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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항력의 서사, 〈정년이〉 ― 서이레&나몬 작가 (1)

2023.01.05


'웹툰 <정년이>는 특유의 그림체와 말맛으로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았다. 스토리 구성을 맡은 서이레 작가와 그림을 그린 나몬 작가는 시원한 연출과 전개로 우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성 국극 무대를 눈앞에서 보듯 재현해냈다. <정년이> 속 매란국극단의 땀과 눈물에 생동감의 색을 입히자, 우리 역사에서 당당하게 한자리를 차지한 여성 국극이 선명해졌다. 두 사람에게 <정년이>가 남긴 행복과 그 여운에 대해 물었다.'


ⓒ 이미지제공. 나몬

<정년이> 드라마와 국립극단 창극으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환영하고 있어요. 분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레 기획 단계에서부터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창극과 드라마, 웹툰은 각기 다른 장르잖아요. 필연적으로 스토리 등에서도 다시 만들어지는 부분이 있을 터라 기대돼요.
나몬 웹툰은 호흡이 긴데, 창극의 러닝타임은 한두 시간 이내잖아요. 어떤 극을 선보일지도 궁금해요.

빠르게 스크롤을 내리는 웹툰 플랫폼에서 여성 국극의 호흡을 담아내기 위해 고민한 지점이 있나요?
이레 여성 국극이 부흥한 전체 타임라인 중 어디를 선택할지 고민했어요. 초창기 혹은 후반을 얘기할지, 전체를 다룰지 등이요. 저는 여성 국극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고, 최전성기부터 쇠락해가는 모습을 담아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아주 섬세하게 계산해 선택했다기보다 전성기로 평가받던 시기에 자연스럽게 윤정년이라는 친구가 함께 커가고, 이미 쇠락의 길로 들어선 여성 국극과 정년의 성장이 맞물려 갈등을 빚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나몬 님도 좋다고 동의하셨고요.
나몬 전체적인 스토리에서는 이견이 없었어요. 읽히는 속도에 대해서는 고민하다 초반보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 큰 프레임의 이미지를 많이 선택해 넣었어요. 아무래도 임팩트 있는 장면이 웹툰 후반에 더 많이 나왔거든요. 저도 웹툰을 보다 보면 굉장히 빠르게 읽게 되더라고요. 특히 <정년이> 같은 작품은 대사가 많고, 그 대사의 영향이 큰 작품이기 때문에 컷을 빽빽하게 유지하면 가독성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 이미지제공. 나몬

국극 무대도, <정년이> 스토리도 등장인물의 감정이 다채롭게 표현됩니다. 인물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심한 지점이 궁금해요.
이레 저는 전혀 몰랐는데, 친구들이 <정년이>는 심리적인 부분에서 독자가 상상할 여지가 많아서 좋다고 말해줬어요. 제가 이야기를 만들 때 감정 등 내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편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이야기를 빌드업 할 때 ‘나라면 이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마음일까?’ 이런 고민을 자주 하고요. 그 답이 납득되지 않으면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지 못하니까요. 스스로 이해할 때까지 수정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나몬 <정년이> 스토리에서 인물들의 감정이 많이 드러나고, 또 그 결이 다양해 좋았거든요. 최근의 콘텐츠를 보면 주인공의 감정이나 서사뿐 아니라 다양한 서브플롯이 주요 서사와 같이 얽히잖아요. 그 이야기가 쌓이면서 폭발하고요. <정년이>도 그랬기 때문에 많은 분의 공감을 얻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정년이는 매사 직진하는 캐릭터인데,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확신을 갖지는 못하잖아요. 정년이 주변의 인물들도 그 확신을 갖기까지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고요. 그 이야기들이 주요 서사와 얽히는 게 재미있었어요.

이레 님은 대학 수업에서 여성 국극을 접하셨는데, 스토리 작가로서 여성 국극의 장점과 매력은 뭐라고 보시나요?
이레 제가 여중·여고·여대를 나왔어요. 그러다 보니 여성 국극을 접한 뒤 내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매란국극단의 짝언니·짝동생 멘토링 시스템도 제 대학 시절 경험을 반영한 거고, 고등학생 때 기숙사 생활을 하며 느낀 감정이 자연스럽게 극단 숙소의 분위기로 연결된 듯해요. 여고 생활이 저는 참 재밌었거든요. 국극단 스토리는 상상으로 메워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제 과거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 이 스토리 안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관계 등이 독자들에게 어필한 것 같아요.

ⓒ 이미지제공. 나몬

천장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는 각도나 인물에게 조명을 비추는 순간 마치 영상을 보는듯 느껴지는 장면이 많습니다. 이런 구도를 위해 어떤 점을 염두에 두었나요?
나몬 여성 국극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분야가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독자에게 무대의 분위기를 충분히 전해야 했어요. 모든 인원이 등장하는 컷이나 무대 곳곳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컷이 꼭 필요했죠. 영상 언어를 꾀했다기보다, 소설도 전경 등을 문장으로 상세히 묘사하잖아요. 그런 역할을 하는 컷을 생각했어요.

매란국극단의 단복은 캐릭터의 개성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되는 듯합니다. 오디션이나 공연 때의 의상이 더욱 돋보이고요. 캐릭터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작화와 대사에서 고수한 원칙이 있다면요?
나몬 저고리 고름 모양부터 배색까지 여러 가지를 고민했어요. 처음에는 생활감 있는 회색 톤 단복을 생각했다가 청량감을 살리기 위해 파란색을 선택했고요. 이후 인물에 따라 단복에 조금씩 변화를 줬어요. 머리 모양 등이 달라 개성을 표현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양말 등에 인물마다 포인트를 줬어요. 쉽지 않은 이미지의 영서는 꼭 검은 양말을 신고,(웃음) 숙영은 양말목을 반으로 접어 신는 식으로요.
이레 대사를 쓸 때 각 인물의 말투를 잘 살리려고 애썼어요. 초록은 주로 톡 쏘는 말투고, 또래보다 성숙한 원철은 차분한 말투예요.

이 글은 '불가항력의 서사, 〈정년이〉 ― 서이레&나몬 작가 (2)'로 이어집니다.


글. 황소연
이미지제공. 나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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