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상단으로이동
신간 · 과월호 홈 / 매거진 / 신간 · 과월호
링크복사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글자확대
글자축소

No.297 스페셜

<비의도적 연애담> 피비 작가 (1)

2023.04.23

섬세한 감정선과 촘촘한 스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웹툰 <비의도적 연애담>이 2023년 봄, 드라마라는 또 다른 형태로 우리 앞에 찾아왔다.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지만, 서로가 서로의 빈 부분을 채워주며 점점 사랑의 형태에 가까워지는 태준과 원영을 지켜보다 보면 멸종했던 연애세포가 절로 생성된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을 만큼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비연담’ 속 캐릭터를 빚어낸 피비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의도적 연애담> 표지 그림

작가님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을 재미있게 보고 계시다고 트위터에 쓰신 것을 봤습니다. 아직 방영 중이긴 하지만, 감상평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한 줄로 요약하자면 ‘줄거리를 보면 내가 만든 게 맞는 것 같은데, 하나하나 까보면 완전히 남의 작품을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영상 매체의 특성을 살려 새롭게 각색해낸 부분들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흑백 출판만화 형식으로 작업하다 보니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장면들도 대부분 흑백이었거든요. 그것들이 구체적인 형상으로 구현된 걸 보니 신기하더라고요. 태준(차서원)의 달항아리 가게, 작업실, 한옥으로 재탄생한 태준의 집, 원영(공찬)의 성격을 보여주는 컬러풀한 패션 등등. 이런 것들이 드라마를 완전히 타자화된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또 BL 드라마의 장르적 특성상 탐미적인 요소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배우분들의 외모부터 시작해 감성적인 카메라 워킹, 따스한 색감 등등, 여러 면에서 예쁘고 보드라운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서 감탄하고 있어요.

모펀 카페 콜라보 엽서 그림

웹툰 작가로서 영상화는 또 다른 경험일 것 같습니다.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떠셨나요?
개인적으로 웹툰의 실사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서 매우 기뻤어요. 내가 만든 캐릭터들이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거쳐 재탄생할 모습이 기대되기도 했고요. 다만 사랑하는 캐릭터가 온전히 2D로서 남았으면 하는 독자님들이 계시리란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이 죄송하고 고민스럽긴 했습니다. 아직 웹툰 실사화 초기 단계이니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런 시도가 늘어나다 보면 BL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까지 봤을 때, 팥죽이(태준이가 기르는 개)가 등장하지 않아서 아쉬운데요. 원작에서 인기가 많은 캐릭터이기도 하니까요. 각색 과정에서 팥죽이는 빠진 걸까요?
원작 속 팥죽이는 명실공히 태준, 원영 다음으로 인기 있는 캐릭터가 맞아요.(호태야, 동희야 미안…) 최근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이슈가 있어, 그 영향으로 팥죽이의 등장이 부득이하게 빠진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쉽긴 했으나 강아지를 사랑하는 애견인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각색이었습니다. 두 주인공 사이에서 팥죽이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지라 어떻게 각색될까, 조금 걱정했었는데요. 다행히 태준, 원영 두 사람만의 꽉 찬 서사로 그 공백을 메꿔주시더라고요. 그리고 공찬 배우님께서 농담처럼 본인이 직접 팥죽이의 역할까지 1인 2역을 하셨다고 말씀하신 걸 봤는데… 매우 공감했습니다.

<비의도적 연애담> 표지 그림

각색에는 참여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다만, 원작 작가로서 영상화 과정에서 제안하거나 참여한 부분이 있나요?
관여했던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드라마 창작은 온전히 드라마 각색 작가님과 감독님, 배우분 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어요. 애초에 최대한 원작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만들고 싶다고 제작사 측에서 의지를 들었던지라, 추가적인 요청은 드리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드라마 대본의 표지로 원작의 일러스트를 쓰고 싶다는 요청을 받거나, 표지의 구도를 그대로 재현해 촬영한 포스터 등을 봤을 때는… ‘이렇게까지 해주신다고?’란 생각을 했을 정도예요. 원작 작가로서는 최상의 존중을 받았다고 생각해 제작사 측에 감사해하고 있어요.

작가님 눈에 흥미롭게 느껴진 각색 포인트가 있나요?
태준의 집이요. 원작에서는 모던한 느낌의 양옥이었는데 드라마에선 고풍스럽지만 현대적인 느낌이 잘 섞인 한옥으로 바뀌었더라고요. 도예가이면서 단정한 내면을 가진 태준이라는 캐릭터를 잘 대변해주고 있단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또 풍등에 소원을 써서 날리는 장면이 있는데요. 원작에서는 태준이 쓴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숨겨 독자님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했는데, 드라마에서는 ‘같은 마음이길’이라는 좀 더 직설적인 메시지를 보여줌으로써 태준이 원영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했음을 명확하게 한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또 원영이 먼지가 잔뜩 내려앉은 태준의 작업실을 허락 없이 청소하면서 태준이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드라마에서 새롭게 들어간 부분이에요. 누구에게도 빗장을 열지 않던 태준의 마음을 원영이 깨끗이 청소하고 들어앉았다는 해석을 봤는데, 무릎을 탁 쳤죠.

모펀 카페와 이벤트를 하셨을 때 태준이와 원영이 관련 굿즈에 작가님이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특히 태준 향수의 향까지 설정을 해두신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품 캐릭터 설정을 하실 때 상세하게 정해두시는 편인가요?
캐릭터 시트를 초반부터 상세하게 정해두는 편은 아닙니다. 생김새, 성격, 부모님과의 관계, 유년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대략적인 성장 과정 등 서사적인 부분을 우선적으로 정해두는 편이고, 나머지 상세한 설정은 연재를 하는 도중에 덧붙여요. 아무래도 원고가 진행되어야 세부적인 상황들이 생겨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때그때 상황이 주어지면 ‘태준(혹은 원영)이라면 어떤 쪽을 선택할까?’ 고민하게 되고, 그런 결정들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양감이 두터워지는 것 같습니다. 태준이의 향이 우디 계열의 머스크향이었던 것도 숲속에 있는 작업실에서 매일 젖은 흙을 만지는 일을 하기 때문이에요. 태준의(사실상 박 선배의 것이지만) 작업실 배경이 숲속에 있는 오두막이란 것을 묘사하기 전까지는 완성되지 않았을 이미지죠. 연재 후반부쯤 가면 캐릭터가 자유 의지를 갖고 움직이는 상태가 되는데, 그때는 저조차도 캐릭터에 대해 새로 알게 되는 사실이 있을 정도예요.

원영이 생일카페 특전 그림

지난 2월에는 태준이의 생일 카페도 열렸었는데요. 도자기 장인이라는 태준의 직업적 성격이 잘 드러난 카페 소품에 감탄했습니다. 팬들이 2차 저작물을 만들고 이러한 활동을 하는 등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2차 창작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세계를 확장해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한때 다른 작품의 2차 창작을 해봤던 입장에서, 제가 만든 캐릭터가 다른 누군가에게 그 대상이 된다는 건 정말 감동적인 경험이에요. 그만큼 독자분들께서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반증 같거든요. 창작자로서 평생 작품 활동을 한다고 해도 몇 번이나 경험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감사한 일이에요. 태준이가 만들었을 법한 도자기 작품을 재현하고, 그 작업실을 상상해 구현하고, 카페라는 공간 하나를 오직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고민만으로 꽉 채우는 게 얼마나 힘들고 비용적으로도 마이너스인지 알고 있어요. 이 모든 과정은 어지간한 애정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항상 분에 넘치는 사랑과 응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준은 특히나 BL 인기 공 순위에서 빠지지 않는 캐릭터인데요. 이렇게 팬들의 오랜 사랑을 받는 태준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얼굴’과 ‘몸’은 공 캐릭터의 필수 요소니까 예외라고 친다면, 어른스러운 성격과 여유로움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랑’ 하나만을 위해 상처 위에 똑같은 상처를 입고도 감내하잖아요. 한 번 더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는 어른스러운 내면이 독자분들께 사랑받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냥 얼굴 때문인 것 같아요. 역시 종이(2D) 남자는 얼굴!

이 글은 '<비의도적 연애담> 피비 작가 (2)'에서 이어집니다.


글. 김송희·김윤지 | 이미지제공. 피비·대원씨아이


1 2 3 4 5 6 7 

다른 매거진

No.338

2025.08.01 발매


배우 이주영

No.337

2025.07.01 발매


스킵과 로퍼

No.336호(표지 A)

2025.06.02 발매


하리무

No.336호(표지B,C)

2025.06.02 발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 이전 다음 >
빅이슈의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