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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8 컬쳐

긴 시간을 매만지는 '간송'처럼 ― 간송미술관 (1)

2022.07.14

매년 봄가을, 1년에 4주간만 관람객을 맞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미술관.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봄이 다시 활짝 열렸다. 1층 전시실에서 열린 ‘보화수보’전은 연구와 보존의 기능에 충실한 간송미술관의 면면을 다시금 확인시킨다. 텅 빈, 그러나 84년의 세월로 꽉 찬 2층 전시실은 대중에게 공개하는 현재 간송미술관의 마지막 모습이다. 6월 5일 전시를 마지막으로 건물 전체가 오랫동안 보존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 그 일단락의 과정을 담기 위해 간송미술관을 다시 찾았다. 희끗희끗 흰머리 같은 외벽의 흔적, 담쟁이덩굴 자국 너머로 주름살 깊게 패인 건물이 새삼스레 밟힌다.


‘간송’이라는 태도에 관하여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1층 전시실. 500년도 더 된 그림 앞에 서서 생각한다. 이 작품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아 나와 눈 마주치고 있을까. 그림과 나 사이에 생략된 수많은 점을 상상해본다. 그림이 그려졌던 조선 중기의 시대 상황, 여러 경로를 거쳐 그림을 수집했을 수장가, 다시 그것을 발견하고 소중히 여긴 후대의 사람들과, 낡은 것을 기우고 고쳐 복원해온 노력들. 보이지 않은 기다란 끈으로 연결된 점들을 거쳐 저 그림이 우리 앞에 놓인 것이다.

문화재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의미 있게 그것을 발견하고, 소중히 여기며 정성껏 보존한 끝에 비로소 그 존재감을 획득하는 것. 보존하는 역할은 주로 국가나 그 권리를 이양받은 공공기관의 몫이지만, 때로는 그 의무를 개인이 스스로 짊어지기도 한다.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간송 전형필은 일본으로 팔려나가는 우리의 문화재를 악착같이 모아 ‘구해’냈다.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도 그중 하나.

1940년 처음 해례본을 구한 후 비밀리에 지켜오다 해방 후 비로소 세상에 선보였다. 그가 아니었으면 훈민정음의 창제 의미와 원리 등은 여전히 증거를 갖지 못한 채 몇몇 설로만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한글을 모국어로 쓰는 우리는 간송 전형필에게 조금씩 부채를 지고 있는 셈이다.

문화 역량을 드러내는 결정적 증거

문화재의 사전적 의미는 ‘문화 활동에 의하여 창조된 가치가 뛰어난 사물’이다. 간송은 문화재를 하나의 ‘증거’라고 여겼다. 그 시대의 미감, 당대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 문화 역량 등을 알 수 있는 결정적 증거. 이것은 실제로 백 마디 말보다 더 힘이 셌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신윤복의 풍속화가 그랬다.

일제강점기, 간송 전형필은 광복을 기다리며 그 증거들을 하나둘 모았다. 다시 나라가 바로 서는 날, 그 문화유산들은 ‘우리’를 지탱하는 든든한 토대가 되어줄 터였다. 1938년 문을 연 보화각(간송미술관 건물 이름)은 광복이 되기 전까지 문화재를 수집하고 지키고 연구하는 준비 공간이었다. 광복 이후에는 많은 미술사학자와 교류하며 연구, 후원을 하는 장소였다가 1971년 간송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첫 전시를 개최하게 된다. 이후 80년이 넘는 지금까지 간송미술관은 긴 시간을 매만지며 우리에게 문화의 가치와 자긍심의 증거를 제시한다. ‘보화수보’ 전시는 간송미술관의 101번째 전시다.

문화재를 지키는 현재의 방법들

문화재는 모으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던가. 할아버지 간송이 그러했듯 스스로 그 책임을 짊어진 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 ‘상속’이라는 단어 안에 숨은 육중한 무게를 짐작해본다. 지속 가능한 미술관 운영의 부담에, 공공기관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까지 뒤섞인 무게. 보존 공사 전 마지막 전시를 앞둔 6월의 어느 날, 그를 만나 문화재를 지키는 현재의 방법들에 관해 들었다.

이 글은 '긴 시간을 매만지는 '간송'처럼 ― 간송미술관 (2)'로 이어집니다.


글. 김선미
사진. 양경필‧간송미술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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