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며 전국 곳곳에 한파경보가 내려졌던 2월 4일, 광화문역 7번 출구 앞에는 구름 떼와 같은 인파가 몰렸다. 지난 1월, 《빅이슈》의 새해 첫 커버 모델로 재능기부를 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배우 엄태구가 이 인연을 바탕으로 일일 빅이슈 판매원으로 나선 것. 《빅이슈》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빅돔’(빅이슈 판매 도우미) 활동에 자원하게 된 이유를 묻자, 엄태구는 커버 촬영을 통해 《빅이슈》의 취지를 알게 됐고, 촬영 이후 어려운 환경에서 자립을 꿈꾸는 빅이슈 판매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부분이 있을지 고민한 끝에 빅돔 활동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이날 그는 빨간 조끼를 입고 거리로 나서 시민들을 만났는데 현장에는 문영수, 손성용, 이경선 세 명의 빅판(빅이슈 판매원)이 함께했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빅돔 활동은 기존에 예상된 2시간 30분을 넘어 오후 4시께까지 진행되었다. 3시간 가까이 맨손으로 책을 건네고 악수를 나누느라 엄태구의 손끝은 빨갛게 얼었고, 그의 꽁꽁 언 손을 본 빅이슈 직원과 팬들이 핫팩과 장갑을 건네기도 했지만, 엄태구는 이를 마다했다. “팬분들 손을 잡아드려야 해서요.” 영하 11도까지 떨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선행에 동참하고자 먼 곳까지 발걸음해준 팬들의 두 손을 보다 가까이, 조금이라도 오래 잡아주고 싶다는 엄태구의 마음이 새빨간 손끝에서 드러났다. 끝내 엄태구의 손에 핫팩이 쥐어졌지만, 그 핫팩마저 나란히 선 빅판들에게 건넸다는 후문.
선행에 동참해준 엄태구의 팬들은 물론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과 엄태구를 알아본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모여들며 광화문 일대엔 많은 인파가 몰렸고, 이는 곧 《빅이슈》 구매로 이어지며 엄태구의 선한 영향력이 따스한 결실로 이어졌다. 엄태구의 따뜻한 마음이 빅판들에게도 전해진 탓일까. 장시간 이어진 판매에도 밝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희망의 잡지 《빅이슈》입니다.”를 외치는 빅판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빅돔 활동이 끝나고, 문영수 빅판은 직접 그린 초상화와 꾹꾹 눌러쓴 글이 담긴 손편지를 엄태구에게 건네며 감사함을 전했다. 주고받는 온정 속에 추위가 조금은 누그러들었던 이날의 기억이 앞으로 계속될 빅판들의 자립을 향한 도전에 자양분이 되었기를.
글. 김윤지 | 사진. 주영준‧송인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