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고 ‘올해는 운동이야’ 결심했다 포기하고, 설날에 다시 결심하고, 3월 새 학기가 되면 또다시 결심하지만 5월쯤 되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며 득도의 경지에 이르게 되니 온갖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의식적으로 육체를 사용하고 있다. 근대 이후 육체노동이 줄어들자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지하 한곳에 모여 땀을 흘린다. 과거에는 노동으로 자연스레 단련(혹은 혹사)했던 것을 이제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하고 있다.
최근 떠들썩한 AI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챗GPT는 사람의 생각을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무엇보다 잘 정리해준다. 전체 일정을 주면 계획표를 세워준다. 문서 작성도 수준급이다. 솔직히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사람보다 낫다. 대중에게 공개되었으니 사용자 피드백으로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도시화 이후 사람들은 많은 일을 하지 않게 됐다. 할 필요가 없어져 하지 않게 됐지만, 곧 할 수 없게 됐다. 기계화 이후 이는 더 가속화됐는데 앞에서 말했듯이 특히 육체적인 것이 그렇다. 갑자기 우리가 무인도에 떨어진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1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은 그곳에서 왔겠지만 그게 뭔 상관이람.
그럼 미래에는 머리 쓰는 일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다 해주는 일을 굳이 귀찮게 우리가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휴대폰이 등장한 이후 아무도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는 것처럼. 물론 미래에서 세상은 여전히 복잡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해야 할 일도 많겠지만, 지금과 같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AI 이후의 변화는 전화번호를 외우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한 건 아닐 것이다. 더 복잡한 일들까지 해내겠지.
그렇다면 미래에는 두뇌와 지능도 지금 육체처럼 되지 않을까? 피트니스 클럽에 가서 일부러 단련해야 하는 것처럼 두뇌도 단련을 해야 하는 거다. 뭘 하게 될까? 모여서 스도쿠라도 풀까? 아마 지금은 전혀 생각지 못한 무언가를 할 수도 있다. 어쩌면 몇 년 전부터 유독 많아진 독서모임 같은 것도 그런 것 중에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뭐라도 하겠지. 근데 내가 걱정하는 건 이렇게 된다면 머리를 쓰는 것도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모두가 운동을 하지 않듯이 두뇌 운동도 모두가 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해력과 이해력도 일종의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런데 선택 안 하는 사람도 많을 거 아닌가. 지금 우리가 훨씬 영양 상태가 좋으면서도 몸을 잘 못 쓰는 사람이 많듯이. 지금도 개인 간, 집단 간 대화가 잘되지 않는데 앞으로는 얼마나 안 될지… 운동하기 귀찮으니 괜히 오지도 않은 미래까지 고민하고 있다.

콘텐츠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번에 소개해줄 채널은 방금 내가 말한 현상과 관계가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바로 딱 <1분만>.
유튜브가 등장한 이후 콘텐츠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콘텐츠 성격별로 적정 시간은 모두 다르니 강연을 예로 들어보자. 유튜브 초창기 시절 강연 영상이 20분이었다면 우리는 매우 짧다고 느꼈다. 오프라인 수업도 기본 50분인데, 20분에 무슨 정보가 있겠어, 이렇게 생각했다. 근데 지금은 유튜브 영상이 20분이라고 하면 상당히 길게 느껴진다. 이걸 한 번도 끊지 않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대단한 집중력의 소유자라 하겠다.
당연히 사람들이 선호하는 영상 길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물론 <침착맨>이나 게임 스트리밍같이 끊임없이 틀어놓는 걸 지향하는, 호흡이 긴 방송들도 있지만 매우 드문 편이고 맥락도 다르다. 아무튼 그렇게 줄어들고 줄어든 것의 결정체가 틱톡이 아닐까 싶다. 10초 안에 승부를 보는 거다. 하지만 틱톡은 너무 짧아서 정보나 서사를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보통 정보보다는 이미지적인 것이 많다. 그러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장르가 됐다. 서사에 익숙한 세대는 그런 영상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고, 반대로 틱톡에 익숙한 이들은 긴 서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서사가 있는 영상의 최소 길이는 대략 1분 전후가 아닐까 싶다. 1분 미만도 있긴 하지만, 많이 미흡하다. 아무튼 이런 극단적으로 짧은 채널의 원조 격이라고 할 만한 채널이 <1분만>이 아닐까 싶다. 정확히 언제 시작됐는지는 모르겠지만(1회로 거슬러 올라가다 귀찮아서 포기) 채널 개설은 2018년에 한 것으로 나온다.
프로필에는 ‘딱’이라는 한 글자가 쓰여 있다. 제목까지 합쳐져 ‘딱 1분만’이 된다. 채널 설명에는 “너무 바빠서 유튜브 볼 시간도 없는 현대인을 위한 초간단 채널! 재미있고 신기한 세상의 소식을 진짜 말 그대로 딱 1분 만에 전달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업로드된 영상 아무거나 골라서 클릭하면 “딱 1분만 집중해서 들어봐”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우측 상단에는 57부터 시간이 거꾸러 흘러간다. 앞의 말 하느라 3초는 이미 흘러간 것이다. 모든 영상 시간은 딱 1분, 이 채널의 시그니처는 숫자가 0이 되면 영상이 무조건 끝난다는 것이다. 마지막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끝나는 게 포인트. 물론 보다 보면 알겠지만 진짜 편집된다기보다는 할 말은 다 끝내고 일종의 상징으로 말하기 애매한 부분에서 자른다.
‘세뱃돈 가격표 정리’, ‘치킨 무에 물이 많은 이유’, ‘교도소는 어떤 곳일까?’, ‘약속은 왜 새끼손가락으로 할까?’ 등 한 가지 주제를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서 설명해준다. 단순 호기심을 채워주는 것도 있고, 사회 이슈를 다룰 때도 있다. 간단하게 집중해서 보기 좋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보기도 좋다. 인생을 바꿀 깨달음을 얻을 가능성은 없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날려봐야 고작 1분이니까.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제는 이 1분을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채널을 본 지 한 2년쯤 된 거 같은데, 그사이 나 역시 딱 1분을 집중해서 듣기 어려워진 거다. 볼 게 너무 많거든. 1분짜리 영상을 보면서도 인터넷을 검색하고 인스타도 들락거린다. 몇 년 전 젊은 사람들이 영화관에 안 가는 이유 중의 하나가 영화를 보는 중에 스마트폰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듣고 한숨을 쉬었는데, 알고 보니 나 역시 그런 사람이었던 거다. 글로 먹고사는 작가조차 이런데 이제 길고 긴 책은 누가 읽어주지.
- 추천 콘텐츠
플랫폼: YouTube
채널명: 1분만
구독자: 93.3만 명
- 포인트
소소지식: ★★★
소소고민: ★
소요시간: ★★★★
- 소개
오후(ohoo)
비정규 작가. 세상 모든 게 궁금하지만 대부분은 방구석에 앉아 콘텐츠를 소비하며 시간을 보낸다. <가장 사적인 연애사>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등 여섯 권의 책을 썼고 몇몇 잡지에 글을 기고한다.
글. 오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