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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8 인터뷰

각자의 모습으로, 그대로 (2)

2023.05.08

이 글은 '각자의 모습으로, 그대로 (1)'에서 이어집니다.

활동하면서 시민들이 혁신파크를 각별히 애정한다고 느낀 기억이 있으신가요?
환희 주변에 혁신파크를 제외하면 큰 녹지공간이나 다양한 단체들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사람들이 다 같이 뛰놀고 돗자리를 깔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은 혁신파크가 유일하기에 시민들이 더 이곳에 애정을 갖는 것 같아요.

해민 프로젝트가 한창일 땐 이따금 회의하러 주말에도 혁신파크에 모였어요. 평일보다 몇 배는 사람들이 많아요. 특히나 아이를 데리고 놀러 오신 분들이 많은데, 그만큼 이곳이 안전하고 편안하다는 말이잖아요. 아파트 놀이터를 넘어 혁신파크로 옮긴 발걸음에 시민들이 이곳을 아낀다고 느꼈어요.
민용 이 주변에는 건물만 빽빽해 마땅히 쉼터가 없다 보니 혁신파크에 직장이 있는 사람 말고도 주민들이 이곳을 자주 이용하더라고요.

라온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혁신파크의 곳곳에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때, 넓은 잔디밭에 모여서 모르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함께 춤을 출 때,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부스가 세워져서 사람들이 모여들 때, 이 모든 순간에 대해 혁신파크 관련 설문 조사에서 자신에게 혁신파크가 얼마나 소중한지 하나하나 글로 작성된 것을 보았을 때였어요.

지난 10월부터 한 달여간 시민들에게 혁신파크가 어떤 의미인지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하셨죠. 가장 인상적이었던 지점은요?
환희 코로나19 이전엔 혁신파크 내의 활동이 많았고, 참여하는 분들도 많았다고 알고 있어요. 팬데믹 후엔 규모가 줄었지만요. ‘혁신파크를 잊거나 활동이 안 열리는 줄 알고 참여 못 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아쉽고 속상할 것 같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설문 조사를 하면서 시민들께서 여전히 혁신파크를 잊지 않으시고 여러 활동에 재미있게 참여하신다는 걸 알게 돼 좋았어요.

해민 한 분 한 분의 의견이 정말 무겁다는 걸 느꼈어요. 저희 프로젝트가 성공하기란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때때로 ‘다 부질없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시민들이 남겨주신 작은 한마디가 큰 힘이 됐어요. 이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만이 아니라는 게 큰 버팀목이자 위로가 되어줬다고 할까요.

민용 혁신파크를 이용하는 인원이 예상보다 많았던 것이 기억나요. 많은 인원이 이용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죠. 그럼에도 사라진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어요.

라온 보이지 않고 모이지 않을 것 같았던 목소리들이 설문지라는 매체를 통해 혁신파크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혁신파크에서의 시간과 추억, 혁신파크를 지켜달라는 말들로 모인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우리의 프로젝트가 도움이 되고는 있구나, 누군가의 지지를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팀 시민의 공간혁신파크가 각자에게 남긴 건 뭘까요?
환희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저 스스로가 이런 활동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어요. 도시에 서울혁신파크 같은 공간이 너무 적다는 걸 인지했고요. 혁신파크를 왜 다른 용도로 바꾸려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졌어요.

해민 세상에는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단 생각을 해요. 사회를 보는 눈이 넓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제가 받았던 것처럼 시선을 공유하고 싶어요. 무언가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때로는 싸우고, 아주 작은 변화라도 일으키려 몸부림치는 일이 절대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알아버린 이상 외면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를 포기하지 말아야죠. 예전에는 낙담하기만 하고 방관했다면, 이제는 ‘뭐라도 해보자!’ 하는 도전정신이 생겼거든요. 멋진 변화라고 생각해요.

민용 저는 사실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이지 못했어요. 너무 무모한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거든요. 팀워크에 필요한 소통이라든가 협력에 대한 배움을 이어나가는 것이 숙제가 됐어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보는 눈이 확장된 것 같아요.

라온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생겨요. 진행이 더뎌져서, 팀워크에 문제가 생겨서, 소통에 문제가 생겨서. 이유는 다양해요. 그 과정에서 프로젝트가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하는 팀 내에서 나의 역할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는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것이 무언지를 찾고 바꾸려, 채우려 노력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모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의 생각의 폭도 넓어졌어요.


. 황소연 |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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