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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8 컬쳐

그걸 왜 봐? ― 이상한 취향의 발견 (2)

2022.12.15


이 글은 '그걸 왜 봐? ― 이상한 취향의 발견 (1)'에서 이어집니다.

발톱 교정을 보며 느끼는 감동과 환희

ⓒ 남양주호평점 REFUSS 영상스틸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발톱 교정 영상을 본다. 내성 발톱이든 무좀이든 혹은 둘 다이든 어떤 이유로든 발톱이 휘어진 이들이 있는데, 그들의 발톱을 교정하는 영상이다. 각종 도구와 약물을 사용해 이를 닦고 잘라내고 휜 발톱을 펴고 파내는 과정이 이어진다. 영상은 보통 10분 정도로 이 시간 내내 화면에는 발만 나온다. 발로 가득 차 있다.

대체 남의 발을, 그것도 아름다운 발도 아니고 문제가 있는 발을 왜 보냐고?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그냥 보는 거다. 발 속에 박혀 있는 발톱 조각을 보면서 고통에 공감하고, 그걸 빼낼 때는 환호한다. 속에 쌓여 있는 노폐물을 제거할 때의 시원함은 말해 뭐해. 한평생 힘들게 살아온 어르신들의 발이 다듬어질 때는 울컥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얼굴 한 번 나오지 않고 10분 내내 발톱만 다듬지만, 매 편마다 작은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내 발톱에 문제가 있냐고? 전혀. 연애 프로그램을 보는 모든 사람이 연애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발이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이런 영상들을 통해서 당신에게도 새로운 삶이 열릴 수 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신체로 따졌을 때 아래로 갈수록 저급하고 미천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은 자연히 사라진다. 드라마에는 힘이 있다. 사람을 구하는 게 꼭 의사만의 일은 아니다.
추천 채널은 <풋풋한Lee쌤 Fresh Foot>이다. 국내외 다양한 채널이 있고, 훌륭한 치료사분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Lee쌤의 태도가 가장 마음에 든다. 만약 보고 나서 취향에 맞으면 알고리즘 님의 은총에 따라 다른 채널도 보면 된다. 이런 채널만 수백여 개가 되는 것 같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걸 보는 건지, 가끔은 구독자나 조회 수가 다 사기인 건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이 영상이 재밌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유튜브가 나오기 전에는 취향이 될 수 없었던 거지. 하지만 어쨌든 유튜브 생활을 하다 보면 무엇이라도 하나는 꽂히게 된다. 꽂히는 게 하나도 없다면 자신이 직접 만들어도 좋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우리의 취향이 유튜브 세계 어딘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이 유튜브의 가장 큰 매력이자 선물이다. 수많은 취향의 발견 혹은 탄생, 역시 세상은 재미난 것투성이다.

PS. 그리고 영상을 보든 안 보든 앞으로 샤워한 후 헤어드라이어로 발톱 사이사이를 꼼꼼히 말리도록 하자. 약속.

추천 콘텐츠
플랫폼: YouTube
채널명: 풋풋한Lee쌤 Fresh Foot
구독자: 27.7만(11월 18일 기준)

포인트
시원함: ★★★★
따뜻함: ★★★
특이취향: ★★★


오후(ohoo)
비정규 작가. 세상 모든 게 궁금하지만 대부분은 방구석에 앉아 콘텐츠를 소비하며 시간을 보낸다. <가장 사적인 연애사>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등 여섯 권의 책을 썼고 몇몇 잡지에 글을 기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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