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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6 에세이

회복의 시간 (2)

2022.06.16

ⓒ unsplash

"모든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풀님은 센터에서 생활하는 동안 매사에 본인의 고집대로 본인의 방식을 고수했고, 우리의 권고를 잘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건 그 와중에도 시설의 공동 작업장 일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하며 의지를 불태웠다는 것. 도무지 본인 고집을 꺾지 않는 분이 용케도 하루 세 시간의 액세서리 포장 작업에는 몰두했고 작업 지시에도 잘 따랐다. 수풀님은 지난해 연말께 몇 차례나 생각을 바꾸면서 사회복지사들의 진을 다 빼고는 결국 여성 홈리스 자활 시설에 입소했다. 정신 건강 문제도 있고 공동생활을 하는 자활 시설에서 살아가기에 어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 시설의 공동 작업장 일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을 적극 어필해 입소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어떤 홈리스 여성을 연계하기 위해 그 시설을 방문했다가 씩씩하게 대걸레질을 하고 있는 수풀님을 만났다. 내가 있는 곳에서 생활할 때 익히 보았던 옷차림이었다. 구멍이 난 걸 꿰매서 입을 정도로 애정을 기울이던 그 옷은 해가 바뀌어도 여전했다. 그래도 ‘저 선생님이 또 뭣 때문에?’ 하는 떨떠름한 표정이 아니라 밝은 얼굴로 안녕하시냐고 먼저 인사를 해왔다. 반가워서 나도 “아이고, 잘 지내시네요!” 하고 반갑게 인사했다. 그곳 사회복지사에게 수풀님이 참 좋아 보인다고 하자, 그분은 웃으며 여전히 냄새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다며, 그래도 갈아입을 옷을 주면 몇 번은 다른 옷으로 바꿔 입기도 한다고 전해줬다. 청소 자활 근로도 열심히 한다고 했다.

ⓒ unsplash

얼굴을 보자 생각이 난 건지, 수풀님이 최근 몇 차례 우리에게 전화를 했다. 뜨개질 수업은 언제 다시 하냐며, 자신도 참여할 수 있느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수풀님은 거리에서 겨울을 보내는 홈리스들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한 나눔 소품 뜨개질 프로그램에 참여했었고, 수업이 없는 평상시에도 실을 놓지 않고 열심히 뜨개질을 하던 분이었다. 자활 시설에 가기 전에 그렇게 완성한 목도리 몇 개를 내놓았었다.

시설에서 할 수 있는 자활 근로 청소 일도, 뜨개질로 만드는 소품들도 수풀님이 시설을 벗어나 독립적인 생계와 생활을 꾸려가는 아주 안정적인 기능이나 사업 아이템이 되기 힘들다는 걸 안다. 그래도 냄새 문제를 해결하려 골머리를 앓던 그 시간에도 수풀님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적절한 치료나 쉼, 몰입할 수 있는 일,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급여, 지지적 환경, 아마도 이 모든 것이 빠짐없이 회복의 자양분이 될 터다. 그런데 이것들과 함께 필요한, 정작 중요한 건 시간을 갖고 기다려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 말이다.


글. 김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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