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다리는 사람> 택배기사님과 큰딸 지음, 어떤책 펴냄
1998년부터 24년째 택배기사로 일한 사람이 있다. 마음대로 휴가를 쓰지 못하고 주말에도 일하지만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기에 행복하다 느낀다. 그에겐 딸이 있다. 딸은 사회생활을 하다 유난히 힘에 부치는 순간, 택배기사로 일하는 아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아빠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 조각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택배기사는 ‘을’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갑’ 행세를 하는 고객도 있다. “내가 갑인데 왜 택배기사가 갑 노릇을 하냐.”고 진상을 부리는 고객 앞에서 고개를 조아려야 하는 상황은 흔하다. 그러나 이 책의 화자는 “고객님이 원하시는 상품을 택배기사가 배송하지 않으면 결국 받지 못하시는 것인데 어떻게 갑과 을이라고 말씀하십니까?”라고 일갈하는 당당한 노동자다. 이 에피소드가 하나의 ‘사이다썰’이 아니라 당연한 매뉴얼처럼 지켜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성소수자 지지자를 위한 동료 시민 안내서> 지니 게인스버그 지음, 허원 옮김, 현암사 펴냄
지난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었다. 처음 발의되고 15년째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의 통과를 촉구하며 미류와 종걸 두 활동가가 37일째 국회의사당 앞에서 단식을 이어가던 날이기도 했다. 이 소개를 읽는 사람들이 성숙한 시민이라는 가정하에,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자녀가, 내 친구가, 내 동료가 커밍아웃을 한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어떻게 대해야 상처를 주지 않고 존중한다는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지, 최소한 하지 말아야 하는 무례한 말이 무엇인지 당신은 알고 있는가? 무지한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 바로 <성소수자 지지자를 위한 동료 시민 안내서>이다. 앨라이(지지자)의 정의부터 꽤 그럴듯한 앨라이가 되는 방법까지 안내하는 섬세한 코칭이 당신을 더 넓은 무지갯빛 세상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글. 양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