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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5 인터뷰

일주일을 살아갈 이유 ― ‘더 이음 프로젝트’ 조영실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2)

2022.10.24


이 글은 '일주일을 살아갈 이유 ― ‘더 이음 프로젝트’ 조영실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1)'에서 이어집니다.

이음에서 여러 작당을 하면서 참여자들은 어떻게 변화해왔어요?
예컨대 연극을 하게 되면서는 배우로 데뷔를 한 거잖아요. 그래서 모든 분께 사인을 해달라고 했는데 부끄러워하시면서도 해주시고, 초대한 관공서나 여러 기관의 손님들을 배웅하는 역할도 하시더라고요. 오늘 우리의 자리에 와줘서 고맙다고요. 그동안은 제가 그 역할을 다 해왔는데 참여자들이 하시는 걸 보고 당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주체가 됨으로써 힘이 생겼다는 걸 느꼈어요.

올해는 어떤 작당을 모의하셨어요?
연극 연습한다고 고생하셨으니까 올해는 소소하게 모여서 산책을 하게 됐어요. 산책하면서 가봤던 곳들을 소개하고 조를 짜서 내가 못 가봤던 공간의 문턱을 넘어보기로 했어요. 연남동 철길을 같이 걷다가 한 분이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카페가 있는데 나는 혼자라 눈치 보여서 가보지 못했다.” 하시길래 같이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 마시면서 얘기했어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높은 문턱이었던 거잖아요. 이걸 넘어가는 게 작지만 특별한 시도가 됐죠. 이 활동을 기록해 10월 중순부터 전시로 선보이기로 했어요. 산책길을 따라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산책 후기 글을 모았고요. 이분들이 마포에서 아주 오래 사셔서 ‘마포나루’처럼 지금은 사라진 장소를 다 기억하세요. 말하자면 역사를 기억하시는 건데, 이 이야기를 엮어서 낭독극을 하기로 했죠. 과거의 마포를 모르는 20~30대의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려줄 수 있다는 거,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배우고 알려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는 게 큰 수확이에요.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데 담당자는 명이잖아요. 어렵지는 않아요?
마을의 여러 공간과 단체에서 도움을 정말 많이 주세요. 마포구청과 동 주무관분들의 도움도 크고요. 무지개의원 혼자라면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죠. 사실은 ‘더 이음’이 언제 끝날지 모르잖아요. 언제 예산이 끊길지 모르겠지만 이분들이 이 마을에 사는 한, 마을 주민으로서 좀 더 많은 분들과 인사 나누면 좋겠다는 마음에 여러 공간에 얼굴을 비추고 프로그램을 연결하고 다양한 접점을 만들려고 해요. 최근에는 ‘마포희망나눔’과도 연결이 되어서 ‘더 이음’ 참여자들이 희망나눔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를 하게 됐어요.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변화가 정말 멋지죠.

참여자들의 마음을 여는 비결은 뭔가요?
잔소리를 아주 많이 해요. 초창기에 모임을 하면 제가 어리다는 이유로 커피를 타 달라거나, 다른 여성 참여자에게 ‘과일은 여자가 깎아야지.’ 이런 얘기가 나왔던 적도 있어요. 3분의 2는 남성 참여자거든요. 그럴 때마다 얘기했죠. 제가 이러저러한 일을 하느라 바쁘니까 선생님이 커피를 타주실 수 있겠냐, 출석을 불러줄 수 있겠냐, 하고요. 서로를 돌보면 좋겠다고 역할을 자꾸 나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지점이 있어요. 자꾸 반말을 하시는 분께는 “우리가 서로 존중하려고 별명을 부르고 존대를 하기로 했는데 선생님이 반말하시니까 야자타임인 줄 알았어요.” 하면 다 알아들으시죠. 계속 혼자 있었다면 안 바뀌었겠지만 모임에 나오시면서 서서히 변화하는 게 보여요. 더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죠.

코너의 공통 질문인데요. 돌봄을 하다 보면 본인의 돌봄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을 같아요. 필요한 때가 오면 어떤 돌봄을 받고 싶어요?
저는 공동육아를 하려고 일부러 이 마을로 이사를 왔어요. 아이가 잘 커서 지금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거나, 제가 무지개의원을 다니지 않으면 이 마을을 떠나도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가 이제는 못 떠나겠다는 결론이 났어요.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나의 책 모임과 운동, 등산 모임이 다 여기에 있고 나중에 직장을 안 다녀도 여기 사람들하고 만나서 계속 놀아야 하니까 내가 못 떠나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우리가 모여서 이렇게 자꾸 함께 놀다 보면 얼마나 건강해질까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뭘 자꾸 도모하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정말 인간을 건강하게 만들지 않나 생각해요. 우리의 건강이라는 건 병원에서만 돌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의료 목적의 행동과 더불어 마을 공동체 내에서 여러 가지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챙겨야 하는 거라고 봐요.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가 사람의 건강에 더 도움이 되죠. 여기서라면 병원이 아니라 마을에서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우리의 건강이라는 건 병원에서만 돌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의료 목적의 행동과 더불어 마을 공동체 내에서 여러 가지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챙겨야 하는 거라고 봐요.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가 사람의 건강에 더 도움이 되죠.
여기서라면 병원이 아니라 마을에서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거 같아요."


글 | 사진. 양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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