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책입니다. 당신은 서점에 왜 가나요? 읽고 싶은 책이 있거나 혹은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아니면 종이 냄새와 서점의 차분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죠. 저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궁금할 때, 누군가의 생각을 알고 싶을 때, 예술적인 영감이 필요할 때 가기도 해요. 이토록 다양한 생각이 모여 있는 서점에서 일하는 서점원은 책값을 계산할 때 외에는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책과 독자를 연결하는 매개자의 마음으로 매일매일 책으로 탄생한 생각들을 수집하고 있어요.
사실 우리가 구입한 건 어쩌면 그 조각의 일부일지도 모르죠. 특히 평생 함께할 인생 책이라면 그 가치를 당장의 쓸모나 시간으로 가늠할 수 없기에, 서점이 단순히 하나의 물건을 구입하는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은 건, 책을 둘러싼 마음들이 조금 특별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YES24 강서NC점에서 근무하며 SNS에서 ‘박돌콩’이라는 닉네임으로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의 조각을 수집해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있는 박겨울 서점원을 만났습니다.


우리 서점이 중고 서점으로 운영되다가 2021년 12월부터 신간 서점으로 전환되었어요. 이 사실을 홍보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SNS를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오프라인 서점은 책 판매를 준비하는 과정이 있으니까 미리 책을 받아놓고 나중에 팔게 되잖아요. 때마침 온라인상에서 품절된 책이 있었는데, 저희 매장에 재고가 있어 책을 사러 오시라고 알리기도 했습니다.
서점원의 하루 업무는 어떤가요?
출근하면 가장 먼저 팔린 책을 확인해요. 그리고 새로운 책을 주문하는데, 오전 중에 발주하면 오후에 입고됩니다. 계산하면서 중간중간 팔린 책을 창고에서 꺼내 서가에 채워 넣는 게 하루의 기본 업무입니다. 주 단위로는 장르별 베스트셀러,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에 소개된 도서를 업데이트하고, 월간으로는 기획 서가 코너를 준비해요. 1년 단위로는 매출이 잘 나오는 연말연시, 학기 초 그리고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의 행사를 준비합니다.
대형 서점 서가에 책을 놓는 규칙이 궁금해요.
우선 베스트셀러와 신간 중에 기대만큼 팔리지 않은 책 위주로 서가에 배치해요. 서점 본사에서 추천하고 미디어에도 소개되었는데, 저희 서점 고객들에게 인기가 없다면 그 책과 어울리는 주제를 골라 다른 책과 함께 배치하면 잘 팔리기도 해요. 신간은 찾는 고객이 많은 유명 작가 혹은 대형 출판사의 책 위주로 주문하는 편입니다. 신인 작가나 작은 출판사에서 펴낸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경우도 물론 많습니다.
큐레이팅한 서가가 눈에 띄는데, 그중 ‘월간 표지’ 코너를 소개해주세요.
‘월간 표지’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작업한 표지를 모아서 소개하는 코너예요. 책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표지에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눈에 띄어 시작하게 됐어요. 보통 10종에서 16종의 책을 묶어서 소개합니다. 서점원으로 근무하면 책 표지도 일련의 경향이 보이거든요. 유행하는 스타일의 책을 보면서 출판사는 ‘왜 이 책의 표지 디자인을 이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맡겼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어요. 무조건 예뻐서라기보다, 내용과 주제에 어울리는지 고민했을 거잖아요. 한 권의 책이 서점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상하는 재미도 커요.
이 글은 '생각의 조각을 수집하는 일: 박겨울 서점원 (2)'에서 이어집니다.
글. 정규환 | 사진. 이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