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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9 인터뷰

유기적 유전자 ― 배우 박명훈

2022.12.21


'배우가 인물에 몸담으면서 작품과 이야기를 여행하는 직업이라면, 지금 박명훈은 역동적으로 대지 중앙을 가로지르며 질주하고 있지 않을까. 올해만 해도 <경관의 피>, <리미트>, <올빼미>까지 출연한 세 편의 영화가 개봉했고,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에서는 확신에 찬 빌런 캐릭터 ‘영민’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대중에게 자신의 연기력을 확실하게 각인한 <기생충>의 ‘근세’ 이후, 배우 박명훈은 그만의 결로 다듬은 악역부터 극의 긴장을 쥐고 완급을 조절하는 신스틸러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덧입으며 변화무쌍한 인물을 선보이는 중이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한순간에 관객을 사로잡는 연기의 바탕이 된 능력을 발견했다. 자신이 거쳐온 모든 역할을 꼼꼼하게 되짚는 성실한 날카로움, 캐릭터의 밑그림을 그려 자신뿐 아니라 현장의 많은 이들과 끈끈히 연결하는 섬세함. 그의 연기 역사는 이렇게 지속되고 있다. 모든 캐릭터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배우 박명훈을 만든다.'


영화 <올빼미>에서 조선 시대 내의원 의관 만식 연기했습니다. 만식은 스릴 넘치는 이야기 속에서 관객이 잠깐 있는, 유쾌한 면을 가진 캐릭터예요. 연기하면서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었는지 궁금합니다.
대본을 보면 캐릭터의 성품을 비롯해 모든 것이 묻어나는데, 활자로 만식의 이야기를 봤을 때 그는 참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상대방에게 조건 없이 도움을 줄 줄 알고, 측은지심을 갖고 있어요. 제가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을 돌이켜봤는데, 그 경험이 만식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선한 가운데 묻어나는 캐릭터의 인간적이고 엉뚱한 면이랄까, 그런 지점을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올해 <경관의 >, <리미트>, <올빼미>까지 출연한 편의 영화가 개봉했고, <종이의 >으로도 시청자를 만났습니다. 바쁜 와중에 일상에서 휴식은 어떻게 취하는지 궁금해요.
일단 영화 보는 걸 제일 좋아해요. 올해도 쉴 때 극장에 자주 갔어요. 동료들의 작품이 개봉할 때 시사하러 가고, 촬영 일정과 겹쳐서 못 가면 혼자 가서 봤죠. 얼마 전에 이사했는데, 집 근처에 걷기 좋은 길이 있거든요. 그래서 운동 겸 산책도 즐겨요. 제가 주변 영화인들처럼 영화를 엄청 보는 건 아닌데.(웃음) 시간이 나면 되도록 많이 보려고 해요. OTT로 볼 수 있는 작품도 많고요. 저 역시 배우이면서도 시청자이기도 하니까요.

<리미트> 준용’, <경관의 > 동철’, <보이스> 본부장처럼 있게 이야기의 무게를 잡는 악역 연기가 눈에 띕니다. 각각의 빌런을 개성 있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한 점은 무언가요?
모두 2년여 전에 촬영한 영화들인데,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을 못 하다가 올해 관객을 만나게 됐어요. 공교롭게도 제가 빌런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는데요. 천 본부장은 과묵하고 행동이 앞서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동철은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어떻게든 다른 조직을 이기려고 하는 캐릭터로 봤어요. 각각의 인물이 가진 배경이 달랐기에 그 점에 집중해서 빌런답게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어요.

영화 <재꽃> 촬영 폐가에서 생활하셨고, <기생충> 근세를 연기하기 위해 지하실처럼 만든 세트장에서 시간을 보내셨죠. 대본으로 접할 때와 직접 영화 공간에서 지낼 , 이야기가 다르게 다가오기도 하나요?
<재꽃> 촬영장은 세트라기보다 폐가였고, <기생충> 지하실 세트장은 부잣집 세트 바로 옆에 있어서 두 공간을 다 경험할 수 있었어요. 해당 공간에 있으면 이야기를 보는 각도가 살짝 달라지는 걸 느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연기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 인물이 여기서 어떻게 살았을지 생각하게 되고요. 연기에 도움이 안 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런가 하면 <종이의 집>은 공동경제구역의 조폐국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조폐국장 영민에게 익숙하면서도 인질이 되는 공간인데, 이 공간에 어떻게 녹아들려고 노력했나요? <종이의 집> 역시 세트가 일산 킨텍스에 미리 만들어졌어요. 조폐국장 영민은 늘 그 공간에 있는 인물이죠. 야외 촬영이 거의 없었고요. 제가 너무 편안하게 촬영했어요. 조폐국은 영민에게 자기 마음대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아주 익숙한 공간이죠. 건물 구조를 잘 알기 때문에 모든 사건 사고를 일으킬 수 있고요.(웃음)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 그러니까 자기 외에는 모르죠. 언뜻 보면 강도단이 빌런 같지만, 오히려 그들에게는 각자 사정이 있잖아요. 극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남은 전혀 보지 않고 오로지 자기만 살려고 하는, 그걸 넘어서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는 빌런은 영민이죠.

인터뷰에서 영민의 전사를 계속 고민했다고 하셨어요. 캐릭터를 고민할 어떻게 살을 덧붙이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자유로운 공상에 가깝나요?
영민뿐 아니라 모든 인물을 연기할 때 그 사람의 전 생애를 생각해요. 그런데 전사를 지나치게 고려하는 것도 좋지 않더라고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 또 다른 해석이 나올 여지를 열어둬야 하니까요. 현장은 항상 예외성이 있고, 감독님과 작가님의 분석이 있으니 제 고집대로만 할 수 없고요. 영민이 어떻게 국장이 됐을지에 대해서는 제가 전사를 꾸미면서 접근했어요. 그럴 때는 공상에 가깝게 편하게 펼쳐봐요. 시간 순서로 되짚어도 그게 연기할 때 다 드러날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기생충> 통해 배우 박명훈을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했습니다. 경험이 남긴 깨달음, 지금의 연기 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있다면요?
<기생충>의 근세뿐 아니라 거쳐온 모든 역할이 저한테 영향을 줬어요.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 따지기보다는 ‘아, 이 인물을 좀 다르게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하죠. 저뿐 아니라 모든 배우가 연기하면서 느끼는 점일 거예요. 다른 사람이 아무리 극찬해도 본인이 생각하기에 아쉬울 수도 있는 거고요. 그래서 그 모든 역할이 연기하고 나면 저에게 도움이 돼요. 한편으론 저 나름대로 자기반성 시간도 갖게 되고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보여준 푼수같이 귀여운 느낌의 캐릭터도, 특별 출연으로 참여한 <이브> 재벌 역할도 인상적입니다. 자신만의 유머를 풀어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진지한 스토리에 코믹한 요소를 녹여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기의 포인트가 있나요?
<이브>에서 맡은 캐릭터는 약간 지질했죠.(웃음) 재벌가에서 동생에게 주도권을 뺏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인물인데, 배우로서 저만이 가진 호흡이 있잖아요. 뭔가 재밌는 포인트를 찾아서 살리기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해요. 억지로 하면 그런 느낌이 더 안 나올 것 같아요.

나한테 이런 역할은 오지?’ 하는 생각을 있나요?
여러 역할을 맡아 연기했지만, 아직 못 해본 역할이 많아요. 이 상태로 몇 년이 흐르면, 특정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지금은 최대한 여러 역할을 연기하고 싶어요.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도 좋고, 공직자나 성직자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연극으로 데뷔했고, 이제 여러 플랫폼에서 대중을 만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 그리고 변하지 않을 것을 꼽아본다면요?
제일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연기는 제가 항상 꿈꾸던 일이거든요. 처음 연극 할 때도 그랬고, 연기와 거기서 비롯된 많은 것을 대하는 마음은 늘 변함없는 것 같아요. 신념이라기보다 변하지 않을 마음은, 더 많은 현장을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는 거예요.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기라성 같은 많은 선배들과 작업을 해왔어요. <올빼미>의 (류)준열이처럼 지금 K–콘텐츠를 이끌어가는 많은 후배들도 만나고 있고요. 현장에서 그들의 연기를 보고, 함께 연기하면서 그들의 자세도 배우죠. 그분들도 저한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그와 반대로 제가 도움을 받을 수 있고요. 동료 연기자들의 장점을 알아채고 본받고 싶어요. 서로 교류하면서 발전하는 것 같아요.

행복하게 연기하는 꿈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새해에는 어떤 행복으로 관객과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인가요?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가 몇 편 있어요. 모두 작년과 재작년에 찍은 작품들이죠. 특별 출연으로 참여한 영화까지 합하면 아주 많은데, 그 작품들이 반응이 좋아서 많은 사랑을 받으면 좋겠네요.

《빅이슈》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우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2022년 한 해도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올해도 참 많은 일이 있었죠. 나름대로 기쁜 일도, 너무나 안타까운 일도 있었어요. 이런 한 해를 보통 다사다난했다고 하잖아요.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면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일도 그렇고요. 기쁜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있는 와중에 그 모든 일을 겪으며 정말 고생하셨다고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다가올 2023년도 다사다난하겠지만, 그 와중에도 꿈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건강 꼭 챙기시고 하시는 일 모두 잘되시길, 행복하시길 바라요. 그러면 더없이 좋은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 황소연
사진. 백상현
스타일리스트. 정소연
헤어. 오버마스 영남
메이크업. 오버마스 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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