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작가 (1)'에서 이어집니다.
ⓒ 김수정 작가
단행본 만화의 내용을 살짝 귀띔해주세요.
외계 소녀들의 지구 찬탈 과정을 담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둘리 일당과 공룡 시대에서 온 둘리 이모 ‘성희’의 활약으로 물리친다는 다소 해괴하고 황당한 이야기입니다.(웃음) 길동 씨의 야비한 활약은 덤이고요.
어떤 사람은 ‘불쌍한 고길동’을, 어떤 사람은 패러디된 둘리를, 누군가는 어릴 적 사랑했던 둘리를 기억해요. 누구나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는 지금 시대에 <아기공룡 둘리>만의 개성은 무엇이라 보시나요?
둘리는 참 말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캐릭터죠. 게다가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순수 악동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반면 길동 씨는 자기 재산도 지켜야 하고, 애들도 키워야 하고, 직장에서도 안 잘려야 하죠.(웃음) 이게 알고 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잖아요. 수많은 황당무계한 일을 겪으며 살아가는 우리 삶과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우리의 일상이 투영된 다양한 캐릭터의 모습을 보며 함께 울고 화내고 웃으며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이 둘리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요?
종이로 된 만화 월간지에서 출발해 TV 애니메이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거치며 ‘둘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예요. 마흔 살을 맞은 둘리가 사람들의 마음에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늘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는 아기 공룡 한 마리.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동심은 무엇인지요?
동심은 꿈꾸는 마음이 아닐까요? 동심을 잃으면 꿈도 함께 잃으니까요.
ⓒ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스틸
둘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캐릭터와 함께 기억하는 것이 애니메이션 안의 노래인데요. 지면 만화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넘어오면서의 자연스러운 변화였으리라 생각됩니다. 당시 이런 변화를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느끼셨는지요?
사실 처음에 TV로 둘리가 나왔을 때는 정말 마음에 안 들었어요.(웃음) 잡지 만화로 출발했다 보니, TV로 방영되었을 때는 퀄리티가 많이 떨어졌던 거죠. 그럼에도 어린이들이 TV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주었어요. <떠돌이 까치> 이후 두 번째 국산 애니메이션이어서 그런 것도 있었고요. TV 애니메이션 버전의 둘리가 실망스러워서 제가 1996년에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의 감독을 직접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아기공룡 둘리>의 수록곡은요?
다 좋은데, 특히 극장판에 삽입된 ‘또치의 노래’를 좋아해요.(웃음)
둘리의 스핀오프 버전이 탄생한다면, 둘리의 친구들이나 다른 인물 중, 전사를 더 설명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단행본 만화에 관련 이야기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존의 캐릭터 모습이 더 다채롭게 보일 것 같아요. 아마 길동 씨의 한층 인간적인 면모도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시대에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다양한 미디어의 영향을 받고, 접하는 콘텐츠의 양도 많은데요. 어린이들이 리마스터링 버전의 <아기공룡 둘리>를 본다면 어떤 점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지금의 어린이들은 일단 만화책 속 둘리가 낯설 것이고, 알더라도 SBS에서 방영한 2009년 버전의 둘리일 거예요. 이번 ‘얼음별 대모험’으로 둘리를 최초로 접할 수도 있겠죠. 제목처럼, 극장판은 꿈과 상상력이 응축된 이야기거든요. 어린이들이 처음 보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인류가 우주를 알기 위해 로켓도 쏘아 올리고,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주에 가볼 수 없잖아요.(웃음)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별도 달도 있고 ‘얼음별’도 있지 않을까 궁금해하면서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으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글.황소연 | 사진제공.둘리나라 | 스틸제공. 워터홀컴퍼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