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사랑하는 중입니다 ― 신도림역 곽창갑 빅판 (1)'에서 이어집니다.
임대주택 들어가니까 어떠세요?
노숙하거나 고시원에서 지낼 때보다 훨씬 낫죠. 넓고 깨끗하고 좋아요. 그리고 한 사람도 있고.
함께 지내는 분이 계세요?
네, 아내가 있어요. 서울역에서 2020년에 만났어요.
그분도 노숙하던 분이세요?
네. 함께 노숙하다가 지금 같이 살고 있어요. 그 사람 대구 본가에도 갔다 왔어요. 어머님은 요양원에 계셔서 거기도 함께 갔다 왔고요. 가서 같이 살겠다고 허락받았어요. 허락해주셔서 약혼식 하고 같이 살고 있죠. 혼자 있을 때보다 훨씬 좋아요. 멍멍이도 키워요. 보리.
부부 싸움은 안 하세요?
싸움 해요.(웃음) 집사람이 주말이면 어디 가자고, 왜 안 나가냐고 자꾸 물어보고. 주말이면 아내랑 나들이 많이 다녀요. 한강공원에 자주 가요. 집에서 가까우니까 슬슬 걸어가요. 한강에 가서 자전거 빌려 타요.
두 분이 자전거로 같이 한강 변을 달리시는 거예요?
아니요. 그 사람이 갔다 오면 제가 가고요. (왜 같이 안 가시고요?) 멍멍이! 멍멍이가 있으니까. 보리 곁에 한 사람은 있어줘야죠.
아내분의 가장 큰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괜찮아요. 다 좋고 괜찮아요.
반대로 이 점은 좀 맘에 안 든다 하는 거 있으세요.
(단호하게) 없어요.
어떨 때 아내가 가장 사랑스러우세요? ‘항상이요.’ 이런 답변은 받지 않겠습니다.(웃음)
같이 있을 때 항상이요.(웃음) 판매지에도 몇 번 데리고 나갔거든요. 근데 그 사람이 힘들어해요. 아내가 장애인이에요. 너무 힘들어하면서 뭐 깔지도 않고 바닥에 막 앉아 있더라고요. 조금만 걸어도 힘들다고 쉬었다 가자고 해요. 그래서 이제 같이 가자는 말은 못 해요.
얼마 전 빅판에 도전해보고 싶어 하는 한 홈리스분이 차비가 없어서 빅이슈 사무실에 못 온다는 말을 듣고 차비를 대신 내주셨다고 들었어요. 신입 빅판이 들어오면 옆에서 제일 잘 도와주고 이런저런 사항을 알려주시는 걸로 유명하시고요. 한 명의 홈리스라도 자립을 돕고 싶은 마음이신 거죠?
네. 그렇죠. 놀아봤자 뭐해요. 용돈이라도 벌어야지. 노숙하는 사람들한테 《빅이슈》에 대해 말해주고 다녀요. 판매해보라고요. 그래서 서울역에서도 두 명인가 사무실에 왔었다니까요. 고시원 원장님들한테 연락도 와요. 자기 고시원에서 지내는 사람인데, 데려가서 일 좀 할 수 있게 해주라고요. 놀면 뭐해요. 꾸준히 용돈이라도 벌면 좋죠.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으세요?
언젠가는 고향에 내려가야죠. 아내랑 완도 내려가서 살고 싶어요. 지금 엄마하고 동생은 광주에서 살고 있어요. 자주 만나진 못해도 전화 연락은 종종 해요. 지난 명절에도 못 갔어요. 코로나19 때문에요. 사람들 많이 모였다가 코로나19 걸려면 큰일이니까요. 많이 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빅판님께 사랑이란?
행운이다!
글. 안덕희
사진. 김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