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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8 컬쳐

완벽함과 사랑에 빠지다

2022.02.14

꽤 오랜 시간 동안, 내게 ‘파르페’는 그저 아이스크림에 과일과 시리얼을 얹어 먹는 간식에 지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파르페라고는 ‘캔모O’의 파르페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조차도 추억의 맛이 되어 가끔가다 한 번씩 떠오르지만, 당시로써는 아이스크림에 흔한 토핑을 곁들여 기다란 유리잔에 담아주는 것뿐이라면 굳이 파르페를 먹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오로지 디저트를 먹기 위해 떠났던 도쿄 여행에서 ‘아틀리에 코타’의 파르페를 먹어보고 난 뒤였다. 아틀리에 코타는 쁘띠갸또와 구움과자도 판매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 내어주는 플레이팅 디저트로 유명하다. 그곳의 메뉴 중 하나가 바로 파르페였다. 거기에서 내가 먹었던 파르페는 플람베를 한 살구,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과 살구 소르베, 피스타치오 크림, 와인 젤리, 화이트 초콜릿 등 다채로운 재료를 유리잔에 담아 올리고 캐러멜 시럽을 가느다란 실처럼 엮어 장식한 살구 피스타치오 파르페였는데 정말이지 ‘완벽한, 완전한’(perfect)이라는 의미를 가진 파르페(parfait)라는 이름에 걸맞은 파르페였다. 이런 멋진 파르페가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맛보기까지 할 수 있을 줄은. 마침내 파르페가 완성되어 내 앞에 놓인 순간 그동안의 파르페에 대한 편견을 접고 그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파르페를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았다. 특히나 일본에서 먹었던 피스타치오 살구 파르페처럼 파티세리에서 파르페를 판매하는 곳은 더 찾기 힘들었다. 그 와중에 한줄기 빛과 같은 곳이 ‘디저티스트’였다.

완벽한 사랑의 다른 이름, 파르페
디저티스트는 잠실에 위치한 곳으로 일본에서 제과 경력을 쌓고 온 셰프 두 사람이 함께 운영하는 파티세리다. ‘디저티스트’라는 상호는 겸손한 마음(modest)으로 디저트(dessert)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 뜻깊은 상호만큼이나 멋진 디저트를 만날 수 있다. 구움과자와 마카롱, 쁘띠갸또 등 다양한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계절마다 달라지는 파르페는 디저티스트의 명실상부한 시그니처 중 하나다. 오픈 주방과 연결된 바 테이블에 앉으면 파르페가 차곡차곡 섬세하게 준비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점도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요즘 계절에 준비되는 파르페는 ‘딸기 파르페’로, 딸기, 라즈베리 소르베, 딸기 아이스크림, 다크 초콜릿 아이스크림, 프로마주 크림, 코코넛 머랭, 라즈베리 꿀리, 화이트 와인 젤리 등 다양한 레이어를 길고 가느다란 유리잔에 층층이 쌓아 올려, 보는 순간 누구나 좋아하게 될 만큼 아름답다. 여러 요소가 한데 모여 있는 만큼 다채로운 맛의 조화도 느낄 수 있다. 쁘띠갸또 또한 하나같이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맛이 있다. 특히 클래식한 디저트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밀푀유를 언제든 만나볼 수 있는데 바삭한 푀이타주 사이에 새콤달콤한 딸기와 상큼한 패션프루츠 무슬린 크림이 들어간 ‘밀푀유 프레즈’가 무척 인상적이다. 매해 겨울 만날 수 있는 인기 메뉴 ‘프레지에’ 또한 피스타치오 크림과 제누아즈의 구분이 어려울 만큼 부드럽고 달콤하다.
아름다운 파르페와 훌륭한 디저트. 어느 한쪽만 있어도 더없이 즐거운데 이 모두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그야말로 파르페만큼이나 완벽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곳이다.

디저티스트
서울특별시 송파구 송파대로48길 37 호수임광아파트 상가동 2층
PM 12:00~21:00(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dessertist_

※ 더 많은 사진과 기사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268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 사진. 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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