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풍성하고 기분 좋은 사운드로 대표되는 잭킹콩의 음악은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연주로 듣는 이의 텐션을 한계까지 끌어올린다. 그런데 올해 5월에 발표한 이들의 새로운 싱글 앨범은 사뭇 낯선 분위기를 풍긴다. 지치고 무뎌진 마음을 안아달라 이야기하는 노랫말은 지금껏 이들이 선보인 음악과 달리 퍽 처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변화는 결코 어둡고 우울한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 발짝 떨어져 묵묵히 기반을 잡아주는 트럼펫 연주와 한껏 차분하고 잔잔해진 구성에 힘입은 노랫말은 도리어 공감과 위로를 건네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잔잔한 용기를 선사한다. 덜어낸 만큼 더욱 풍성해진 잭킹콩의 음악 끝에는 언제나 그렇듯 미소가 함께한다.
<입춘>은 싱어송라이터 한로로의 데뷔 싱글 앨범이다. 뮤지션 스스로 “나의 발화(發花)를 기록하기 위한 곡”이라 소개하는 이 노래는 제목 그대로 언젠가 다가올 자신의 봄날을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음악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요소로 덕분에 그 말이 전혀 ‘수동적인 기다림’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맑은 음색과 깊은 울림을 지닌 목소리가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 나서는’ 듯한 단단하고 초연한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더불어 꽉 찬 기타 사운드와 그 위로 얹히는 미려한 바이브레이션의 어우러짐은 곡 전반에 걸쳐 자연스러운 감정적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음악의 힘을 빌려 듣는 이의 마음과 공명하는 그녀의 발화(發花)는 곧이어 듣는 이에게 저마다의 마음속 불씨가 되어 발화(發火)할 수 있는 힘을 실어준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싱글 앨범 <기다리던 아침이 올 거야>는 blurrin'(블러린)의 데뷔곡이다.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미리 공개한 데모 버전보다 훨씬 풍부한 사운드, 힘 있는 보컬로 완성된 이 곡은 ‘시작’이라는 단어에 담긴 설렘보다 그 이면에 드리운 적막감, 그리고 막연한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그럼에도 ‘밝아진 아침’을 그리며 ‘매일을 설레어하자’고 노래하는 목소리는 마치 온 힘을 다해 꾹꾹 눌러 디디는 발자국의 기운을 닮았다. 곡의 후렴구에 밴드 더 폴스와 wave to earth의 멤버 김다니엘의 목소리가 더해져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는 감성이 담겼다. 저마다의 계절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시린 햇살을 닮은 블러린의 음악을 권한다.
글. 월로비
사진제공. 포크라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