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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그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아니, 저 사람은 왜 그러는 거지? 왜 별일도 아닌데 화를 내고 불평을 하고, 심지어 직접적인 해코지까지 하는 거지? 그것도 집요하게. 물론 이유는 있을 것이다. 이해는 못 하겠지만 있긴 있겠지. 하지만 설혹 그들의 감정을 우리가 이해한다 해도 그런 사람을 만날 때 즉각 떠오르는 생각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젠장, X됐다.
슬픈 사실은 어쩐지 화가 난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세상은 과거보다 화가 더 많아졌다.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이렇게 확정형으로 쓸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확신한다. 과거 명리학을 잠깐 공부한 적이 있는데, 선생님은 세상에 화가 많아진 건 제왕절개 수술 때문이라 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겠지만, 대충 설명하면 이렇다. 출산 시 제왕절개 수술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는데, 제왕절개 수술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낮 시간에 이루어진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의료인도 노동자인지라 이 시간에 주로 일하기 때문이다. 명리학에서 낮 시간대는 화(불) 속성에 속하거나 최소 화와 가까운 시간대가 많다. 그러니 비율적으로 사주팔자에 화가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불은 불과 만나면 더 커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 사회의 불이 활활 타올라 모두가 예민해졌다는 거지. 물론 얼토당토않은 설명이지만, 명리학을 받아들인 일부 사람들에게는 그럴싸한 설명일지도 모르겠다. 포인트는 이 설명이 맞냐 틀리냐가 아니라, 세상에는 화가 많아졌고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화가 넘쳐나는 사회를 잘 보여주는 미국 드라마가 지난 4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원제는 , 웬 쇠고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beef에는 소고기 외에도 불평이나 싸움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의미 전달을 위해 <성난 사람들>이라는 다소 직접적인 제목을 달고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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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만이 유일한 낙관
1화에서 두 명의 주인공은 마트 주차장에서 처음 부딪힌다. 어떤 이유로 한 사람이 경적을 울리자 나머지 한 사람은 가운뎃손가락을 올린다. 여기까진 흔한 충돌이다. 이제 욕을 하고 끝나면 일상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드라마가 아니지. 욕설을 받은 이는 그날따라 어떤 기분에서였는지 분노의 추격전을 시작한다.
다행히 드라마 작가들은 명리학을 공부하지 않아서 주인공들이 화난 이유를 시청자가 충분히 이해 가능하게 합리적으로 설정해놓았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다 보면 두 주인공이 그날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다. 화가 쌓인 날에는 그것을 풀 상대가 필요한 법이니까. 그게 드라마적 우연에 따라 하필 서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해를 한다고 해서 이 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를 파멸시키기로 작정한 사람에게 이해는 부차적인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
추격전 이후 두 사람은 서로를 찾아내고 복수하고 또 복수한다. 걱정하지 마라. 죽이지는 않으니까. 이들은 상대방을 파멸시키기 위해 나를 파멸시킨다. 왜 그러냐고? 이유는 없다. 그렇기에 이건 피할 수도 없고 돌이킬 수도 없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우연히도 모두 동아시아계다. 한 명은 한국인에서 넘어온 이민자고, 한 명은 베트남-중국계 미국인이다. 이것이 어떤 문화적 맥락이 있는 것인지는 명확히 드러나진 않는다. 보다 보면 아시아계 미국인의 특징을 말하는 블랙코미디인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보편적인 이야기로 흘러간다. 민족 특성은 중요한 듯 중요하지 않다. 무언가 편견을 말하는가 싶다가도 다시 편견을 떨쳐낸다. 그래서 2화쯤부터 좋은 작품이라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좋은 작품은 언제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루지만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미국 내 한국인 이민자를 다룬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미나리>같이 서정적이고 예술성 높은 작품도 있었지만, 나는 <성난 사람들>이 가장 마음에 든다. 왜 그럴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건 갑자기 화가 나는 것처럼 특별한 이유가 없다. 우리가 무언가를 마음에 들어 할 때는 이유가 없지만, 곧 이유를 찾아낸다. 마치 화가 났을 때와 마찬가지다.
드라마는 극적인 충돌과 치유로 마무리된다. 이 막장극이 어떻게 마무리될까 걱정이었는데 꽤 잘 수습한다. 하지만 어쩐지 이 결말은 시청자들의 평화를 위한 무난한 엔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드라마가 내게 불러일으킨 감정은 일종의 절망감이다. 세상은 엉망진창이고 그 속의 우리도 엉망진창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그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밑바닥이 드러나게 되면 그때부터는 아무것도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운명이 원하는 대로 파멸을 맞이할 뿐. 그러니 언젠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같이 무언가 폭발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다고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늘 실패함에도 타인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나 역시 그런 형편없는 인간임을 알기 때문이니까. 사람 다 거기서 거기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다니… 하… 정말 꼴도 보기 싫군. 좌절만이 유일한 낙관이다. 절망이 모든 걸 지배했을 때 그 속에서 아주 작은 희망을 발견하곤 한다. 부디 모두 평화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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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Netfilx
제목: 성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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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