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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기사는 새롭고 담대한 항해_배우 정수정(1) 에서 이어집니다.
어떤 문제에서 좀체 해법을 찾지 못할 때 ‘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 상상해본다면 이미 그의 카리스마에 매료되었다는 뜻이다. 정수정은 머리가 복잡해지는 순간에 “그냥 해.”라고 말할 것 같은 사람이다. 인터뷰에서 바다에 가고 싶다고 말하던 정수정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며칠 후 청록색의 바다 위에서 유영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무엇을 할까 말까 할 때 그냥 하는 타입. 꼬인 데 없이 명쾌한 정수정의 이미지는 본인의 필모그래피와도 일치한다. 스크린 데뷔작 '애비규환'에서 자기 주장을 끝까지 관철하는 강단 센 ‘토일’은 정수정이기에 관객을 설득해내는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새콤달콤'을 통해 정수정은 또 한 번 담대한 선택을 한 듯하다. 망가지는 역할도 서슴지 않고 해내며 다음, 그다음 선택을 기대하게 하는 것이 배우 정수정이다. 늘 새롭고 담대한 그의 항해가 기대되는 이유다.
전작 '애비규환'의 최하나 감독님과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는 것 같아요. 첫인상에 대해 “아싸(아웃사이더)는 아싸를 알아본다.”라고 했는데, 또래라서 통하는 점이 많았던 건가요?
엄청 친해요. 틈나면 연락해요. “감독님 뭐 해요?” 하고. 처음 보는 순간 뭔가 서로 알아본 느낌이었고 우리 잘 맞겠다 싶었어요. 제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다 기운이 비슷하거든요. 합이 잘 맞는 느낌이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하나 감독님을 보자마자 제 지인들이랑 썩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인 거예요.
어떤 느낌이에요?
유머러스하고 나서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고 말 그대로 아싸 느낌이에요. 남들이 좋다는 거 좋아하지 않고 남들이 관심 없는 거에 관심 있고.
본인이 ‘아싸’ 타입이라고 생각해요?
제 직업이 연예인이라서 많은 분이 당연히 ‘인싸’일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근데 잘 모르겠어요. 그냥 굳이 ‘인싸’고 ‘아싸’고 구분하고 싶지 않고 크게 신경 안 써요.(웃음)
스크린 데뷔작 '애비규환'에서 배우 정수정의 연기에 놀란 사람이 많았어요. 물론 좋은 의미로요. 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 부담이 되진 않았어요?
저는 어떤 작품을 하든 다음 작품에 부담을 느끼는 편은 아니에요. 왜냐면 항상 이미 했던 것과 다른 걸 선택하려고 노력하거든요. 많이 비슷한 인물은 안 하고 싶어요. 자꾸 새로운 걸 갈망하기 때문인지 부담은 없어요. 만약에 제가 비슷한 걸 두세 번 연달아서 했다면 조금 부담이 됐을 수도 있는데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아서요.
최근에 군인('써치')과 5개월 차 임산부('애비규환'), 계약직 사원('새콤달콤')을 연기했고, 곧 방영되는 드라마 '경찰수업'에서는 경찰대 학생을 연기해요. 어쩐지 맡는 역할들이 평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군인 역할이 들어왔을 때는 너무 신선해서 하고 싶었어요. 드라마에 여군이 잘 안 나오잖아요. 그리고 '경찰수업'의 ‘강희’는 경찰대학교 학생이라 어떻게 보면 군인이랑 비슷해 보일 수도 있는데, 대학 신입생이니까 청춘물의 풋풋하고 밝은 면이 있어서 끌렸어요. 토일이는 임부 캐릭터라 부담이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읽었더니 안 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토일이를 하고 나니까 앞으로 다른 건 뭘 해도 괜찮겠다 싶었어요.(웃음)
'애비규환'에선 어떤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엄마랑 결혼식장에 같이 들어가는 장면이요. 그때 엄마랑 나눈 대화가 좋았어요. “좋을 수도 있으니까 하는 거지. 아니면 이혼하지 뭐. 왜! 우리도 잘 살고 있잖아.” 정신 차릴 수 있게 하는 대화 같았어요.
'애비규환'에서 토일의 엄마, 아빠를 연기한 장혜진, 최덕문 배우와 호흡을 맞췄어요. 경력이 많은 선배 연기자들과 함께 연기하는 일이 어렵진 않나요.
제가낯을 많이 가리는데 어릴 때부터 일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은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리고 선배님들이 가족처럼 아주 편하게 잘 대해주셨어요. 진짜 엄마, 아빠 같을 만큼 친하게 지냈죠. 지금도 모이면 그때 참 좋았다고 항상 얘기해요. 선배님들도 그 기억이 좋으신가 봐요. 최하나 감독님한테도 ‘감독님 다음 영화에 저 안 쓰면 진짜 배신자라고.’ 얘기해요.(웃음) 시나리오 나오면 저한테 먼저 보여달라고 했어요.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중 한번 연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캐릭터가 있어요?
무슨 작품을 보면서 이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편은 아니고, 그냥 막연하게 미래에 나한테 잘 맞는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처녀 자살 소동'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역할은 해보고 싶어요. 그 영화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전체적인 무드도 좋고 캐릭터도 복합적이라 한국에서 리메이크되면 제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벌써 7월이고, 2021년의 반이 지나갔어요. 상반기를 보내며 아쉬운 점과 올해가 끝나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저는 안 아쉬워요. 되게 열심히 살았거든요.(웃음) 작품 촬영도 했고, 촬영하기 전에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잘 쉬었어요. 해외에 못 다녀온 게 좀 아쉬운데 나중에 갈 수 있겠죠? 지난해에 드라마 끝나고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다시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면서 못 하게 됐어요. 힐링도 되고 스트레스도 날릴 수 있어서 시간이 나면 다시 하고 싶어요.
당장 내일 해외로 떠날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어요?
따뜻한 바다가 있는 섬나라에 가고 싶어요.
※ 더 많은 인터뷰 전문은 빅이슈 255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글. 양수복
사진. 오아랑 비주얼 디렉터. 박지현
스타일리스트. 윤지빈 헤어. 경민정 메이크업. 장혜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