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홈페이지
종이책을 많이 읽긴 하지만, 사전은 예외다. 손에 잡히는 두꺼운 국어사전, 영어사전, 옥편의 책장을 넘겨가면서 필요한 단어를 찾는 경험은 한참 과거에 머물러 있다. 온라인으로 금방 단어나 전문용어 검색을 할 수 있고, 번역도 빠르게 가능한 시대에 사전은 예의 그 무겁고 듬직한 형태를 한, 고전적인 물건으로 느껴지곤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만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홈페이지는 그런 측면에서 복잡한 사전이다. 1980년 4월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편찬 사업이 시작됐는데, 백과사전 소개 페이지에 따르면 한국 문화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지식 정보를 담고 있고, 한국학 각 분야의 전문 연구자들이 집필했다. ‘웃음’, ‘한(恨)’, ‘귀신’ 등 우리 문화의 심층을 이해할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한국의 전통문화 전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서도, 온라인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이 페이지를 처음 찾게 된 건 ‘가릿국’ 때문이다. SNS에서 본 맛집을 지도 앱에 검색해서 구경하던 중 가릿국밥 집이 눈에 띄었는데, ‘가릿국’은 ‘갈빗국’의 비표준어라는 정보를 국어사전에서 확인했다. 혹시나 해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검색하니 좀 더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갈비를 곤 국물에 밥을 말고 선지 익힌 것이나 육회와 두부 등을 얹어 만든 장국밥’.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반룡산’이 대표적인 가릿국밥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 함흥 음식을 하는 곳인데, 반룡산은 함흥에 있는 산이라고 한다. 가릿국밥에서 출발해 많은 TMI를 얻었다.
아직 이 페이지가 왜 그렇게 재미있는지 확신하지 못할 독자분들을 위해 내가 얻은 또 다른 TMI를 풀어본다. 전통 음식에 대한 정보를 ‘파도타기’ 하다가, 우연히 ‘황혜성’이라는 항목에 도달했는데, 그는 해방 이후 국가무형문화재 ‘조선왕조 궁중음식’ 전승자로 지정된 기능보유자로, 지난 2006년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와 나는 본관이 똑같다. 정말 아무 쓸데없는 TMI인데 왜 이렇게 신기할까?
글. 황소연