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제, 쇼타임 <쉬케치> 박소라, 황정혜 (1)'에서 이어집니다.

영상에서 지금 같은 대화의 텐션을 유지해야 하는데, 편집 과정에서 꼭 점검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정혜 웬만한 애드리브는 살리는 편이에요. 소위 말하는 ‘거를 타선’이 없거든요. 그 부분에서 차별화를 느끼는 분도 많고요.
소라 그래서 다들 홈캠 같다고 하나 봐요. 대본에 없는 예상치 못한 애드리브를 치면 그 순간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이 있어서 살리게 되는 것 같아요.
서로 느끼는 상대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소라 육성으로 말해본 적 없는데… 정혜는 <개그콘서트>를 할 때 무대 연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트레이닝 단계이기도 해서 본인의 연기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걸 힘들어했고요. 본인은 되게 못한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잘했거든요. 같이 유튜브를 하면서 보니 일상 연기에서 장점이 크게 드러나요. 제가 언니고 연차가 높다 보니 현재 트렌드를 모를 때가 많은데 그런 점에서도 잘 이끌어주고요. 일할 때는 선후배가 아니라 파트너십을 갖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잘 맞아요.
정혜 선배님이 워낙 멋있게 잘 얘기해서, 이하 동문인데…. 저는 다른 선배랑 유튜브 촬영을 해본 적 있는데 그분도, 소라 선배도 둘 다 어마어마한 포용력을 가졌어요. 제가 사람을 갑자기 해하지 않는 이상 받아줄 것 같아요.(웃음) 제가 부족한 면이 많은데, 선배가 좀 사람같이 만들어줘요.
늘 개그 욕심이 있는데, 그럼에도 힘들거나 지칠 때는 어떻게 회복하세요?
소라 전 며칠 밖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에너지를 채워요. 아무 말도 안 하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정혜 전 바보상자를 봐요.(모두 웃음) 술 마시면서 <궁금한 이야기 Y>도 보고요. 여러 사건이 나오는데 사람 냄새가 나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게 돼요.
소라 이걸 호기롭게 와서 저한테 얘기해요. “선배님, 저 지금 <궁금한 이야기 Y>를 역순으로 보는데요!”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몇 가지 얘기해줘요.

요즘 재미있게 보는 콘텐츠나 빠진 취미가 있나요?
정혜 보석 십자수요. 집에 해바라기가 있으면 좋다고 해서 해바라기 화분을 만들고 있어요. 제가 끈기가 없어서 그냥 뒀으면 초반에 포기했을 텐데, 소라 선배 덕분에 지금 해바라기 화분 부분을 수놓고 있어요.
소라 전 <피지컬: 100>을 봤어요. 각자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겨루고, 끈기와 열정을 내보이는 모습이 아주 멋지더라고요.
여성의 생리 기간을 다룬 영상 ‘대자연의 시작’이 인기가 많았어요. 구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나요?
소라 처음에는 고민했어요. ‘생리 이야기를 해도 될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일이잖아요. 의외로 엄청 좋아해주셔서, 걱정 없이 표현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혜 사실 저는 걱정 안 했죠. 전 마이너 감성이 있어요. 선혈만 안 보여줬지,(모두 웃음) 디테일한 연기라 많이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지금 우리나라의 코미디 환경을 과거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소라 예전에는 공채 개그맨이 되어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종의 등용 시스템이 있었잖아요. 요즘은 많은 플랫폼이 있는데, 사실 그게 코미디언에게는 장점이자 어려운 부분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죠.
정혜 지금은 <쉬케치> 구독자들처럼 팀 고유의 개그를 찾는 분이 많아진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나와 코드가 맞는 개그에 애정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 확연히 느껴져요.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코미디언이 많은데, 그 속에서 <쉬케치>만의 어필 포인트는 뭘까요?
정혜 <쉬케치>를 시작할 때, 조금도 스트레스 받지 말고 무조건 즐기면서 하자고 같이 다짐했어요. 그래야 개그의 바이브가 유지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가 재미있어야 보는 사람도 재미있을 테니까요. 욕심을 많이 내거나 힘을 너무 주거나 하면 초반의 감성을 잃는 느낌이 들거든요. 지금은 재미있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소라 ‘현실 고증’으로 시트콤처럼 흘러가는 스케치 코미디가 많잖아요. <쉬케치>도 그걸 바탕으로 하지만 중간중간 더 재미있는 멘트나 단어로 말의 재미를 추구하려고 해요. 그런 지점이 <쉬케치>의 강점 아닐까 싶어요. 정말로 내가 재밌고, 진짜로 친구랑 얘기했을 때 너랑 나랑 웃겨서 웃음이 나는 분위기도요.
<쉬케치>의 개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려요.
소라 <쉬케치>의 몇몇 메인 영상이 있잖아요. 새 단장한 채널에서는 그에 못지않게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정혜 가끔 길에서 저희를 알아보는 분들을 만나면 되게 당황스러웠어요. 저희가 대형 유튜버가 있는 큰 채널이 아니잖아요. <쉬케치>는 그에 비하면 가건물도 아니고 흉가에 가까운 쪽인데…(웃음) 정말 감사해요.
소라 오며가며 한 번 볼 거 두 번 봐주시고, 두 번 볼 거 세 번 봐주시고, 그렇게 자주 만나면 감사하겠습니다.

진행. 김송희 | 글. 황소연 | 사진. 김화경 | 스타일리스트. 김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