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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8 컬쳐

<브러쉬 업 라이프> (2): 인생 5회 차에서 얻을 수 있는 것

2023.05.14

이 글은 '<브러쉬 업 라이프> (1): 인생 5회 차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서 이어집니다.

© 일본 NTV

소소한 기쁨으로 채워가는 삶
아사미는 다음 생에서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 매회 착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아사미는 선의를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삶을 거듭하면서 아사미는 생의 의미를 깨닫는다. 슬프지만 우리는 인생에서 나 자신을 구할 수 없다. 죽음은 어느 날 갑자기 불어온 돌풍처럼 닥쳐오고, 나는 그것을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은 구할 수 있다. 가족과 친구를 구할 수 있고, 남을 도울 수 있다. 이런 노력이 또 돌아와 나 자신을 구할 것이다. 이건 어떤 대의명분이 아니라 우리 삶에 내재한 의미라는 것을 이 드라마는 부드럽게 전한다.

<브러쉬 업 라이프>가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인 극이 된 데는 당연히 배우들의 역할이 크다. 아사미 역의 안도 사쿠라의 연기가 단연 빛난다. 아사미라는 인간의 핵심을 간직하면서도 인생의 새로운 회차마다 다른 직업을 가진 인물을 그에 맞게 연기하는 미묘한 디테일이 일품이다. 이 드라마를 쓴 각본가이자, 천국의 안경 쓴 사무원으로 등장하는 바카리즈무는 매번 건조한 연기로 웃음을 자아낸다. 현실 속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유명한 배우들이 직접 본인 역할로 등장하기도 하고 특별 출연으로 다른 캐릭터를 맡기도 한다. 이들이 누군지, 무슨 역할을 했는지 맞혀보는 자잘한 재미도 있다. 가족과 친구를 연기하는 배우들도 훌륭한 앙상블을 이룬다.

© 일본 NTV

이런 호흡 덕분에 <브러쉬 업 라이프>는 뛰어난 여성 서사를 완성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여성 인물의 연애나 결혼은 극도로 압축하거나 생략한다. 이것은 비혼 여성의 삶을 조명하겠다는 거창한 명분을 지닌 설정이 아니다. 여성들의 삶을 자연스럽게 따라감으로써 자연스레 생겨난 결과다. 최근의 여성 서사가 모녀 관계나 아이에 대한 모성을 강조하는 데 무거운 감정을 느끼는 여성들에게는 새로운 출구를 만들어준다. 여성의 존재는 누군가의 어머니이거나 딸일 때만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고, 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들과도 깊은 인간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충만한 삶을 누린다.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여기에 삶에 대한 우리의 궁극적인 바람이 있다. 위대한 업적을 세우는 삶도 좋지만, 주변을 돌보고 사소한 기쁨을 느끼는 인생을 살고 싶다. 가슴 절절한 사랑과 내 몸을 깎아서라도 내어주고 싶은 가족애도 필요하지만, 좋아하는 과자를 나눠 먹고 재미있는 드라마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다. 인생을 다시 살아갈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같이 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삶을 향한 작지만 꾸준한 열망을 담은 드라마가 <브러쉬 업 라이프>다. 웃으면서 보기 시작해 울면서 끝내는 인생 드라마가 될 만한 작품이다.

  • 소개

박현주
작가, 드라마 칼럼니스트.


글.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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