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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8 빅이슈

사랑하는 중입니다 ― 신도림역 곽창갑 빅판 (1)

2022.07.15

당장이라도 세상을 집어삼킬 듯 성난 파도를 이겨낸 뱃사람, 서울역을 떠돌며 노숙을 하던 홈리스, 고시원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던 사람의 눈빛 치고 편안했다. 눈꺼풀이 검은 눈동자를 거의 덮을 듯 웃는 그의 표정에서는 여유와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사랑이 묻어났다. 사랑에 관한 클리셰 한마디를 던져본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누군가에게는 클리셰라도 지금 곽창갑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에게는 진리이므로.

장마가 시작되는데요. 오는 날은 아무래도 팔리죠?
어제는 비가 왔다 그쳤다 그랬죠. 그래도 스무 권 팔았어요. 매일 꾸준히 그 정도는 나가요. 적게 나가면 열 권에서 열다섯 권 나가고요. 어제는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도 많이 나간 셈이에요.

《빅이슈》 판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2018년 9월에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노량진역에서 판매했어요. 지난해 4월에 광화문역으로 옮겼다가 지난 달에 신도림역으로 다시 옮겼네요. 노량진 거기는 학원에서 신고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판매지를 옮겼죠. 《빅이슈》 판매 멘트를 외치니까 그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해서요. 자꾸 신고가 들어와서 노량진 경찰서에 가서 조사도 받았다니까요.(웃음)

빅판으로 일하시기 전에도 《빅이슈》를 알고 계셨어요?
네. 알고 있었어요. 숙대입구역에서 파는 사람이 있었거든요. 그 사람이 판매하는 걸 보니 꽤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제가 청파동에 있는 삼일교회에 다니거든요. 거기 간사님이 빅이슈 사무실에 같이 와주셨어요. 같이 사무실 와서 상담받고 빅판 일을 시작하게 됐죠.

서울에는 언제 올라오셨어요?
군산에서 멸치잡이 배 타다가 서울로 올라왔어요. 올라와서 서울역에서 노숙했죠.

배는 어떻게 타게 되셨어요?
직업소개서에 갔다가 타게 됐죠. 목포에 있는 소개소에 갔는데 근처 여관을 잡아주더라고요. 거기서 며칠 지내면 직업을 구해준다고요. 일주일 지나니까 여관비로 150만 원을 달래요. 그 옛날에 150만 원은 엄청 큰돈이었어요. 그런 식으로 소개소에서 배나 염전에 넘겨버린다니까요. 젓배를 한 4년 탔어요. 김발배는 4년 반 탔고요.

젓배요?
네. 멸치젓, 새우젓 만들 고기 잡으러 나가는 배 있어요. 김발배는 김 채취하는 배고요. 3월에 나가면 12월에 들어온다니까요. 그 기간 내내 바다에 떠 있는 거예요. 거기서 밥도 다 해 먹어요. 파도칠 때는 배가 꼴랑꼴랑해요. 멀미하면 못 타요. 저는 그나마 멀미 안 하니 탔지.
위험한 일도 많아요. 특히 비 오는 날은 미끄러지고 넘어져서 다치기도 하고. 우비 입고 장화 신잖아요. 여기저기서 막 넘어지죠. 사고도 많이 나요. 배에서 술 먹고 싸우기도 하고요. 배 출발할 때 육지에서 소주 됫병들이 열 박스를 실어요. 하루에 한 병씩 따서 배에서 고기 잡으면 회 썰어서 먹고. 그러다 서로 싸워서 사고도 많이 난다니까요. 배 타다 보면 티브이에도 못 나올 일이 많이 일어나요. 바다가 참….

거친 인생을 살아오셨네요.
네, 그랬죠. 그거에 비하면 잡지 판매가 덜 힘들죠. 요즘 괜찮아요. 잠도 집에서 자고.(웃음)

이 글은 '사랑하는 중입니다 ― 신도림역 곽창갑 빅판 (2)'로 이어집니다.


글. 안덕희
사진. 김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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