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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5 인터뷰

일주일을 살아갈 이유 ― ‘더 이음 프로젝트’ 조영실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1)

2022.10.24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한 무지개의원은 성소수자,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와 차별 없이 함께 살아가기를 모토로 하는 병원이다. 지역 공동체 안에서 주민들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며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그 노력의 일환 중 하나는 ‘더 이음 프로젝트’(이하 ‘더 이음’)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마포구 거주 중장년 1인 가구의 존엄한 삶을 위해 건강검진 등의 의료 서비스와 함께, 사회 관계망 회복을 위한 사소한 프로젝트들을 함께한다. 그러다 보니 판이 점점 커진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밥을 같이 먹다가 거기서 나눴던 대화로 연극을 만들어 올린다든지, 산책을 다니면서 사진과 이야기를 엮어 전시회를 연다든지 그 방향은 무궁무진하다. 2018년부터 5년째 ‘더 이음 프로젝트’를 맡아온 조영실 담당자는 성실하게 모임을 이끌고 때로는 모두가 물음표를 띄울 때 느낌표를 외치며 실험적인 ‘사건’을 창작하고 ‘더 이음’ 자체가 새로운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음을 알려왔다. 일주일에 한 번, 그 만남으로 삶의 원동력을 주는 조영실 정신보건 사회복지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무지개의원의 시작에 대해 알려주세요.
올해 10주년을 맞았어요. 마포의 성미산마을은 공동육아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죠. 그때 대안학교와 생활협동조합(생협)을 만들면서 안전한 병원을 꾸릴 수 없나 고민했어요. 병원을 비영리 기관이라 하지만 사실은 영리를 추구하는 곳이죠. 그래서 우리 몸을 정말 잘 돌볼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야겠다는 목적으로 2012년에 망원시장 상인분들,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 300명 정도 모여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조합을 먼저 만들고 1년 후 의료진을 모셔 와 병원을 세웠죠.

중장년층의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를 예방하는 이음 프로젝트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최근 자료를 보면 한국의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예요.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은 60대 이상의 비율이 높고 남성은 30대부터 50대까지 고르게 많아요.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복지 제도도 재편되고 있지만 중장년층은 한창 경제활동을 할 나이로 인식돼 그 대상에서 배제되곤 해요. 여러 복지 제도에서 소외되죠. 중장년 1인 가구의 어려움을 방치했다간 노년기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특히 2018년에 중장년 고독사 문제가 대두되었고 통계치를 찾아보니 중장년 중 남성 1인 가구의 고독사 비율이 높았어요. 경제활동에 어려움이 생기고 기존 가족과 단절되면서 건강도, 관계도 잃게 되는 거죠. 마포구에서 먼저 1인 가구 보건복지부 돌봄서비스를 함께 할 수 있는 기관을 찾았어요. 다른 의료기관은 자부담까지 해가면서 이 사업을 할 필요가 없지만 저희는 ‘의료사협’이잖아요. 이전에도 망원시장 상인들의 건강관리나 폐경기 여성을 위한 건강 활동을 꾸준히 해왔거든요.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것이 무지개의원의 가치이기 때문에 마포구와 협력해 ‘더 이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죠. 벌써 5년째네요.(웃음) 올해 신규 인원 26명에, 지속적으로 참가해온 인원을 포함하면 72명의 참가자가 있어요.

이음 제공하는 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어요?
마포구에 거주하는 만 45세에서 64세 사이의 1인 가구 주민 중에 건강 문제나 사회적 고립,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 주민센터에 사정을 이야기하면 저희와 연결을 해주세요. 그러면 동 주무관과 제가 가정방문을 나가서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알아봐요. 병원에서는 밥을 잘 챙겨 먹는다고 말해도, 가정에 방문해보면 끼니를 제대로 챙길 수 없는 환경이기도 하거든요. 직접 방문해서 대상자의 환경을 봐야 하죠. 그러고 나서 병원의 건강관리 등 의료 서비스를 연계해요. 꼭 의료가 아니더라도 한글이나 스마트폰 사용법을 잘 모르는 분들은 관련 교육과 연계한다거나 요리를 잘 못하는 중장년 남성분들께는 요리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해요. ‘보건복지 통합돌봄 서비스’가 이름은 거창하지만 굉장히 다양하고 사소한, 생애와 직접 관련 있는 일을 한다고 보시면 돼요. 심지어는 주거지원 서비스에 대한 문자가 왔는데 말이 너무 어려워서 설명해달라거나 가전제품 A/S를 받을 때도 도움을 청하시곤 하죠.

72명의 참여자에게 개인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하고 계시네요.
그분들께 저는 뭐든지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인 거죠. 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다 다른데 일괄적이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저와 관계 맺기가 되어 있어야 하잖아요. 저와 가깝지 않은 분들은 방문이나 문의를 꺼리시다 보니, 어떻게 하면 편안한 관계 맺기를 할 수 있을지 늘 고민이 커요.

고독사 방지나 관계 맺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해요.
제가 “연락하는 사람이 있으세요?” 하고 물어보면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다,”고 표현하세요. 이분들에게 새로운 사회 관계망이 필요한데 그 방법으로 저는 점심밥 모임을 제안했어요. 혼자 사는 분들은 아침 늦게 먹고 저녁 챙기는 정도지 점심을 잘 안 드시거든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오셔서 밥 한 끼 같이 하자고 했어요. 그게 2018년도에 만든 모임 ‘이음식당’이었어요. 마음 편하게 그냥 오셔서 식사하시다가 서로 친해지기도 하고 옛날 얘기도 하고 그랬죠. 그런데 그냥 밥만 먹기는 아쉬워서 매주 프로그램을 짰어요. 예술인 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살아왔던 이야기나 아픈 몸에 대해서 예술인들과 같이 나눠보는 시간도 갖고, 1인 가구의 이야기를 주제로 작사와 노래를 하고, 라인댄스를 배워서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하고요. 밥 모임에서 시작해 매주 뭔가 작당을 하는 모임이 됐죠.

코로나19 인해 모임의 어려움은 없었어요?
코로나19도 건강의 위협이잖아요. 그래서 모임을 자제했더니 참여자들이 우울감이 심해지고 술을 점점 많이 드시면서 건강이 악화되는 상태가 되어버렸죠. 그래서 개별적으로라도 만나기 위해 인터뷰를 하게 됐어요.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드러내보고 싶어서 각자의 옛날 이야기, 화초 키우는 이야기, 반려동물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생애를 기록했어요. 들으면서 한국 사회의 구조상 무언가에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서는 게 어렵다는 걸 느꼈죠. 이걸 <혼잣말 아닌 혼잣말>이라는 책자로 만들었어요. 그러고 나서 이 이야기를 더 알리고 싶어서 연극을 하게 됐죠. 죽기 전에 꼭 먹고 싶은 음식이 뭔지 두런두런 얘기 나누다가 그런 대사도 넣고, 혼자 사니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취급하는지, 수급권자라서 어떤 차별을 받는지를 모두 그대로 대사에 썼어요. 당사자가 직접 배우로 참여해서 연극을 했죠.

이 글은 '일주일을 살아갈 이유 ― ‘더 이음 프로젝트’ 조영실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2)'로 이어집니다.


글 | 사진. 양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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