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밴쿠버 아일랜드의 빅토리아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 또 다른 여행지에 온 것 같았던 아름다운 일상을 하루 더 보낸 후에 프랑스에 사는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봉투를 뜯어보니 ‘이것은 날짜 미상의 구조 요청에 대한 조금은 긴 답신입니다.’라는 안내문으로 시작되는 네 장의 엽서가 골고루 선별된 티백과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그 편지에서 친구는 저에게 놀라운 비밀들을 서슴없이 밝혀주었습니다.
편지를 읽고 나서 문득 여행지의 로컬 서점에서 마주친 <Survival Wisdom>(직역하면 ‘생존 지혜’)라는 책이 7,845가지의 살아남는 방법을 수록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제가 캐나다에서 지낸 지 609일째 되는 날인데요, 매일이 처음일 수밖에 없는 하루를 잘 살아내어 지금까지 왔습니다. 편지 덕분에 더없이 훌륭한 여행의 마무리를 짓고서 저는 내일 610번째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일러스트 이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