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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9 컬쳐

요즘 폼 미친 유튜브 채널 4

2023.05.25

요즘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에는 “폼 미쳤다”라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이는 ‘기량이 매우 좋다, 굉장하다’라는 극찬을 뜻하는 신조어. 기존의 ‘짱이다’ ‘대박이다’ 같은 표현을 이제는 폼 미쳤다가 대신하고 있다.

유튜브 세계에서는 매일 화제의 인물이 탄생하고, 인기 급상승 콘텐츠들이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생태계에서 인기를 담보할 수 있는 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지상파에서 인기가 있었던 연예인이라고 해서,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준다고 해서, 화려한 말솜씨와 잘 짜인 구성을 보여준다고 해서, 채널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그야말로 누가, 언제, 어떻게 사랑받을지를 종잡을 수 없는 알고리즘의 세계.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유튜브 채널을 이끌어가는 주 캐릭터의 매력만큼은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이다. 자꾸만 찾고 싶은 채널에는 자꾸만 당기는 무언가가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골라보았다. 최근 주목할 만한 활약을 보이는 폼 미친 유튜버 네 명.


아나운서계의 기안84, 김대호

ⓒ <나혼자산다> 스틸컷

아나운서계의 기안84, 김대호

최근 예능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을 꼽자면, 아마도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아나운서 김대호가 아닐까 싶다. 만화책으로 빼곡한 책장, 도롱뇽과 도마뱀이 사는 비바리움, 인왕산의 암반이 그대로 드러난 세탁실, 포장마차처럼 꾸며 놓은 히든 공간 등 평범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의 집과 일상.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점에서는 동갑내기인 기안84와 비교되며, 단 한번의 출연으로 확실한 캐릭터를 정립했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되었던 그의 일상은 이미 유튜브를 통해 화제가 되었던 것이었으니, MBC 뉴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14F 일사에프>를 통해 매주 한 편씩 소개되는 ‘4춘기|40대의 취미를 찾아서’는 김대호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시작점이었다. 회사 옥상에서 캠핑하기, 템플스테이 하기, 패션 변신하기 등을 체험하며 취미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 어딘가 시큰둥하고 정제되지 않은 애티튜드는 기존 예능의 캐릭터들과는 차별화되는 매력을 선보였다. 타인에게 잘 보일 생각은 전혀 없기에 자유로운 말과 행동, 호불호 확실하게 자신의 고집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다.

아마도 올해의 발견, 적어도 2023년 MBC 예능의 가장 큰 수확일지도 모르는 김대호의 진화는 어디까지 계속될지, 기안84가 그러하듯 믿고 찾는 예능 치트키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T형 인간의 담백한 매력, 주우재

ⓒ <오늘의 주우재> 스틸컷

T형 인간의 담백한 매력, 주우재

언젠가부터 TV든 유튜브든 틀면 나오는 주우재. 이제는 모델보다 방송인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그는 이미 예능 대세로 자신만의 영역을 다져가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오늘의 주우재> 역시 빠른 성장세로 순항하는 중. 구독자의 패션에 대해 조언하거나 유용한 아이템을 소개하는 패션 콘텐츠, 맛없게 소식하는 먹방, 그리고 내향형 T인 그의 담백한 일상을 담아낸 브이로그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하며 라이브 방송을 통한 소통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권진아나 박재정 등의 가수를 초대해 직접 라이브를 들어보는 음악 토크쇼로까지 영역을 넓히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조곤조곤 말하는 그의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으면 노련하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풍부한 사회생활 경험에서 나오는 성숙함, 어떤 농담이든 센스 있게 받아줄 것 같은 유쾌함, 그리고 김동률, 이승환, 윤종신 등의 덕후 경험에서 나오는 감성까지, 꽤나 폭이 넓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상대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조금씩 스며들어 이제는 친숙해진 주우재, 유튜브 안과 밖에서의 그의 영역은 한동안 제법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

무대보다 재밌는 무대 밖 드립, 이재율

ⓒ <스낵타운> 스틸컷

무대보다 재밌는 무대 밖 드립, 이재율

<딩대 DingUniv> 붱철이의 본체이자, 2인조 개그 채널 <스낵타운>의 멤버인 이재율. 그는 주인공일 때도 재밌지만 주인공 옆에서 한 마디씩 첨언하는 게스트일 때 동물적인 감각의 드립 센스를 선보이곤 한다. 재미있는 상황을 캐치하고 극대화시키는 그의 드립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콘텐츠 <메타코미디클럽>. 최근 가장 잘나간다고 하는 개그맨들 사이에서도 해당 회차의 가장 인기 있는 밈을 만들어낼 정도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선배 개그맨 곽범과의 티키타카가 이 쇼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만들어내는 요소.

<스낵타운>의 멤버로서 만담 콘서트라는 새로운 형식의 개그로도 영역을 넓혀가는 이재율. 아무래도 ‘개콘’의 종말은 KBS의 마지막 공채 개그맨이기도 했던 이재율에게 가장 큰 위기인 동시에 가장 큰 기회가 된 듯하다.

하이퍼리얼리즘으로 담아낸 디토 감성, 김소정

ⓒ <다큐황은정> 스틸컷

하이퍼리얼리즘으로 담아낸 디토 감성, 김소정

뉴진스의 디토)> 뮤직비디오가 세기말 학창 시절의 감성을 아름답게 보여준다면, 유튜브 ‘은정이는 열다섯’은 그 시절을 가장 적나라하게 추억한다. 2009년,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황은정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다는 이 세계관 안에는 8090년생이라면 무릎을 탁 칠 만한 하이퍼리얼리즘 디테일이 가득하다. 선생님이 소지품 검사와 두발 단속을 하던 시절,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아 쌍꺼풀 테이프를 붙이며 자신을 꾸미는 모습, 노래방에서 남자 친구를 만나고 투투데이를 위해 손편지를 쓰는 은정이는 반에 몇 명씩은 있었던 누군가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심지어 화면 비율마저 4:3으로 세기말을 철저히 고증하고 있으며, 황은정이라는 부캐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는 싸이월드 감성을 가득 담은 사진이 가득하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세계관의 중심에 있는 김소정의 본업은 PD라는 사실. 본래 뷰티 채널로 기획되었던 <사내뷰공업>의 PD로 입사하였다가,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며 <우당탕탕 알바공감>, <사탄들의 학교에 빌런의 등장>과 같은 실제 경험담을 녹여낸 콘텐츠를 통해 플레이어로서의 역량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친숙한 외모로 어디에나 있을 법한 상황을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녀는 부캐들이 주름잡는 유튜브 세계의 신흥 강자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글.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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