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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17 커버스토리

2019 올해의 인물 박막례

2019.12.21 | 박막례, 이대로 멈출 순 없다

책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의 첫 페이지에는 서른 살을 앞둔 손녀 김유라 씨의 걱정이 나온다. 앞으로의 인생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손녀의 불안에, 우리의 박막례 할머니는 “염병하네. 70대까지 버텨보길 잘했다.”며 유라 씨의 걱정을 일축한다. 빅이슈코리아가 선정한 2019년 올해의 인물은 박막례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많은 ‘편’ 팬에 대한 할머니의 표현 들을 모으며 구글과 유튜브, 러쉬 등 기업 대표들을 만나며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고 해외 미디어들도 주목하는 할머니 스타. ‘부침개 뒤집히듯 인생이 뒤집혀버린’ 박막례 할머니와, 그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든든한 손녀 김유라 씨를 만났다.

* 인터뷰 과정에서 할머니의 사투리를 그대로 살렸다.


요즘 두 분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최근 제일 재밌게 한 건 뭔가.


박막례 나야 맨날 신나는디.(웃음)
김유라 요즘 일상에서 할머니한테 재미를 주고 있는 게 뭐야?
박막례 일상에서 재미를 주고 있는…?(곰곰이 생각한다) 재미를 주고 있는 건 우리 유라지.
김유라 그런 가식적인 대답 말고….
박막례 뭘 가식적이야….
김유라 평소 할머니가 일어나서 아 오늘 이거 해야겠다, 이거 생각하면 재밌다 이런 거.
박막례 난 그런 거 생각 안 해. 닥치는 대로 하지. 머리 아프니까. 닥치는 대로양, 누가 전화해서 점심 먹자 하면 “응 알았어.” 이러지, 오늘 딱 계획을 안 짜놔. 사람들은 막 하루 계획을 다 짜고 하는데, 나는 그런 계획 없어. 골치 아프게. 유라가 “할머니 내일 시간 있어?” 하면 “오늘은 없고, 내일은 있어.” 이런 식이지.


그럼 유라 피디의 요즘 가장 재미있는 일은 무엇인가.
김유라 채널을 운영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전에는 촬영·편집을 하던 PD였다면, 지금은 ‘박막례’라는 브랜드를 확장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게 새롭다. PD라는 직업도 경험하지 못했던 분야인데, 한 브랜드를 구축해서 다른 분야로 확장시키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 할머니를 보며 너무 매력 있는 브랜드라서.(웃음) 조만간 영화로도 할머니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제작 준비 중인 단계다.

유튜브 스타가 되신 후, 친구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
박막례
손녀 잘 뒀다고. 손자 손녀들보고, 너그들은 이렇게 왜 못하냐고 그런대요. 그러면 손주들한테 ‘유튜브 아무나 하는 줄 아냐.’고 오히려 혼난대.

유튜브 CEO, 구글 CEO, 러쉬 창업자 등 세계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할머니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하고 뿌듯해하는팬들이 많다. 만났을 때 기분이 어떠셨는지.
박막례 처음에 만났을 땐 막 어리둥둥(어리둥절) 해갖고. 갔다 와서 가만히 생각을 하믄, 나도 모르게 진짜 눈물 나올 때가 있어. 나는 배움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는데, 유튜브도 모르는데 손녀 덕분에 유튜브 사장도 다 만나고, 너씨(러쉬) 사장님도 만나고. 너씨가 뭣인지도 몰랐는데.


유라 씨가 박막례 할머니를 ‘월드 그랜마’로만드는 게 꿈이라고 밝혔는데, 어떤 의미인지.
김유라 어떻게 보면 할머니가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책 첫 장에 그런 문장이 나온다. ‘더 이상 내 인생에 반전 같은 건 없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 스물일곱 정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살다가 결혼하고, 서른 즈음엔 집에서 가계부 쓰고 있겠구나.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내 삶에서 반전이 있을 거라는 걸 생각하기 어렵지 않나. 사람들이 박막례를 보면서 ‘어떻게 인생이 저렇게 뒤집어질 수 있을까’ 생각하는데, 저도 그렇게 느낀다. 제가 중년을 살아갈 때 엄청난 좌절이 있더라도 70대에 잘될 수 있는 거고, 30대에 일이 안 풀려도 40대에 잘 풀릴 수 있는 것처럼, 각자 인생에 꽃피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할머니를 보면서 깨닫는다. 할머니를 ‘월드 그랜마’로 만들겠다는 다짐은 내가 느꼈던, 그리고 한국의 여성 분들이 할머니를 보면서 느꼈던 용기를 지구 반대편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는 의미다.


팬 사인회 영상도 화제였다. 젊은 여성들이 할머니를 많이 찾아왔고, 우는 이들도 있었다.
할머니께서 아무 말 안 하고 같이 안아주시는 교감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젊은 팬들이 할머니를 사랑하는 이유가 뭘까.​

박막례 나는 사실 엄청 쌀쌀맞거든요. 진짜. 우리 자식들도 나한테 쌀쌀맞다고 하는데 근디 편들은 다 좋아해. 내가 우리 애들보고 내 편들만도 못하다고 그래. 진짜여.(모두 웃음) 진짜 내가 생각해도 나는 쌀쌀맞어양. 막 저기 한 거 다정한 것 를 못해. 근디 나를 우리 편들이 이해해주고 항시 사랑해주고. 내가 또 편들 아니믄 오늘 같은 날 여거서 사진 찍고 이야기하고 앉았겄어요? 우리 자식들보다 우리 편들이 더 고마와.(모두 웃음)
김유라 본인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박막례 나 쌀쌀맞은 것밖에 매력이 없어. 누가양 막 다정스럽게 하면 징그러워. 쌀쌀맞은 그것이 또 매력인가 몰
라. 세상에 내 자식들도 엄마 보고 눈물 안 나오는디, 편들이 나 보고 울면 나도 몰리(몰래) 눈물이 올라오는 거야.

팬들이 길에서 “할머니 팬이에요” 하고 다가오면 어떻게 하시나.
김유라 저는 옆에서 보잖아요, 진짜 너무 좋아하세요. 쌀쌀맞음 안의 따뜻한 면모를 팬들이 아는 것 같아요. 자식도 몰라보는….(웃음)
박막례 전번에는, 중년 남자 분이야. 내가 김치 담글 통 하나 살라고 가는데 저 건너에서 누가 “할머니! 할머니!” 이래. 긍게 신호등이 딱 걸렸어. 차에서 고개를 쑥 내밀고 “할머니 팬이에요! 나 구독도 했어요!” 이래서 나도 “아이고 고마워!” 이랬지.


유튜브 영상마다 할머니의 패션 센스가 화제다.
스타일링과 헤어, 메이크업은 직접 하시는지.

김유라 할머니가 다 하신다. 스카프도 워낙 많으시고. 할머니가 진짜 센스 있다고 느끼는 게, 스카프를 목에만 두르는 게 아니고 머리에다 하시더라. 집에 안 한 스카프가 몇 십 장이 있다. 2년 전에 스위스에 갔을 때 너무 추웠다. 우비를 샀는데 찢어져서 바람에 막 날렸는데, 할머니가 본인 스카프로 우비를 묶으셨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고 미국 패션지에서 ‘베트멍을 떠올리게 한다’고 하더라.

‘녹차 티백에 그림 그리기’ 하실 때 쓰신 빵모자는 화가 콘셉트에 맞춰 착용하신 건가.
김유라 모자 개수도 어마어마하다. 모자 소개하는 콘텐츠를 찍을까 싶다.
박막례 전번에 여섯 갠가 버려버렸어. 그래갖고 열 몇 갠가 남았어. 이 드레스(촬영 날 박막례 할머니는 강렬한 호피무늬 원피스에 발렌시아가의 스니커즈를 착용하고 등장했다)도 20년 전에 산 거야. 용인으로 와갖고, 처음엔 시장을 안 나갔었어. 나가면 돈 쓴다고. 뭣이 떨어져갖고 시장에 강께 이것이 너무너무 이쁜 거야. 그때 또 9만 원인가 달라고 하더라고. 장 조금 보고 이걸 산 거야. 여태 걸어놨었어. 버리기가 아까워서 한번은 입어야 쓰겄다 하고는. 오늘 유라가 옷도 갈아입고 메이크업한다고 어쩐다고 대충 하고 나오라고 하더라고. 항시 벗을 때마다 위로 벗기가 불편해서 이런 걸 (단추 형태로 열고 닫는) 입고 왔어.

제안이 들어와서 하는 촬영의 경우 할머니의 반응이 유라 피디의 구상과 다를 때 어떻게 하나.
김유라
그래서 광고를 한 달에 두 개만 한다. 찍기도 재밌고 할머니가 소화할 만한 것으로 고른다. 할머니가 좋
아할 것 같지 않고 연기를 해야 할 것 같은 광고는 찍지 않는다. 할머니의 실생활에 필요하거나, 할머니가 쓰고 싶어 했거나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예를 들면 인덕션과 같은 제품을 우선순위로 고른다.
박막례 인덕션은 불 혼자 꺼져버려. 안전해.
김유라 드라마 리뷰 촬영 시, 안 좋은 평가가 나와도 그대로 살린다.
박막례 마음에 안 들면 막 욕하믄서 보거든. 그러면 유라가 “할머니 이거 찍어야겠다!” 하면서 카메라를 들이대거든. 아 근데 고래씨 나오는 드라마 본대? 그거 꼭 봐. 참 재밌어잉.


본인이 나오신 영상 중 가장 웃기고 재밌었던 건 어떤 것일까.
박막례 최고 웃긴 것은 지진빵이. 최신곡 들리는 대로 부르기 다
한 번쓱 봤는데 그것만 서너 번 봤네. (웃음)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다른 감독이 영화나 예능을 만들어도 재밌겠단 생각이 든다.
유라 씨 없는 할머니의 활동, 할머니 없는유라 씨의 다른 영상 촬영. 상상해본 적이 있는지.

김유라 제가 다른 분을 찍어보는 건 할머니가 연예인과 콜라보 할 때 체험했다. 이번에 할머니가 좋아해서 만나
게 된 고래씨 박성훈 배우 같은 경우에도 내가 생각한대로 편집하고 반응이 좋아서 배우가 화제가 되면 뿌듯하다. 기회가 되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할머니가 주인공인 시트콤을 해보고 싶다. 70대 아시안 할머니의 싱글 라이프를 재미있게, 섹슈얼한 코드도 넣어서.


유라 씨는 부산국제영화제 <북투필름>에서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를 주제로 피칭도 했다.
김유라
박막례 할머니 채널의 브랜드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재미가 느껴진다. 새로운 자극과 긴장감을 위해 채널을 시작했는데 편하게 광고만 찍고, 집에서만 촬영하는 건 채널의 취지와 다른 것 같았다. 그런 목적을 생각하면 화보나 인터뷰로 할머니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이 우선순위다. 할머니와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소개팅을 해주고 싶다는 피칭에서의 제안은 할머니도 동의하신 거다. 하루 만나고 헤어지는 콘셉트다. (웃음)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음식이나 메이크업이 있으신지.
박막례
계획은 없어도, 하라고 하면 다 해보고 싶어. 용기는 있어.

구독자의 반응 역시 기획에서 예상할 수 없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패러글라이딩 체험 영상 콘텐츠보다 드라마 보면서 김치찜을 먹는 콘텐츠가 더 조회수가 높아서 놀랐다고.

김유라 그건 그렇다. 처음 기획할 때 나는 패러글라이딩이 정말 조회수가 잘 나올 줄 알았다. 할머니가 멋지게 도전을 하는 내용이니까 감동도 있고. 그런데 구독자들은 할머니의 도전도 좋아하지만 친근하게 느끼는 할머니의 모습을 더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할머니 주변에서는 유명인이 된 것에 대해 어떤 반응인가.
‘막례 네가 끼가 있었다’, ‘잘될 줄 알았다’고 하시나.

박막례 아, 그 소리는 두 번이나 들었어. 내가 막 욕하면, “언니는 욕이 기분이 안 나쁘고 구수하다.”고. 욕으로 한번 뜨겄다고 아는 동생이 그랬었거든. 그 동생이 인제 ‘내 말이 맞지 언니?’ 하더라고. 내가 욕을 해도 성질이 안 난대. 친구들이 착하게 살아서 좋은 손녀 뒀다고. 곗방에서 주로 많이 얘기해요.


“도전이 중요하다”, “희망을 버렸으면 다시 주워 담으라”는 말들에 세상살이에 지친(?) 많은 팬들이 위로를 받는다.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박막례 나는 편들한테 항시 하는 말이지만은, 희망을 버리면 주워 담으라고 해. 항시 용기를 내고 진짜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어요. 항시 건강하고. 건강은 돈 주고도 못 사니까.



건강은 어떻게 챙기고 계시나.
박막례 건강은 우리 유라가 많이 챙겨줘요. 약은 다 갖다줘. 오래 살으라고. 근디 다리만 안 아프믄 뭐든 할 텐데. 다른 건강은 다 좋아. 이런 거 찍을라고 해도 옷 입히려고 하면 주변에서 나를 부축해야 하니까 미안하드라고.

박막례라는 한 사람으로 이렇게 다양한 기획이 가능하구나, 싶은 것이 박막례 채널의 강점이다.
앞으로의 계획 하나 정도만 귀띔해주신다면?

김유라 곧 핫팩이 나온다. 할머니가 웃을 때 ‘hot hot hot’ 하고 웃으니까, ‘박막례 핫핫핫팩’으로. 기획이 정말
무궁무진하다. 브랜드 확장의 좋은 예 같다.(웃음)

유튜브를 시작한 후, 현재까지를 돌이켜보면 그 자체가 한 편의 영화인데. 두 분 삶에서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박막례 인생에서 달라진 것은…. 세계여행 한 것이 달라져버렸잖아. 최고 멀리 간 게 강원도였는데.
김유라 (잠시 생각)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전엔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해서 재밌게 사는 게 방향이었는데,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니 삶의 방향이 휙휙 바뀌더라. 큰 회사를 설립해야겠단 야망도 생겼다가, 지금은 환경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다. 좀 뜬금없지만 요즘은 환경이나 지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졌다.



앞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박막례 내일모레 또 파리 가.
김유라 12월에 광고 촬영 차 간다. 항상 내일모레라고 하셔서.(웃음)

올해 최고의 순간 하나를 꼽아본다면.
박막례 올해? 유튜브 사장 만난 거. 갑자기 노는디 와서….
김유라 그건 구글 사장이고.
박막례 사장이 분간이 되어야지.
김유라 미국에서 만난 사장님? 한국에서 만난 사장님?
박막례 미국.
김유라 그건 구글 사장님.



영어로 소통하기 어렵진 않았나.
박막례
그럴 때는 환장해. 내가 처음에 미국 가서, ‘우리 부모님은 왜 나를 안 가르쳐가지고 내가 여기서 말도 못 하게 하나.’ 막 이런 생각을 했는데, 우리 친정 조카며느리가, “고모가 지금 그대로 고모니까 유라 같은 손녀가 생겼지. 유라가 어디서 나왔겠어요?” 하더라고. 부산에 내 친구가 살아. 갸는 남자인데, 나보다는 많이 배웠지. 근데 그 친구가 내가 못 배운 것을 다 아니까. 내가 더 배웠으면 좋았을 거다 그 이야기를 했더니, “너 배웠으면 이렇게 안 떠.”라고 하드라고. 니가 남들이랑 다르니까 뜬 거라고 하더라고.(웃음)

곧 2020년인데, 바라시는 게 있다면.
새해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셔도 좋다.
박막례
바라는 것은, 내가 건강해야 오래하는 거고. 재밌게 하는 것은 흐름 따라 가는 거고. 첫째는 내 건강.
김유라 할머니의 건강. 또 많은 분들이 할머니를 보고 새로운 자극을 받아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
우리 둘만 행복하고 즐거운 것뿐 아니라, 채널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생각하고자 한다. 저희를 보시는 분들, 《빅이슈》를 보시는 분들이 인터뷰를 읽고 적극적인 영감을 받고, 새로운 마음으로 2020년을 맞이하셨으면 한다.

진행 김송희·황소연
사진 백상현
스타일리스트 유승보
헤어·메이크업 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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