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홈페이지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일타 스캔들>의 세계를 이해하려던 와중, 다소 거친 이 질문이 떠올랐다. 엄마 수희(김선영)에게 수아(강나언)는 “없는 애가 있는 척하는 게 싫다”고 말한다. 인물 소개를 보면, 수아는 ‘없어 보이는 주제에 여유롭고 인기도 많은 해이(노윤서)가 제일로 꼴 보기 싫다’. 해이는 예비 수험생인 동시에 엄마 행선(전도연)의 반찬 가게 일을 돕고, 선천성 질환을 앓는 삼촌을 돌보고, 공부도 잘한다.
수아가 해이에게 없다고 판단한 게 ‘돈’인지는 모르지만, 해이는 돈 걱정을 한다. 주변에서 수행평가 과제를 엄마와 근처 세탁소에 ‘외주’ 주는 와중, 그는 직접 바느질한 손목 쿠션을 가져오고 이것은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주목을 받는다. 해이는 행선에게 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말을 어렵게 꺼내는데, 행선은 일타 강사 치열(정경호)의 강의와 소수정예로 운영되는 학원의 ‘의대 올케어반’에 등록해주며 말한다. “예전의 그 몹쓸 어미는 잊어. 대한민국 사교육의 열혈맘으로 한번 거듭나 보려니까.”
ⓒ tvN 홈페이지
기획 의도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결국 ‘사람 이야기’라고 한다. 그런데 치열의 등장으로 잠시나마 설레는 일을 기다리던 행선이 해이의 교육 문제를 통과하면 ‘몹쓸 엄마’ 혹은 ‘열혈맘’이 된다. 드라마 안에서는 학원 등록뿐 아니라 앞자리 줄을 설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일상을 가진, 혹은 대신 줄 설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재력이 사교육의 기본 조건이다. 상담을 위해 방문한 학원에서 행선은 ‘아이를 방치한 무책임한 엄마’라는 비난을 듣는다. 그럼 열혈맘 캐릭터는 어떨까? 드라마 초반, 엄마들은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하면서 사람의 ‘급’을 나누고, 여론몰이를 해서 자식에게 유리하게 학원 스케줄을 바꾼다. 어찌 됐든 아이 교육에 문제가 생기면, 돈과 인맥으로 해결하려 들고 모두를 경쟁자로 인식한다.
‘없는 사람’은 열심히 공부해도 ‘있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가르침,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과정에 돈과 엄마의 노력이 얹어져야 한다는 믿음. 엄마는 아이 교육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잘 안 되면 비난받는 서사. 이런 밑그림이 드라마에 점점 더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보편화되는 건 괜찮은 걸까? 로맨스의 텐션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설정은 머릿속에서 잠시 밀려날 터다. 그러나 곧 다른 드라마에서 비슷한 설정을 만나게 되면, 그것 또한 사람 이야기로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
tvN 주말 밤 9시 10분 방송
글. 황소연
사진. tvN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