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부터 일본의 닛폰 TV에서 장수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나의 첫 심부름>이 넷플릭스에서 제공되고 있다. 15분에서 20분 사이인 이 관찰 리얼리티의 주인공은 3세에서 5세 사이의 유아들이다. 아직 소방차와 경찰차를 구분하지 못하고, 심부름을 나가려다 말고 “엄마랑 같이 갈래요!”라고 우는 나이지만, 이내 씩씩하게 가족을 위해 장을 보거나 세탁물을 찾아오는 등의 심부름을 한다.
첫 심부름인 만큼 실수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물론 그만큼의 수확도 있다. 심부름을 통해 아이는 집 밖의 세상을 보고 듣고, 사람들의 표정과 동네 풍경을 익힌다. 책이나 부모님을 통해 배운 안전하게 길 건너는 방법을 실제로 수행해본다. 이 예능에서 또 중요한 건 심부름을 하는 어린이의 의지와 욕구가 전면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물건 중 좋아 보이는 것을 고르고, 돌발 상황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까지 심부름의 과정에 포함된다. 종종 “혼자 심부름하러 왔다.”고 자랑하는 것까지 말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말하듯 이 예능은 아이가 사회의 도움 없이 홀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의 첫 심부름>에서 심부름을 오로지 홀로 해내는 아이는 없다. 혼자 길을 헤맬 때, 물건 앞에서 한참을 서성일 때, 어른이 베푼 작은 도움을 통해 그들은 심부름을 해낸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울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일본 드라마 <독거 소년 코타로>에는 다섯 살짜리 1인 가구, 코타로가 등장한다. 코타로는 자신의 인생을 꾸려나가기 위해 혼자 장을 보고, 목욕탕에 가고, 신문을 본다. 이사 첫날 이웃에게 휴지를 주면서 인사를 건넬 줄 아는 ‘인생 2회 차’ 같지만, 그의 주변에도 친절과 배려로 무장한 어른들이 있다. 그 응원을 받고 코타로는 나이를 먹는다. 한 아이가 잘 성장해 1인의 몫을 해내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한다면, 그에 맞는 친절과 ‘첫 심부름’을 기다려줄 줄 아는 인내가 사회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품격일 것이다. 노키즈존이 아무리 늘어나도, 드넓은 세상이 여전히 예스키즈존이어야 하는 이유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글. 황소연
사진. 넷플릭스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