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일주일에 한 번은 서점에 간다. 온라인 서점과 SNS에서도 책 이야길 볼 수 있지만, 오프라인 서점을 구경하는 일이 좋다.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체감할 수 있다(부, 재산 등의 코너에는 언제나 사람이 많다). 한번 서점에 가면 짧으면 30분, 길면 두세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다.
다리가 아프면 카페에 가지만, 익숙해지자 그것도 줄었다. 서점 안에 마련된 자리에도 앉지 않는다. 이런저런 코너를 불규칙하게 돌아보다 보니 앉을 일이 생기지 않았다. 책등을 구경하고, 재미있을 것 같은 책 표지를 찍어둔다.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는 평대에 진열되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독자를 향해 책등을 보인 채다. 책등의 인상과 책 표지의 인상, 목차와 책 내용의 인상이 각각 다른 책도 있고 비슷한 책도 있다. 그걸 구경하는 게 재미있다. 근사한 디자인이 아니거나, 저자 약력이 장문의 카톡처럼 기재된 책도 있다. 글쓰기 팁을 알려주는 코너는 때로 너무 자극적인 추리소설처럼 느껴져 피하게 된다. 정답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적혀 있는데도, 어쩐지 따라 한다고 글을 더 잘 쓰게 될 것 같지 않았다. 한편 뜻을 알 수 없는 일본 서적 코너에서는 저자 이름을 보고 책과 인사하는 일도 있다. 국가별로 책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침내 여성학·페미니즘 코너 앞에 서면 마음이 움츠러든다. 그래도 한 번 더 어깨를 펴고 적극적으로 책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대형 서점 이야기를 했지만, 독립 서점과 중고 서점도 만만찮게 ‘유잼’이다. 사장님의 책·인테리어 취향이 가게마다 달라서 마치 콘셉트가 농축된, 상시 열린 팝업 스토어를 즐기는 느낌이다. 게다가 책을 구경하고, 구매하고, 콘셉트 기획자와 이야기도 할 수 있으니 즐길 거리가 넘친다. 중고 서점에선 가끔 사인이 된 책이나 밑줄, 편지를 발견하는데 슬프거나 처연하지 않고 웃기다. 대형 서점과는 다른 기준으로 책이 진열되어, 희한한 책도 보게 된다. 오늘 마음에 비가 왔다면 서점을 추천한다.
* 이 기사의 제목은 양귀자 작가의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에서 따왔습니다.
글.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