인도의 허황옥이라는 공주가 김수로를 만나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되었다, 이걸 설명했어요. 인도 친구들이 우린 가족이라면서 같이 셀카도 찍고 그랬어요.(웃음)

또 기억에 남는 선수 한 명은 일본인이었는데 오사카에 있는 팬케이크 집 쿠폰을 주시더라고요. 도장이 절반 정도 찍혀 있는.(웃음) 주면서 ‘이 팬케이크 집에 찾아오면 날 만날 수 있을 거야.’ 하는데, 이 쿠폰을 나한테 왜 주지, ‘쓸모없는 선물 주기’ 이런 건가 했지만.(웃음)일단 감사히 받았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이분이 그 가게 앞에서 《빅이슈》를 팔고 계신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자기를 만나고 싶으면 그 쿠폰을 보고 찾아오라는 의미로요.

살면서 홈리스들을 직접 만나거나 대화를 나눌 일이 거의 없잖아요. 더구나 세계 각국에서 온 홈리스와는요.

맞아요. 국내의 홈리스분들과 만나는 것도 쉬운 게 아닌데 세계 각국에서 온 홈리스들과 만나본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그런데 피부색과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생활문화 환경이 다를 뿐이지 다 같이 축구 좋아하고 또 함께 환호하고… 크게 다르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원래 자원봉사나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었나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저한테는 좀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제 가족이나 친구들이 실직하는 상황이 생겼고, 주변의 취약계층이 많았는데 그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일이 생겼어요. 주변의 이웃을 위해서 작은 일이라도 봉사하면서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동과 구 단위의 풀뿌리에서 주민자치회와 의용소방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학교 밖 청소년 출신인데, “코로나19의 시기에 공교육 제도권 밖에 존재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돌봄을 받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계기로 구립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후배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해 더 얘기해줄 수 있나요?

중국어 공부를 중3 때 시작했는데 고등학교에 가서도 중국어 공부에 집중했어요. 고1 때 이미 중국어를 특기로 대학에 진학해야지 마음을 굳혔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공교육 틀 안에서 왕따를 당했어요. 아이들이 ‘김채성은 조선족 짱개’ 이런 낙서를 해놓고. 국영수는 공부 안 하고 맨날 중국어 공부만 하니까 선생님들도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시거나 이단 취급을 한 경우도 있었고요. 그때 열일곱 살에 들었던 생각이 전교 1등이나 일진이나 저나 1년 365일이 똑같이 주어지는데 어떻게 이 시간을 활용해야 할까, 공교육 안에서 내가 이렇게 지낼 이유가 있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자퇴를 했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 저와 함께 학교 밖에서 각자의 미래를 준비했던 ‘절친’과 함께 고향의 학교 밖 청소년 후배들에게 1년에 한 번씩 검정고시 교재 기부를 하고, 지원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1인 가구로 살고 있나요? 집을 구하는 게 어렵진 않았나요?

홈리스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 단어 그대로 노숙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내기 너무 좁고 열악한 공간에서 지내거나 상당한 주거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을 통틀어 말하는데, 그 범주에서 보면 저도 홈리스에 들지 않을까 해요. 특히 이번에 홈리스월드컵에 참여하면서 주거취약계층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저는 지금 소득이 없는 상태거든요. 작년까지 조교를 하면서 조금 수입이 있었는데, 올해부터 그만두고 학업에 집중하고 있어요. 경제적인 불안과 학업에 대한 불안감이 수시로 찾아와요. 근데 불안해한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지방에서도 빅이슈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요. ‘빅이슈 서울’이 아닌, 전국에서 사볼 수 있는 ‘빅이슈 코리아’일 때의 빅이슈는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요?

《빅이슈》는 주거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본질을 가진 잡지잖아요. 일반 사람들에게 좀 더 주거 이슈를 부각시켰으면 좋겠어요. 또 주거 이슈에서 더 나아가 여러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층을 조명하는 잡지가 되었으면 해요. 저와 같은 가난한 대학원생 1인 가구일 수도 있고, 한부모 가정의 자녀, 중도입국 혹은 이주 배경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 혹은 자립준비 청년이 될 수도 있고, 기후변화로 인해 주거 환경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받는 국내외의 많은 이들이 될 수도 있고, 이주노동자나 난민 등이 될 수도 있고… 이런 여러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목소리를 들으며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해준다면 좋겠어요. 빅이슈가 그런 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통로 역할을 해주는 모습이면 좋겠어요. 비록 많이 부족하고 약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 가지고 때론 목소리 내고 행동할 수 있도록 파이팅하겠습니다.(웃음)

글. 안덕희 | 사진. 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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