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모술수’를 만나다니! 인터뷰 일정이 잡히자 긴장되기 시작했다.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라며 분노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권민우는 자폐 스팩트럼 장애인 우영우의 성과를 의식하고, 우영우라는 사람 자체를 깎아내린다. 권민우를 연기하는 주종혁은 어떤 사람일까. 화보를 찍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권민우와 주종혁은 일억만 리는 먼 사람 같다. 9년 차 배우 주종혁은 위협과 공작으로 자기 자리를 공고히 하는 것보다 남을 웃기는 데 더 몰두한다. 웃음 욕심이 많아서 술수를 부리기는 그른 것 같은 배우, 주종혁이 명함을 내밀며 생글생글 첫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주종혁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많은 분이 (권민우를) 욕해줘서 감사하다. 한결같이 연기를 해왔는데 대중의 관심을 받는 건 처음 겪는 일이라 부끄럽다.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이다.
평상시에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졌겠다.
평범하게 생겨서 많이는 못 알아보시는데, 간혹 “드라마 잘 보고 있습니다.” 하고 인사해주시곤 한다. 아, 물론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 드라마에 과하게 몰입한 분들이 욕을 하기도 한다. 그것도 관심이라고 생각해서 괜찮다.(웃음)
높은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
그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친구들이 기적이 일어났다고 할 정도였다.(웃음) 20대 끝자락에 오디션에 참가해 30대가 되면서 소속사를 찾았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때가 첫 기적이고, <우영우>를 만난 게 두 번째 기적이다. 그래서 많은 친구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염두에 뒀던 다른 역할이 있지는 않았나?
오디션을 봤다. 거짓말을 하면 코끝을 긁는 배 팀장 역할(5화의 이화ATM 연구개발부 팀장)과 권민우 역할 두 가지 오디션을 봤다. 내가 해석한 권민우를 표현하기 위해 정장을 입고 머리를 세팅하고 가서 연기했는데, 작가님과 감독님이 “이건 권민우 그 자체다.”라고 감탄하셨다. 비주얼상 그 느낌 그대로 촬영까지 가져가게 됐다.(웃음) 합격할 줄 몰랐는데, 같이 하자고 연락해주셔서 신기했다. 역할이 매력 있고 대본도 재밌어서 촬영이 기대됐다.

그때는 상대 배우들이 정해진 때였나? 첫인상은 어땠나?
내가 마지막으로 캐스팅된 것으로 기억한다. 일단 촬영 전에 (강)태오(준호 역)와 (주)현영이(동그라미 역)를 먼저 만났다. 내 입장에선 ‘연예인’ 같은 친구들인데 인간적이고 성격도 서글서글하고, 너무 좋더라. 그러고 나서 전체 리딩에서 모든 한바다 로펌 식구들을 만났는데, 다들 모난 데 없이 순한 분들이라 첫인상이 좋았다. 그 첫인상이 촬영하는 8개월 동안 쭉 유지됐고.
얼마 전 종방연이 열렸는데, 드라마의 인기 덕에 감회가 남달랐겠다.
실감나지 않았다. 그냥 회식 같았고, 다음 날 다시 한바다로 출근해야 할 거 같았다. 모두 비슷한 마음이었던 거 같다. ‘우리 내일은 뭐 하지?’ 하고.(웃음) 원래 회식하면 집에 빨리 가는 편인데, 그날은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끝까지 집에 가기 싫어해서 새벽 세 시 반까지 있었다.(웃음)
<우영우> 시청자들이 권민우에 대해 갖는 인상은 부정적이다. 기계적 공정, 평등에 몰두해서 영우의 장애를 배려하지 않고 영우를 강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권민우를 연기하면서 이런 지점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을 것 같다.
권민우는 나와는 많이 다른 사람이다. 나는 권력욕이 있거나 남을 짓누르고 위로 올라가려는 성향이 아니다. 한바다에서 가장 모난 캐릭터인 동시에 판타지 없이 현실적인 인물이니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걸 현실로 느낄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분명 권민우 같은 사람도 있을 거다. 누구에게나 동료 중 한 명은 있을 수 있다는 현실감을 주려고 노력했다. 연기할 때는 권민우가 솔직하고 마음속 생각이나 감정을 다 내비치는 스타일이라 거침없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드라마 속 유일한 ‘악역’인데 상처받거나 서럽지는 않나?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다. 심한 욕을 먹으면 충격이 있긴 하다. ‘나는 연기를 할 뿐인데 이렇게 욕해도 되나.’ 싶기도 한데 타격은 크지 않다. 어차피 일시적인 현상이다.
문지원 작가는 인터뷰에서 “영우 주변 인물은 심정이 복잡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여러 입장을 보여주려고 대사를 썼다.”라고 설명했다. 권민우는 아마 그중에서도 복잡한 심경을 공격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일 텐데 현실에서 권민우의 입장이라면 주종혁은 어떻게 행동할까?
그냥 현실에 만족할 것 같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배울 점을 찾을 거다. 그게 내 스타일이라, 연기를 안 하고 사회생활을 했어도 그랬을 것 같다.
2년 전 제1회 카카오M 액터스 오디션에서 700:1의 경쟁률을 뚫고 지금의 소속사에 발탁됐기에 경쟁심이 강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경쟁심이 거의 없다. 그 오디션도 당연히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오디션 참여 당시 20대의 끝자락을 달리고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적은 분들이 많이 참가해서 신인 배우를 키우려면 당연히 어린 친구들을 뽑을 거라고 예상했다. 난 그냥 주종혁이라는 사람이 연기하는 모습을 평가받고 싶었다. 편안한 마인드로 하다 보니 오히려 더 좋게 보신 게 아닌가 싶다.
이 글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배우 주종혁 (2)'로 이어집니다.
진행. 양수복
사진. 백상현
헤어. 조은혜
메이크업. 김민지
스타일링. 정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